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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만드는 공간, 함께 만드는 동네(7)] DIT 워크숍 1일 차

윤준식 기자 승인 2022.08.28 16:44 의견 0

도시재생 스타트업 오롯컴퍼니 이종건 대표님과 함께 하는 DIT 이야기. 7회에서는 2박3일의 DIT 워크숍을 가정하고 첫째날의 시츄에이션을 설명합니다.

[오롯컴퍼니 제공]

윤준식 편집장(이하 ‘윤’): 이번에는 실제적으로 진행되는 DIT 워크숍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오롯컴퍼니 이종건 대표(이하 ‘오롯’): 한 달 전부터 DIT를 기획해야 한다는 점을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는데, 그만큼 치밀하게 설계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비숙련자들과 진행하는 데다, 공간뿐 아니라 공동체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어떻게 설계하고 완성할 것인지 기획하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윤: DIT를 하기 한 달 전에 우리가 원하는 공간이 무엇인지를 함께 토론하는 오픈이노베이션 방식으로 설계를 하잖아요? 그렇더라도 전문가가 한 설계가 아니기 때문에, 보완 과정을 거쳐서 DIT가 준비된다고 말씀하셨어요. 정확히 어떤 것들이 준비되나요?

오롯: DIT는 DIY 교육과 커뮤니티 디자인이 결합된 형태입니다. 참가자들은 단순히 DIY 시공 능력을 배양하기 위해 참가하는데요. “이런 공간이 만들어지면 좋겠어”를 넘어 사람들이 동일하게 배운 기술을 동일하게 쓰면서 공간이 만들어지는 데 적절한 DIT용 디자인이 나와야 합니다.

그다음 작업에 관련된 재료들을 준비하고, 어떤 기술들이 추가로 필요할지를 정리합니다. 팀 내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기술이 필요하다면 강사진 구성도 다시 하죠.

기획팀끼리만 준비하는 게 아니라 관계가 맺어진 주민, 학생들과의 단톡방을 만들어 “이런 디자인은 어떨까?”, “저런 디자인은 어떨까?” 구현 가능한 것들을 묻고 계속 의견을 조율합니다. 사전 워크숍에서 어느 정도 결정이 지어지지만 더 하고 싶은 게 생각날 수도 있으니까요.

또, 공간을 미리 정해놓고 진행하지 못하고 막연하게 “이런 공간을 만들고 싶다” 정도의 상황일 때는 공간도 섭외해야 하기 때문에 충분한 준비 시간이 필요합니다. 만약 다 준비돼 있는 상황이라면 시간은 훨씬 단축되겠죠!


윤: DIT 당일 비숙련자들이 왔을 때 짧은 교육을 받고도 작업을 충분히 해낼 수 있을까 의심도 들어요. 한 달 사이의 준비 기간 동안 집수리 워크숍을 하거나 목공 기술을 따로 배울 수 있다면 좀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오롯: 이미 공간기획 워크숍에서 어느 정도 디자인이 나왔으니까 처음 하는 사람의 입장, 비숙련자 중에서도 수준이 낮은 사람을 기준으로 어떻게 교육할지 계획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슷한 수준의 사람들을 모아서 진행하는 게 효과적이에요.

DIT 당일 전날까지 준비해야 할 것 중에 가장 큰 건 자재와 장비지만, 더 중요한 건 DIT에 참여하기로 한 구성원들에게 준비기간인 한 달간 끊임없이 동기부여를 시켜야 합니다. 의지가 충만한 상태에서 워크숍 1일 차가 시작될 수 있도록요.

윤: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의지를 강화시켜 나가나요?

오롯: 예를 들어 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는 주민이용공간, 주민들이 실제 쓸 공간을 염두에 두고 만든다는 것으로 동기부여를 하고요. 학교라면 동아리방처럼 학생들의 니즈가 높으면서도 인테리어 회사에 맡기기는 어려운 아이디어를 반영한 특이한 공간들을 더 시도할 수 있죠. 실제로 “오락실처럼 만들고 싶다”같은 바람이 기획으로 나온 적도 있거든요.

상상한 그대로 구현하는 건 어렵지만 “여러분이 하고 싶은 게 뭐냐?”라고 계속 질문하면서 본인들이 만족할 수준까지 설득해나가는 과정과 함께 동기부여 시켜요. 즉, 커뮤니티 디자인은 시공 DIT 워크숍에 들어갈 때부터가 아니라 기획 단계에서부터 시작되는 거죠.

윤: 실제 재미있는 변화가 일어나고 큰 이벤트가 이루어지는 건 DIT 워크숍이 진행되는 3일의 시간이지만, 이미 DIT가 기획되는 시점부터 DIT는 시작된다. 즉 기획회의부터 본격적인 커뮤니티 디자인이 스타트된다!

오롯: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한 준비도 철저히 합니다. 일반적인 인테리어랑은 다르게 DIT는 돈을 쓰는 주체가 있고, 참여 주체가 따로 있잖아요? 이 사이를 어떻게 조율해 나가느냐도 커뮤니티 디자인의 영역 안에 들어가요. 예산은 일반 공사처럼 들어가는데 기술 수준이 천차만별인 참여자들의 DIY로 진행해야 하고, 또 주민들이 해낼 수 있는 수준에서 결과물들을 도출해내야 하는데, 이 갭이 생각보다 엄청나거든요. 결국 그 간극을 DIT를 주관한 팀에서 맞춰줘야 하죠. 그러다 보니 워크숍은 3~4일로 끝나지만 완성을 위해 전문가들이 마무리 짓는 시간과 예산도 따로 확보해야 합니다.

즉, 2박 3일에서 3박 4일로 DIT 일정을 제시했지만, 전체 시공 일정은 일주일 이상으로 잡습니다. DIT 워크숍의 비중도 전체 공정의 3분의 1일 정도로 잡는 게 이상적이라고 생각해요.

[오롯컴퍼니 제공]


윤: DIT 당일은 몇 시부터 일정이 시작될까요?

오롯: 일반적인 일과 시간과 동일하게 9시부터 6시까지가 전체적인 프로그램 일정입니다. 전일제 워크숍의 형태인데, 그보다 조금 더 일찍 모여 다함께 준비 운동을 하고 1일차 일과에 대해 설명합니다.

시공 교육도 치밀하게 준비하지만, 중간중간 커뮤니티 네트워킹 프로그램을 넣어 계속 동기부여를 시켜주고요. 이런 것들이 하나의 축제 느낌을 내서 계속 즐겁게 참여하도록 목표치는 조금 낮추고, 대신 결과물들이 좋게 나오도록 시공팀을 구성해 백업합니다.

통상 1일 차 9시에는 오리엔테이션을 합니다. 첫날 오전이니 사업 설명이나 기획팀, 시공팀을 소개하고, 어떤 참여자들이 모였는지도 설명합니다. 혼자 오신 분도 있고, 여러 명이 오는 경우도 있는데, 설레는 마음과 불안한 마음이 함께 있기 때문에 분위기를 부드럽게 끌어주면서 간단하게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많이 가져요.

오전에는 주로 큰 소리가 나는 장비들을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다룰 수 있는지 시범으로 보여드리기도 하죠. 오리엔테이션을 한두 시간 진행하고 본격적인 시공은 오후에 해요. 정리해 설명하면, 1일차 오전에는 전체적인 분위기를 봅니다.

참여자들이 장비를 한 번도 다뤄보지 않은 사람 위주일 때도 있고, DIT를 즐거워하고 DIY를 계속해온 분들이 많을 때도 있어요. 모집 단계에서 미리 검토하고 어느 정도 복안을 가지고 시작하지만, 현장에서 융통성을 발휘해 조율도 하고요.

윤: 첫날 오전의 귀한 시간이 그렇게 쓰이는군요.

오롯: 이 시간이 정말 중요해요! DIT는 관계성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프로그램이잖아요? 프로그램을 하고 나서도 자연스럽게 모임이 이어져서 계속 공간을 만들고 발전시켜 나가야 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시공으로 바로 들어가기보다 함께하는 사람과의 관계를 형성시켜주는 일에 주안점을 두고 그 수단으로서 시공을 활용합니다. 레크리에이션 프로그램에서 하는 아이스브레이킹처럼 “이번 2박 3일 재밌겠다!” 하는 분위기를 주는 거죠.

또, 의욕이 너무 앞선 분은 혼자 앞서서 작업을 하시거든요. 이분들에게는 공동 작업에 대한 이해를 시키면서 “나 혼자 이 공간을 뛰어나게 만들어야지”가 아니라 관계성 도모가 더 중요하며, 자신의 실력이 뛰어나다면 다른 분을 옆에서 도와주라고 계속 주문합니다.

[오롯컴퍼니 제공]

윤: 첫날 오전 프로그램이 끝난 후의 점심시간도 궁금합니다.

오롯: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삼삼오오 하는 식사를 권하지만, 꼭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저는 삼삼오오 먹는 걸 더 추천합니다. 20명 정도 모집했다면 5인 1조, 총 4조 정도로 분리하죠. 조별로 밥을 먹게 하는데, 미리 참여자들의 성향을 파악해서 조마다 리더십이 있는 분들이 자연스럽게 배치되도록 합니다.

보통 식사할 때 부드러운 얘기들을 나누잖아요. “어디서 왔어요?” 같은 질문도 하고, 사적인 얘기들도 오고 가죠. 그렇게 관계가 형성되고 나서 오후에 DIT에 들어가면 분위기가 훨씬 좋습니다. 물론 중간에 조를 섞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조별로 작업이 계속 진행되니까요.

윤: 오후 작업을 고려하면 식단도 중요하고, 빨리 먹고 정리해야 첫째 날의 성과도 날 것 같은데요.

오롯: 보통 도시락을 준비해 빠르게 먹습니다. 사전 조사과정에서 참여자들의 취향을 체크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식사는 건강 문제로 가리는 음식, 알레르기 여부, 비건 등을 파악해서 준비합니다. 참여자들이 불편함 없이 영양을 섭취하고, 오후에 육체적인 일들을 해야 하기 때문에 사전 한 달 동안 이런 조사까지 치밀하게 하죠.

겉으로는 행사 자체만 넓게 보면 될 것 같고, 시공만 신경 쓰면 될 것 같지만, 보이지 않는 많은 사람의 협업이 필요해요. 전체적으로 한두 명의 시공 교육자가 20명 정도는 교육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참여자 4~5명당 한 명의 시공자와 그 밖에 안전을 통제하는 스태프들도 필요하죠.

첫째 날 오후 프로그램은 미리 짜둔 공간 기획에 따라 진행되는데, 저는 공간에서 쓰는 최소 기술들을 도장, 목공, 타일, 전기 네 가지 부류로 나눠서 진행합니다. 참여자들이 더 배우고 싶어 하는 게 있다면 사이사이에 껴서 진행하고요.

또 첫째 날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밑작업이에요. 주로 건조 시간이 필요한 페인트칠을 하거나 목공 교육을 먼저 하는 편입니다. DIT의 목적을 반영한 디자인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작업 순서와 중요도가 정해져요. 테이블이나 가구가 들어가는 게 주인 DIT도 있고, 오랫동안 비어 있는 유휴 공간을 써보려는 경우에는 전체적인 공간 페인팅부터 조명 작업까지 진행해야 하죠. 선후 관계가 있는 시공들도 있고요. 꼭 첫째 날은 목공과 페인트를 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통상적으로 전체적으로 다듬는 목공 작업들을 먼저 시작할 뿐입니다. 해당 공간 디자인에 따라 작업 순서가 정해집니다.

[오롯컴퍼니 제공]


윤: 처음 접하시는 분은 장비 사용법을 잘 모르실 수도 있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요.

오롯: DIT에서 ‘DIY 시공교육’을 따로 분류해 표현해보자면 시공교육은 해당 시공이 들어가기 직전에 진행합니다. 최대한 선명히 인식해 배우기 좋게끔 그때그때 모아 한 번에 교육을 하고, 과정을 진행하는 식으로 순서를 번갈아합니다. 교육 한 번, 시공 한 번, 교육 한 번, 시공 한 번 이렇게요. 전체적인 프로그램 시간은 8시간 정도고요.

윤: 첫째 날 오후 1시에 식사를 마친다고 하면, 오후 6시까지는 5시간 정도밖에 남지 않고, 그 5시간 안에 교육과 시공은 물론, 장비 반납과 현장 정리도 해야 하지 않나요?

오롯: 그렇죠. 프로그램의 끝은 장비가 다 정리되는 시간까지니까요. 특히 숙박을 겸하는 워크숍이다 보니까 저녁 준비 시간도 필요하죠.

보통은 점심이 소화되는 1시 반 정도에 적절하게 준비 운동을 하고 본격적인 교육에 들어가요. 현장 상황에 따라 4시까지 시공을 마칠 수 있도록 교육과 작업을 진행합니다. 4시쯤 모든 작업을 마치고, 장비 정리를 다 같이 합니다.

전체 인원이 20명 정도 되기 때문에, 이미 목공을 해본 참여자가 있으면 부자재 가공속도가 빨라지며 4시간 안에 굉장히 빨리 기본 작업들이 진행되기도 해요. 목공을 경험해본 사람이 없다면 조금 더디게 가고요.

첫날은 관계 형성과 워밍업 위주로 프로그램이 흘러갑니다. 첫날 너무 과욕을 부려 참여자들이 지치면 안 돼요. 자재도 나르고, 왔다 갔다, 계속 서 있잖아요. 간단해 보이지만 힘들죠. 일과가 끝나고 나면 다들 “안 힘들 줄 알았는데 몸이 좀 아프다”고 말씀하세요. 그래서 다음 날 오전 프로그램에 요가라든지 스트레칭 시간을 따로 마련해 워밍업하는 시간도 배정합니다. 기획팀에서 이 모든 부분을 잘 준비해야 하죠!

윤: 첫날은 참여자분들에게도 중요하지만, 마스터들에게는 3일 안에 작업이 어느 정도까지 이루어질지를 가늠하는 굉장히 중요한 날이겠군요! 첫날 일정이 끝나면 바로 해산하나요?

오롯: 아닙니다. 이제 본격적인 네트워킹이 시작되는데요. 보통은 밤새 음주를 곁들여 “왜 DIT에 참여했느냐?”부터 시작해 많은 대화를 나누죠. 몸을 쓰고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참여하지만, 약간은 어색할 수 있거든요. 첫날 저녁 네트워킹 시간을 무조건 고려해야 해요. 첫째 날의 네트워킹 시간이 마지막 일정까지의 관건이라고 보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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