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논단] 납득할 수 없는 인권위의 권고 - 채플 강요는 종교 자유 침해?
칼럼니스트 이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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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2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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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의 판단을 납득할 수 없습니다. 인권위에 따르면, 기독교 재단이 설립한 대학이라도 학생들에게 채플 수업을 반드시 이수하게 해서는 안 됩니다. 종교를 선택할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인권위가 확일화된 사회를 만들려 한다는 점은 둘째 치더라도, 추론 과정 자체가 이상합니다. 밀가루로 면을 뽑는 국수집은 제 발로 들어온 손님에게 밀가루 취식을 강제하는 것일까요? 밀가루로 면을 뽑는 국수집이 다양한 면을 고를 자유를 침해한다고 말하기는 힘듭니다. 대체로 국수집은 시장을 독점하고 있지 않고, 손님은 다양한 대안 중 하나를 고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누구도, 어떤 사회 구조도 밀가루로 면을 뽑는 국수집에 들어가도록 강제하고 있지 않습니다. 기독교 종립대학과 채플도 마찬가지입니다.
성적과 통학거리 탓에 하는 수 없이 기독교 대학을 골랐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그런 식으로 따지면 자유를 보장할 방법 따위는 없습니다.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부당한 강제를 폐지해야 합니다. 그런데 희소함이 초래한 경쟁과 물리적인 이동거리까지 부당한 강제로 본다면, 강제를 폐지하기 위한 과정에서 너무 많은 자유가 희생될 것입니다. 누군가의 자유는 언제나 다른 누군가의 자유를 억제하며 의무를 부과할 때 보장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인권위는 학생이 종교를 고를 자유와 종립대학이 종교를 가르칠 자유 사이에서 균형을 잡지 못한 셈입니다. 인권위의 판단은 종교의 자유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훼손할 것입니다. 인권위는 종립대학이 종교를 가르칠 자유를 차단해서 학생이 종교를 고를 자유를 극대화하려 했습니다. 이는 밀가루로 면을 뽑는 국수집을 폐점시키고 다양한 음식을 고를 자유를 보장하려는 꼴입니다.
자기 생각을 설파할 수단을 보호하지 않는 사회에서, 다른 생각을 고를 자유는 무의미합니다. 한 가지 메뉴 밖에 없는 가게와 거의 모든 메뉴를 제공하는 푸드코트 중, 어느 곳이 선택할 자유를 더 보장하는지는 자명합니다. 자유주의, 사회주의, 기독교, 불교 등 다양한 생각이 공공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보존될 때, 우리는 다양한 생각 중 하나를 고를 자유를 누릴 수 있습니다.
생각이 자유로운 사회는 다양한 의견을 살려두는 사회입니다. 사람들에게 버림받아서 자연도태되는 생각은 어쩔 수 없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믿고 따르는 의견은 존중해야 합니다. 그래야 '생각할 자유'를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모든 사람은 공공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자신의 생각을 알릴 수 있어야 합니다. 기독교인에게는 종립대학이 그 수단입니다.
인권위는 기독교인이 자기 생각을 설파할 수단 하나를 특별한 근거도 없이 없애려 하고 있습니다. 자기 생각을 설파할 수단을 차단하는 것은 선택할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선택지를 줄여서 획일화된 사회를 만드는 것입니다.
사회가 인권위의 판단에 따른다면, 여러 자유들 사이에서 균형을 잃고 부당한 억압을 남용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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