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대변인 자비훌라 무자히드는 재집권 후 첫 기자회견에서 “지금부터 누구도 헤로인 거래에 관여하거나 마약 밀매에 관여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헬만드 지역을 최대 산지로 하는 아프가니스탄의 아편 수확량은 전세계 공급량의 80%에 이르고 2018년 기준으로 아프가니스탄 경제에서 아편 생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최대 11%로 추정되기까지 했다. 바로 이 아편을 원료로 하는 마약이 헤로인이다.
헤로인은 마약성 진통제로 널리 알려져 있는 모르핀의 강화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도취감의 강도가 극도로 높아 의존성이 높은데다, 심각한 구토, 설사, 발열 등을 동반하는 금단증세로 인해 중독 치료 중 사망자가 발생할 만큼 벗어나기 어렵다.
탈레반 대변인 자비훌라 무자히드가 “우리가 집권했을 때는 마약 생산이 없었다”면서 “탈레반은 아편 재배를 다시 ‘0’으로 돌려 놓겠다”고 밝혔지만 탈레반 집권 초기에 해당하는 1998년에 비교해 탈레반 집권 말기로 접어든 2000년의 아프가니스탄의 아편용 양귀비 재배 면적이 50% 이상 증가했다는 것이 미 국무부의 평가다.
재집권에 성공한 탈레반이 양귀비와 헤로인 생산을 중단, 금지한다고 해도 ‘탈레반의 친구들’이라 할 수 있는 이슬람 원리주의 무장단체들의 선택은 다를 수 있다. 실제로 ISIS, 보코하람, 알카에다는 소말리아 등 아프리카를 경유해 아시아에서 생산된 헤로인을 유럽과 북미로 보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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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중개 무역은 아프리카 일대에서 활동하는 이슬람 원리주의 무장단체들의 주요한 자금원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럽에서 소비되는 헤로인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유래한 헤로인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러시아가 아프간에 최소 4천 명 은신 중이라고 밝힌 ISIS는 물론 다른 이슬람 과격단체들도 카불에 진입하는 등 활동을 재개하고 있다. 8월 26일 발생한 카불 공항 테러 배후에 대해 미국은 카불 공항 안전을 위협하던 IS라고 즉시 지목하기도 했다.
탈레반과 갈등 관계에 있는 ISIS는 물론 다른 이슬람 과격단체를 탈레반이 지속적으로 통제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특히 ‘탈레반 2.0’을 자칭하는 재집권 탈레반의 온건화, 세속화에 대해 불만을 가진 탈레반 강경파가 분화되어 나올 가능성이 높고, 이들은 ISIS 등 강경 이슬람 원리주의 무장단체와 보조를 맞출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들에겐 양귀비를 주재로 한 아편과 헤로인이 매우중요한 자금원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미 탈레반은 중국 측에 “우리 영토는 결코 이웃 국가들에 적대적으로 사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를 통해 짐작할 수 있는 것은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접경을 근거지로 하는 다른 이슬람 원리주의 무장단체의 활동을 통제하는 것은 것의 불가능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아프가니스탄은 양귀비, 아편과 헤로인의 온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7개의 부족 지역과 6개의 변경 지역으로 구성된 험준한 산악지대인 ‘파키스탄의 연방 직할 부족 지역(FATA)’은 탈레반의 모체가 된 지역이자 테러와의 전쟁 이래 아랍, 체첸, 우즈베키스탄, 위구르 등 민족을 뛰어 넘는 ‘이슬람 전사’들의 피난처로 평가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한편 FATA 지역은 아편 재배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파키스탄 조직범죄 대응 계획이 2020년 발간한 ‘파키스탄에서의 마악 거래’에서는 여전히 FATA에 속하는 ‘테라’ 지역을 양귀비 재배로 잘 알려져 있는 지역으로 꼽으며 그 이유로 FATA가 느슨한 행정력이 미치는 지역임을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재집권 이후 탈레반의 분화 가능성, 강경 이슬람 원리주의 무장 단체들의 아프가니스탄 재결집 양상 등을 고려하면 아프가니스탄 접경 FATA는 언제든지 ‘탈레반 2.0’ 이후에도 양귀비와 헤로인의 세계적 공급지로 거듭날 가능성이 높다.
사실 헤로인은 한국에서 주로 소비되는 마약이 아니다.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금년 상반기 적발된 헤로인은 1,210.26g에 불과하다. 그러나 코로나19 상황으로 비대면 유통이 늘면서 다크웹(특정프로그램을 통해서만 접속할 수 있는 웹사이트)이나 SNS를 활용한 마약 유통이 증가하고 있다.
탈레반 재집권을 계기로 강경 이슬람 원리주의 무장 집단이 우리나라와 교류가 잦은 동남아시아에서 활동을 재개하거나 동남아시아에서의 마약 거래를 통해 자금을 확보하려 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재집권을 인권의 문제나 미중 갈등과 같은 국제 관계의 문제로만 바라볼 것이 아닌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우리 사회에도 구체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대해서도 숙고해야 할 것 중 하나, 바로 “양귀비와 헤로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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