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메뉴

[지방분권_이야기(31)] 좋은 디지털네이티브란? (상편)

3부: 미래 지방분권 시대의 주민은 청소년 #08

조연호 전문위원 승인 2022.11.11 00:36 | 최종 수정 2022.11.11 00:39 의견 0


이제 뉴디지털시대를 살아갈 청소년들에게 ‘좋은 디지털네이티브’를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과거에는 새로운 기술을 잘 사용하는 좋은 사용자면 족했습니다. 새로운 기기를 적극적으로 사용해 보는 ‘얼리 아답터(early adopter)’가 되거나, 능숙하게 다룰 수 있으면 됐습니다. 그러나 이미 디지털 문화 속(혹은 문명) 디지털 세대가 된 현 시점에서는 단순 사용자 차원을 넘어서야 합니다. 그래야만 ‘좋은 디지털네이티브’가 될 수 있습니다.

우선, 디지털 문화의 생산자가 될 수 있어야 합니다. 현재 디지털네이티브1.0–2.0세대는 디지털생산자이기보다는 소비자로 살아갑니다(물론, 일부는 생산자입니다). 디지털콘텐츠는 거의 무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대체로 무분별하게 사용합니다. 그러다 보니, 과거에는 여유 시간이 생기면 독서, 영화, 수다 등의 콘텐츠를 활용했다면, 현재는 고개를 숙이고 몇 인치되지 않는 스마트폰을 쳐다봅니다. 스마트폰 중독, ‘스몸비족’등과 같은 부정적인 언어가 생성된 이유입니다.

생산자는 뭔가를 만들어서 공급하는 사람입니다. 예를 들어서 ‘안드로이드’나 ‘ios’와 같은 디지털 생태계에서 활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거나, 유튜브나 인스타그램같은 디지털 플랫폼 등을 만드는 것 등입니다. 점점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개발자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디지털 활동이 더 활발해지고 편리해지고 있고요. 하지만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은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하고, 개발자 간의 교류도 활발해져야 합니다.

이런 협력을 위해서 실리콘 밸리와 같은 스타트업 단지가 조성되는 것이고요. 과거 독서 후, 혹은 영화를 보고 나서 이야기를 나눴던 것처럼 디지털 프로그램, 플랫폼 생산을 위한 토론이 활발해져야 합니다. 소프트웨어 개발만 개발이 아닙니다. 소프트웨어를 활용할 수 있는 하드웨어를 만드는 것도 생산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코딩’은 필수겠죠. 단, 국・영・수 등 주요과목을 배우듯이 학원에 다니는 방법은 그 효율성을 보장하기 힘들 것입니다. 친구들끼리 모여서 함께 동호회 활동을 하거나 물리적인 커뮤니티 활동을 하면서 아이디어를 내고 실현하는 생산자 모임이 돼야 합니다.

코로나 펜데믹 기간에 메타버스가 급부상하면서 기존 디지털화의 한계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더 많은 생산자(수익자)가 등장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춰질 거로 전망하기고 하고요. 그래서 디지털네이티브2.0세대가 ‘유튜버’를 하나의 직장으로 생각했다면, 디지털네이티브3.0세대는 ‘NFTer’를 장래희망으로 생각할 수도 있을 거라고 합니다. 물론, 모든 유튜버가 좋은 수익자가 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고소득을 올리는 사람은 소수에 그칠 거로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둘째, 좋은 정보를 취사선택할 줄 알아야 합니다. 3차 산업혁명을 ‘정보 혁명’이라고 합니다. 정보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는 의미입니다. 정보 혁명을 이야기 하지 전에 간략하게나마 기존 산업혁명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1차 산업혁명은 아시다시피,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시작됐습니다. 본격적으로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기 시작한 것이죠. 그리고 2차 산업혁명은 전기혁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24시간 생산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됐습니다. 잉여 생산물이 기하급수적으로 나오기 시작한 시대입니다. 산업혁명의 발생 조건은 ‘신기술+에너지원’입니다.

1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의 등장과 석탄이 에너지원으로 사용됐습니다. 2차 산업혁명은 전기의 등장에 석유가 본격적으로 에너지원으로 사용됐습니다. 게다가 산업혁명 시대를 거치면 이전 시대와 비교할 때 네트워크의 시공간이 훨씬 확대됩니다. 1차 산업혁명은 기차 등과 같은 교통수단으로 우마차가 지배했던 시대와 비교하면 인간이 활용할 수 있는 시공간이 훨씬 넓어졌습니다. 이후 발명한 전기는 그 시공간을 국외로 확장했고요. 3차 산업혁명은 인터넷이라는 기술에 정보라는 에너지원이 결합한 형태입니다. 인터넷은 인간의 시공간을 거의 무한으로 확대했습니다. 세계화도 이런 상황에서 가능했고요.

이 시대는 전 시대와 다른 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우선 기술 개발까지는 비용이 들었지만, 이후 사용자가 많아지니 그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졌습니다. 쉽게 생각해서 집에 설치한 인터넷을 생각해 보면 됩니다. 아무리 많이 사용해도 정해진 요금만 내면 됩니다. 그래서 거의 무료에 가깝게 수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정보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비용이 거의 들지 않으니, 내가 원하지 않아도 정보의 바다에서 헤엄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제 새로운 혁명 시대입니다. ‘4차 산업혁명’이라고도 하고 MIT대학 교수 에릭 브린욜프슨(Erik Brynjolfsson)처럼 ‘제2의 기계혁명’이라고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처럼 ‘3차 산업혁명’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하고요. 기준에 따라서 새로운 시대를 달리 부르기는 하는데, 분명한 것은 ‘혁명’이라는 언어를 공통적으로 붙여야 할 만큼 큰 변화를 예상합니다.

이 시대는 더 저렴한 가격에 훨씬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반드시 갖춰야 할 조건이 판단력입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허우적대지 말고 꼭 필요한 양질의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메타버스를 기준으로 나눌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은 여전히 실재 세계였습니다. 메타버스에 대한 상상력은 있었지만, 현실화까지는 거리가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제 상상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여전히 많은 사람이 모르고 관심 없고(여전히 메타버스에 대해서 잘 모르는 대중이 대부분입니다. 게임으로만 인식하는 게 대부분인 듯합니다), 기술적인 한계도 있지만(메타버스가 원활하게 활용되기 위해서는 6G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이런 현상을 가리켜 캐즘(Chasm)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술적으로나 대중의 관심 정도로 볼 때, 캐즘을 극복한 듯합니다.

미래의 투자처로 대기업들이 관심 갖고 있고, 국가차원에서 지원하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결국 더 많은 정보(빅데이터)를 얼마나 빨리 처리(6G)하는 가에 따라서 성패가 좌우될 것입니다. 더 많은 정보 속에서 좋은 정보를 찾아야 하니, 판단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겠죠.

셋째, 적극적인 시민이 돼야 합니다. 우리는 여전히 중앙집권주의 시대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지역 방송국이 생기고, 지방자치제가 실행된 지 30년이 지나고 있지만 여전히 중앙방송을 선호하고 대통령 선거가 지방선거를 크게 압도합니다. 20대 대선 기간에 국회의원 보궐 선거가 있었지만, 관심 밖이었습니다. 대통령이 바뀐다고 해서 실제로 우리 일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솔직히 국회의원 선출도 우리 삶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합니다.

그러니 국회 해체라는 표현도 종종 등장하는 것이죠. 이전 정부가 실패한 정책 중 하나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수 있습니다. 목적이야 집 없는 국민에게 자기 집 마련의 기회를 주고, 투기하는 사람들에게는 경종을 울리겠다는 것이었죠.

그러나 각 지역은 상황이 모두 다릅니다. 서울과 수도권에 어울리는 요소가 있다고 하더라도 부산과 대구에는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도시가 다르고 촌락이 다릅니다. 인구 분포가 다르고 주거 환경이 다르고, 산업 현장이 다릅니다. 이 모든 걸 고민해서 중앙정부에서 다양한 정책을 마련할 수 있었을까요? 불가능합니다. 오히려 지방 자체에서 부동산 정책을 검토하고 이를 바탕으로 아래에서부터 정책을 제안하고 실행했다면 어땠을까요?

그렇기 때문에 적극적인 시민(주민)이 돼야 합니다. 내 재산을 지키고, 혹은 앞으로 좀 더 경제적 여유를 위해서 살기를 바란다면, 중앙정부에 모든 걸 위임해서는 안 됩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의구심을 가질 정도로 지역 상황에 관심이 있는 시민이 많았다면, 분명 많은 비판과 새로운 의견들이 나왔겠죠?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정부 정책에 대한 비난 – 집값이 떨어지거나 천정부지로 오르는 현상을 보고 힐난 – 은 했을망정 우리 지역에 필요한 정책에 대해서 고심하고 의견을 모아서 정부에 제안한 시민은 거의 없었습니다.

이슈가 되는 정책이나 상황에 따른 정보는 언제나 얻을 수 있습니다. 국가적 차원을 넘어서 국제적 수준에 이르는 정보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고요. 현 시점에서 정보를 습득하는 방법은 과거와 비교하면 차원이 다릅니다. 21세기 초반만 하더라도 인터넷으로 정보를 찾기 위해서는 컴퓨터 앞에 앉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어떤가요?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습니다. 진정한 ‘유비쿼터스’의 실현입니다. 그리고 단순히 검색의 편리만을 얻게 된 수준이 아닙니다.

현재 소유하고 있는 스마트폰의 능력은 80억에 육박하는 인류의 지능을 모두 합한 것보다 좋다고 합니다. 활용 수준에 따라서 인간이 할 수 없는 일들을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다는 의미죠. 이때 중요한 점은 수많은 정보를 확인하고 습득하되,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적용할 수 있는 수준의 정보로 재생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여전히 중앙에서 떨어지는 빵부스러기에만 만족해야만 합니다. 부스러기에 만족하지 않고 빵을 만들 수 있는 적극적인 시민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계속)

<저작권자 ⓒ시사N라이프> 출처와 url을 동시 표기할 경우에만 재배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