◇ 국어 / 독서
요즘은 초등학교 입학 전에 국어를 어느 정도 학습합니다. 안아는 EBS 프로그램을 꾸준히 시청하면서 읽기 능력을 향상했는데, “뽀로로”보다 “한글이 야호”를 먼저 접했던 게 좋은 계기였습니다.
3세 때 한글을 읽기 시작했으니 부모가 볼 때는 그저 대견했습니다. 하지만, 언어는 듣고, 읽고, 말하고 쓸 줄 알아야 합니다. 안아는 잘 듣고, 읽고, 말하는 것까지는 잘했지만, 쓰기는 어려워했습니다. 그렇다고 교본을 사다가 쓰기 연습을 시키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독서와 연계해서 프로그램을 제가 직접 만들어서 진행했습니다.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면서 글씨도 쓰게 한 것이죠.
처음에는 당연히 글씨는 비뚤배뚤 하고 크기도 제각각이었습니다. 영어를 먼저 쓰기 시작해서 영어와 비교했을 때 한글은 그림과 같았습니다. 하지만, 역시 연습을 당할 장사는 없습니다. 최근 연구에는 연습의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는 결과도 있지만, 처음 배우는 글씨를 쓰는데 연습은 필수일 수밖에 없습니다. 어느덧 글씨 모양을 갖추기 시작했고, 맞춤법도 완벽하지는 않지만, 다른 사람들이 읽고 이해하기에는 부족하지 않은 수준이 됐습니다.
쓰기는 읽기와 병행했습니다. 집에 있는 동화책을 읽고 독후 활동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좋아하는 책을 읽고, 그 느낌을 그리기도 하고 글씨로 적기도 했습니다. 꾸준한 학습은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면 아이의 발전으로 나타납니다. 좀 더 어려운 책도 읽을 수 있게 됐고, 그 내용을 물어도 곧잘 대답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어떤 책이라도 읽으면 좋다고 생각하는데, 최근 나온 연구 결과를 보면 텍스트가 아닌 그림 위주로 나온 책은 문해력 성장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도 어떤 이야기를 읽고 그 내용을 기억해서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려면 다양한 책을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나이가 들어도 만화책만 읽는 건 문제가 있겠지만, 독서 흥미를 위한 방법으로써 만화책은 괜찮다고 생가합니다.
최근에는 만화로 출판된 『그리스 로마 신화』를 꾸준히 읽고 있는데, 어려운 신의 이름도 잘 기억하고 다 읽고 나서는 다음 편을 기다리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독서는 아이 혼자만 하도록 하는 게 아니라 부모가 동참해야 하는 학습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글 쓰는 일을 하고 있다 보니, 책과 떨어져 살 수 없습니다. 매일 독서하는 모습을 안아가 지켜보니, “아빠는 안 읽으면서 나만 읽으라고 해!”라는 말은 한 번도 들은 적 없습니다. 아이의 학습 모델은 부모라는 사실은 실천에서 시작합니다.
◇ 수학
수학 문제집을 7살 때 처음 구매했습니다. 1학년 수학 문제집은 어린 시절에도 구경한 적이 없어서 어느 정도 수준인지 몰랐습니다. 생각보다 어려웠습니다.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퇴임하신 안아 외할머니께서도 가르쳐 주다가 틀리기도 하셨습니다. 제가 선택한 문제집이 어려운 책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처음에는 숫자를 세고, 더하고, 빼는 문제가 주로 나옵니다. 처음에는 낯설게 여기다가 매일 학습하다 보니, 정착했습니다. 그렇다고 잘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틀리는 문제도 많고, 문제를 이해하지 못해서 손도 못 대는 문제도 많았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나아졌습니다. 7세가 끝날 무렵에는 1학년 2학기 문제집을 풀 수 있게 됐습니다. 학원에 다니지도 않았고, 하루에 학습한 시간은 30분 이하입니다.
저의 어린 시절을 생각해 보면, 연산을 별도로 학습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안아한테는 매일 조금씩 연산 문제도 풀게 시켰습니다. 역시 꾸준히 학습하다 보니, 더하기 빼기의 원리를 알고 쉽게 풀어냈습니다.
그리고 이제 구구단의 시절이 왔습니다. 연산 학습에 체계적으로 구구단을 외울 수 있는 문제들이 있었지만, 별도로 점검했습니다. 예를 들어 5단을 공부할 때면, 5단 테스트를 진행한 것이죠. 계속 틀리고, 또 틀리고. 하지만 역시 꾸준한 연습으로 구구단을 완벽하게 외울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학습 부분을 다루다 보니, 엄청난 시간을 학습에 할애한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매일 조금씩 하는 게 원칙이다 보니, 모든 학습 시간은 집중해서 하면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면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종종 학습 시간이 길어질 거 같으면, 적절한 수준에서 중단시켰습니다. 예를 들어 수학 시간이 길어져서 독서 시간이 부족하면 독서 시간을 줄였습니다.
수학은 안아가 좋아하는 과목은 아닙니다. 다른 과목과 비교해서 진도도 늦고, 생각만큼 쉽게 이해하지도 못합니다. 여기서 부모는 갈등합니다. ‘잘하는 걸 시키자!’ 혹은 ‘잘못하니까 더 시키자!’ 판단은 부모와 아이가 결정할 사항이지만, 저는 ‘꾸준함’을 답으로 생각합니다.
못하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특히, 수학을 포기하면 좋은 대학을 포기해야 하는 현실에서는 어릴 때부터 수학에 많은 시간을 투자합니다. 그러나 안아가 대학교에 입학할 때쯤에는 과연 대학의 위상이 지금과 같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학적 지식은 어느 정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수학 문제를 해결하는 동안 얻어지는 사고력 등도 필요합니다. 그러니 잘하지 못해도, 혹은 잘못해도 ‘꾸준함’이 필요한 과목이라고 생각합니다.
◇ 자기 주도적 학습
학습과 관련한 선전이나 학원가의 창문에는‘자기 주도적 학습’이라는 글씨가 보입니다. 말 그대로 스스로 공부한다는 의미입니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니고, 하나부터 열까지 다 가르쳐 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가능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모르면 가르쳐 줘야 하고, 처음에는 당연히 관리 감독하면서 시켜야 합니다.
아이들이 알아서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뭘 하라고 해도 금세 실증 내기 일쑤입니다. 그래서 부모와 아이는 끊임없이 ‘밀당’을 해야 합니다. 달래기도 하고, 엄하게 목소리를 높이기도 하고. 물론,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곤욕을 치를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제가 가르칠 수 있는 영역은 사교육을 시키지 않습니다. 어차피 학습 방법이 중요한 것이어서 과외하듯이 친절하게 설명하지도 않습니다. 예를 들어 수학 학습을 한다고 하면, 문제집을 주고 풀게 합니다. 그리고 모르는 문제를 가져오면 도와주는 방법을 택합니다.
학습을 스스로 알아서 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서 보충 학습을 할 수 있는 수준이 될 수 있는 자녀는 많지 않습니다. 자기 주도적 학습은 역시 ‘꾸준함’을 바탕으로 가능한 일입니다.
◇ 좋은 아빠 TIP
1. 아이의 학습 모델은 부모입니다. 부모가 독서하고 학습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가장 좋은 교육입니다.
2. 아이의 학습 초기에는 ‘꾸준함’이 중요합니다. 장단점을 발견하는 것, 중요한 일이지만 결국 장점을 발전시키고, 단점을 보완하는 방법은 결국‘꾸준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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