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독점시장을 원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출처: 픽사베이)
이번 회에 다룰 개념은 마이클 포터의 ‘5-Force 모델’ 중 ‘신규진입자의 경쟁력’이다. 이는 소위 ‘진입장벽’이라 부르는 개념과 관련이 있다. ‘진입장벽’이란 기업이 특정 산업에 진입하기 위해 극복해야 하는 유무형의 장애물을 말한다. 여기에는 해당 산업을 하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야 하는가, 거대한 자본금이 필요한가, 시장 내 경쟁이 심한가 등의 항목이 해당된다. 때에 따라서는 법률적 규제나 윤리적 가치관도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때가 있다.
창업에서도 이런 진입장벽이 어떤 형태로 나타나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을 뿐, 누구나 ‘신규진입자 리스크’를 갖고 있다. 상대적으로 창업하기 쉬운 업종, 주목받는 업종의 경우에는 진입장벽이 매우 낮기 때문에 언제든지 나의 비즈니스에 새로운 도전자가 등장할 확률이 높다. 그 반대라면 여간해서는 경쟁자가 등장하지 않음으로 어느 정도의 독점적 지위를 누릴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누구나 원하는 독점시장
그렇기 때문에 모든 창업자는 나만을 위한 독점시장을 꿈꾼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나 혼자 시장을 개척하고 시장이 활성화된 후에는 나 외에는 누구도 들어올 수 없도록 시장의 문이 닫히길 바란다. 그래서 가장 보편적으로 이상적으로 여기는 비즈니스 전략은 ‘블루오션 전략-선점전략-가격파괴 전략-독점전략-플랫폼 전략’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 한다.
즉,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나만의 넓은 시장을 찾아낸 다음, 나 홀로 특화된 비즈니스로 대량의 고객을 확보한 후, 무료에 가까운 가격으로 다른 진입자들의 진입을 방해해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고, 이를 플랫폼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다양한 비즈니스가 어우러질 수 있는 장(場)을 제공했다는 것만으로도 투자와 수익을 올릴 수 있으며 플랫폼을 통한 협업과 공존이 가능해진다. 즉, 천하를 제패하고 통일한 후 평화를 누린다는 시나리오다.
하지만, 필자의 설명은 지극히 기본적이고 당연한 일반론일 뿐이며, 단순한 설명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로 비즈니스 세계는 매우 다양하고 복잡한 형태로 나타난다. 눈에 보이는 진입장벽이 아닌, 눈에 보이지 않는 진입장벽도 존재하기 때문에 더욱 많은 변수를 염두할 필요가 있다.
◆성벽을 쌓지 않는 현대전 - 그럼에도 여전히 야전축성(夜戰築城)을 하고 있다
단적인 예가 문화유적지가 되어버린 성벽이 아닐까? 전쟁은 인간의 역사와 함께한 것으로, 옛날부터 전략요충지였던 곳에는 축성(築城)이 이루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칼과 창으로 부딪히고 활을 사용하던 고대 전쟁에서는 성과 성벽은 매우 유용한 것이기도 했다. 아군을 보호하면서 적군을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성벽을 깨뜨리고 성을 공략하기 위한 공성 병기들이 발달하기 시작했다. 투석기와 공성추를 이용해 성문과 문루, 성벽을 깨뜨리는 것이 전통적인 공성 방법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러나 화약 무기의 발명과 내연기관의 발명은 이런 고대의 전술을 무력화하기 시작했다. 대구경 화포를 이용해 성을 공격할 수 있게 되었고, 기갑부대는 대규모 병력을 우회 기동시킬 수 있게 했으며, 항공기는 공중에서 공격할 수 있기에 성과 성벽은 현대전에서 힘을 잃게 되었다.
이에 따라 현대전에서 말하는 야전 축성은 고대와는 다른 형태로 발전했다. 높고 두껍게 쌓아 올리는 성벽은 없어졌다. 대신 어떤 화포에도 견딜 수 있고 몸을 숨길 수 있도록 깊게 파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지뢰와 철조망을 이용해 병력과 기갑부대를 우회시킨다. 이는 적의 진군을 지연시키는 한편, 아군의 화력을 효과적으로 집중시키는 것으로 변화했다.
여기서 착안할 점이 바로 이것이다. 땅 밑으로 파고 들어가는 참호, 지뢰와 같은 것.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설치하는 행위도 ‘축성(築城)’의 하나로 본다는 것이다. 참호 속에 강력한 적군이 얼마나 숨어있는지 함부로 예측할 수 없다. 지뢰의 경우, 작고 사소한 폭발물이라도 심각한 손상을 준다. 더 무시무시한 것은 참호와 지뢰, 철조망 등이 있는 곳은 완벽한 사지다. 적의 참호 근처의 철조망과 지뢰밭에 들어가게 된 경우, 옴짝달싹 못 하고 죽음을 기다려야 한다. 이것이 최근의 창업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출처: 픽사베이)
이번에도 사례를 통해 플랜B를 구상해보자
[CASE-1] 소자본 창업을 구상하던 이OO 씨. 5천만원 이하의 금액으로 혼자 운영할 수 있는 작은 매장을 차리고 싶었다. 적절한 아이템을 찾으려 전국의 장터와 노점을 돌아다니게 되었는데, 우연히 강원도를 여행하다 전통시장에서 닭강정을 맛있게 하는 가게를 찾게 되었다. 손이 발이 되도록 빌다시피 해서 기술을 전수 받은 다음, 동네에서 열 평 남짓한 점포를 얻어 닭강정 창업을 하게 되었다. 오픈한지 석 달이 되자 단골도 늘어나고 사람들이 줄을 서서 먹는 소문난 가게가 되었다. 이런 식이라면 1년에 1억도 벌겠다는 꿈에 부푼 이 사장.
그러나 어느 날, ‘OO닭강정’이라는 가게가 옆 골목에 들어왔다. 매출이 줄기 시작하자 근심이 커지기 시작한다. 그런데 한 달도 채 안 되어 다른 골목에 ‘XX닭강정’이 들어선다. 한 주 지나자 같은 블록에 또 다른 닭강정 체인이 들어온다. 닭강정 가게를 연 지 반년이 지난 시점에서 월급은커녕 이대로 가다가는 월세도 못 내게 생겼다. 어떻게 해야 할까?
[CASE-2] 아내와 작은 카페를 오픈한 서OO 씨. 둘의 저축과 퇴직금을 합치고, 어렵게 장만한 아파트를 담보로 받은 대출금으로 운영자금을 삼아 알뜰살뜰하게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가게도 예쁘고 커피 맛도 좋은데, 의외로 손님이 많지 않아 근근이 영업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 그런데 어느 날 옆 가게였던 핸드폰 가게가 나가더니 인테리어 공사가 시작된다. 흘끔흘끔 쳐다보니 작은 주방시설과 카운터를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동종업체인 카페가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가슴이 철렁한 데...
다행히 며칠 후 컵밥집이 들어온다는 것을 알고 안도한 서OO 씨. 컵밥집에게는 컵밥 구매고객에게 커피 할인 서비스를 해주기로 약속하며 제휴마케팅도 꿈꿔본다. 하지만 컵밥집이 영업을 시작하고 난지 얼마가 지나도 카페를 찾는 손님은 늘어나지 않는다. 한편으로는 컵밥집도 장사가 안 되기는 마찬가지. 답답해진 서OO 씨는 반대편 블록에 있는 카페들은 어떻게 영업하는지를 조사해보게 되었다. 반대편 블록은 반년 사이 카페가 3개 더 출점해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 그런데 손님들이 바글댄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대체 진입장벽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첫 번째 사례는 소자본 창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진입장벽이 없는 창업 아이템으로 프랜차이즈 업체가 우후죽순처럼 생기며 비극이 시작된 것이다. 시장이 포화하고 선도한 업체와 신규 업체의 경쟁력 차이를 느낄 수 없게 되면, 기존에 선전하던 업체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 식량이 떨어진 쪽이 패배하는 공성전과 마찬가지다. 그런데 언제까지 버텨야 할지는 아무도 모르며,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이 경우의 플랜B는 얼마나 오래갈 수 있는가를 예측하는 것, 지속 시기를 더 늦추는 것, 이런 상황 속에서도 고객에게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멘탈을 유지하는 것이겠다.
두 번째 사례는 경쟁자가 없는 경우로 볼 수 있지만, 구매자 입장에서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케이스였다. 구매자 입장에서는 다양한 선택지를 갖고 싶을 수 있다. 먹자골목이 형성되면 먹는 장사 모두가 성공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 경우, 소비자의 구매 정서가 보이지 않는 진입장벽이 되어버렸다. 특별한 커피 이벤트, 독서 모임 등을 주도하고 유치해 고객들이 점포에 대해 정서적 친밀감을 느끼도록 유도해야 한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고객 사이로 들어가는 방법이다. 하나의 예를 들자면 카페 운영자 스스로 여러 동아리에 가입하고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모임을 주도하다보면 쉽게 해결된다. 운영자를 만나기 위해 카페를 찾아오는 멤버, 카페에서 동아리 모임을 갖는 멤버들이 늘어나면 손님몰이에 도움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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