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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일기(07)] 3월 10일(목) ‘내로남불’의 시대

조연호 작가 승인 2022.05.04 14:00 | 최종 수정 2022.05.04 17:53 의견 0


해가 점차 일찍 뜨기 시작하니, 몸도 반응해서 눈이 일찍 떠집니다. 아침 6시. 6시는 하루에 두 번 있는데, 저녁 6시는 저녁이라는 말에 거의 이견이 없는 듯합니다. 하지만 오전 6시는 아침과 새벽의 경계선에 있는 시간이어서 그런지, 새벽을 붙이는 사람도 있고 아침을 붙이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의 시간관념에서는 5시 이전은 새벽, 6시 이후는 아침입니다. 그리고 5시에서 6시 사이는 특별한 지칭을 하지 않습니다. 잠시 지난 날 선거와 관련한 기사들을 훑어보다가 일어나서 이른 아침과 간식을 챙겨줬습니다. 설거지까지 마치고 어머니의 검사 결과를 기다렸습니다.

오전 9시가 넘으니 결과가 나왔습니다. 실 날 같은 희망은 정말 실 날이었습니다. 양성이었습니다. 이미, 예상을 하고 있었던지라 당황하지도 않았습니다. 다만, 일흔이 넘은 어머니의 연세를 고려할 때 코로나로 인한 고통이 덜하시길 바랄 뿐이었죠. 고령인 어머니한테는 담당 병원이 정해져서 하루에 2회 건강상태를 체크했습니다. 그 전화는 제가 받을 수 있도록 했고요. 처음에는 불친절한 듯한 목소리에 짜증을 내려고 했는데, 잠시 생각해보니 담당자가 챙겨야할 환자가 엄청 많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고생 많으시네요. 한 두 명도 아니고, 굉장히 많은 환자를 체크하셔야 할 테니까요.”
“네. 고맙습니다. 정신이 없네요!”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옛말이 있는데, 실제로 노고를 격려해주니, 목소리 톤이 달라지네요. 참 말의 힘이란 …

확진과 동시에 비대면 진료로 약을 지었습니다. 그리고 최대한 격리 조치를 했습니다. 저는 이제 3명의 확진 자와 생활하게 됐습니다. 확진 전까지 어머니와 매끼 식사를 했으니, 저도 전염됐을 가능성이 한층 더 높아졌습니다. 이런 걱정과 별개로 할머니의 확진은 아이들에게는 즐거움이 됐습니다. 할머니 방을 출입할 수 있었으니까요. 밥도 같이 먹고, 텔레비전도 보면서 할머니와 시간을 보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확진 초기에는 그럭저럭 버티시더니, 이내 앓기 시작하셨습니다. 심한 몸살을 앓듯이 힘들어 하셨습니다. 기침도 심하게 하셨고요. 아이들은 이제 더 회복돼 얼마 남지 않은 격리 기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어머니께서 그 바통을 새롭게 이어 받아 환자가 됐습니다.

어머니의 확진 문자와 함께 저는 PCR 검사를 하러 출발했습니다. 가장 사람이 없을 거로 생각한 임시 진료소에 방문했는데, 주차할 곳조차 찾기 힘들었습니다. 빙빙 돌아서 빈자리를 찾아 어렵게 주차하고 대기 줄을 보니, 까마득합니다. 그래서 주변에서 안내하는 분한테

“여기 서 있으면 오전 중으로 검사는 받을 수 있나요?”
사실, 줄만 보면 언제 제 차례가 올지 알 수 없었습니다.

“네, 약 한 시간 정도 걸리 실 거예요.”

참 다행이었습니다. 한 시간만 기다리면 검사를 받을 수 있다는 게 참 감사했습니다. 생각보다 긴 시간이 아니어서 바로 긍정모드로 전환됐습니다. 주변에는 이래저래 담소를 나누는 대기자들이 많았는데, 괜히 불안했습니다.

사실 침묵하는 게 서로 도와주는 것이었는데 검사 대기자끼리 뭔 말이 그렇게 많은지, 마치 소풍이라도 나온 것처럼 처음 만난 사람끼리도 자신이 검사받게 된 내막을 자랑이나 되듯이, 정말 뭐가 자랑인지는 모르겠지만 … 쉬지 않고 이야기 하고 있었습니다.

정말 속으로는 별의별 욕을 다했지만, 참았습니다. 주로 뇌의 발달 수준이 정상적이지 않은 사람들이 시상하부의 욕구에 지배된다는 글을 읽은 적 있었는데, 정상적으로 머리가 커진 제가 참는 게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선거기간 내내 유행어처럼 등장한 단어가 ‘내로남불’인데, 이 말은 대한민국의 상황을 설명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 잡으려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일단, 잘 못을 저지르면 아니라고 우기고 그러다가도 안 되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고, 마지막에 다 들통 나면 나 만 그런 게 아니라고 오히려 역정을 냅니다. 다른 사람들이 잘 못 했으면, 내 잘 못이 사라지는 건가요? ‘공정’이라는 단어가 새로운 정권에서 어떻게 변질되는지 두고 봐야겠습니다.

한 시간 넘게 기다리고 난 후, 약 1초 정도 콧속에 기다란 봉을 넣고 휘집은 다음,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사실, 몸에 별 이상이 없어서 코로나에 걸렸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었으니까 초조하게 기다릴 뿐이었습니다.

돌아와서 아이들과 어머니께 점심을 챙겨주고 저만의 방에 들어갔습니다. 매끼 식사와 간식을 챙기고, 약을 챙긴 후에 설거지 하는 게 다였는데, 쉬운 일이 아니네요. 전체 시간으로 따지면 한 시간 정도 소요될 뿐인데, 하루 내내 뭔가를 계속 하고 있는 듯했습니다.

답답한 몸과 마음을 조금 유연하고 유쾌하게 하려고 꾸준히 운동도 하고 산책도 하면서 컨디션 조절을 했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했는지 심신이 지쳐가고 있었습니다. 잠을 잘 때도 마스크를 착용하는 바람에 오른쪽 귀에는 생채기가 나서 땀이 나면 쓰라렸습니다. 처음에는 이유를 몰랐는데, 알고 나니 어처구니가 없기도 했습니다.

‘이게 뭔 일이란 말인가?’

그래도 마스크는 몸을 씻을 때를 제외하고는 절대 귀에서 떼어 놓지 않았습니다. 저만의 공간에 들어가서 문을 닫고 쉴 때도 마스크는 제 몸의 일부인 듯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미세 먼지는 개의치 않고 작은 창문을 항상 열어두고 환기시켰고요. 밤이 되니, 창으로 찬 공기가 천천히 방으로 스며듭니다. 개인적으로는 시원함을 좋아하니, 나쁘지 않았습니다. 호흡기로 찬 공기를 느끼기보다 얼굴로 서늘함을 느끼며 눈을 감습니다.

‘그래도 나는 걸리지 않았을 거야!’라고 생각하면서 잠이 들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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