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알자] 일본의 싸움 ‘겐카(喧嘩)’와 對中관계
정회주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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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3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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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말로‘싸움을 걸다’라는 말을 일본에서는 ‘싸움을 판다(喧嘩を売る)’라고 하며, 반대로 ‘싸움에 응하다’는 뜻은 ‘싸움을 산다(喧嘩を買う)’고 표현한다. 즉 싸움에는 이권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사고 판다는 용어를 관용구로 쓰고 있다.
반면 일본의 중세 사회는 철저한 자력구제사회(自力救済社会)로, 당사자가 무사인 경우 사적인 원한 혹은 동산·부동산의 소유권을 둘러싼 분쟁이 확대되어 전투가 벌어지거나 가솔들의 사적인 싸움도 주군들의 싸움으로 발전하여 대규모 전투로 발전했다. 그러므로 다이묘(영주) 중에서는 ‘겐카료세이바이(喧嘩両成敗)’라는 법리를 가문의 법(家法)으로 채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즉, 원인을 불문하고 쌍방에게 동등한 형벌(원칙적 사형)로 처벌해 함부로 싸우지 못하게 하였을 뿐 아니라 서로가 사전에 의견을 절충토록 하는 제도이었던 것이다.
9월 29일은 일본과 중국의 국교가 정상화된 지 5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지난 6월 미국의 여론 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19개국에서 실시한 중국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한 내용을 보면, 가장 반중 감정을 드러낸 나라가 일본(87%)이었다. 심지어 가장 최근 일본에서 실시한 여론조사(言論NPO, 2022.9.1.) 결과에서는 이같은 중국과의 관계에 40%가‘불만’을 느끼고 있으며, 그 이유로 ‘현재의 양국 정치관계가 비우호적이기 때문’(40.3%)이 가장 많았고, ‘국교정상화 시 기대됐던 양국 협력에 의한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이 아직도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30.8%)가 그 뒤를 이었다.
이처럼 중국과의 관계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데 절충과 수습보다 싸움을 통해 이익을 얻는 집단이 누구일까? 돌이켜보면 2차 아베 정권 이후 중국의 경제적 부상과 센카쿠 문제 등으로 인한 극도의 경계심을 가지면서 일본이 전 세계에서 가장 중국을 싫어하는 국가가 되었는데, 이들의 배후에는 선동 정치인들이 있다.
이들은 최근 ‘타이완 문제는 일본의 문제’라면서 센카쿠 문제에 이어 타이완 문제까지 개입하고 있는데 국익도 국가의 이권이므로 싸움의 원인이 된다고 할 수 있지만, 이들의 사전에는 절충이 없다. 게다가 생전에 ‘전후 레짐으로부터 탈각(戦後 レジームからの 脱却)’을 강력하게 주장하던 아베 전 총리의 국장의 때, 명치시대에 만들어진 군가인 ‘구니노 시즈메(國の鎮め)’를 연주한 자위대도 마찬가지다.
대일본제국의 군가를 연주하는 자위대와 중국 견제를 부르짖으며 방위예산 증가를 노리는 선동 정치인들은 아베 사망을 계기로 권력투쟁을 표면화하면서 안보 위협으로 몰고 갈 새로운 포퓰리즘 소재를 찾아다닐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1_m-ioXaLL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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