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살림연구소가 10월 14일 발행한 <나라살림리포트> 410호를 통해 "정부의 2025년 예산안을 분석한 결과, 총지출은 전년 대비 3.2% 증가한 677.4조원으로 편성되었으나, 재량지출 증가율은 0.8%에 그쳤다"고 전했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이번 예산안이 정부의 정책 방향이나 정치적 철학보다는 노인인구 증가와 물가상승으로 인한 의무지출 증가가 주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2025년 예산안에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인 분야는 과학기술 분야로, 17.3%(1.6조원) 증가했다.
이는 2024년 R&D 예산 삭감에 대한 비판을 의식해 2023년 수준으로 회복한 것으로 보이지만 내용상 기존 삭감과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2024년에 중소기업, 탄소중립, 지방, 공동연구 R&D가 주로 삭감된 반면, 2025년에는 우주개발(3,600억원 증가), 원자력(2,200억원 증가), 개인연구 R&D 중심으로 증액되었다.
특히 우주 관련 예산에서 발사체 사업(1,000억원), 달탐사 개발사업(450억원) 등이 크게 늘어났다.
사회복지 분야 예산은 10.9조원 증가했지만, 이 중 대부분은 정책적 목적의 증액이 아닌 인구 증가와 물가상승으로 인한 자연 증가했는데, 공적연금(7.5조원 증가)과 노인 부문(1.8조원 증가)이 주된 증가 요인이었다.
반면, 주택 부문에서는 임대주택 관련 예산이 큰 폭으로 삭감되었는데, 다가구매입임대 출자금이 1.8조원 전액 삭감되었고, 행복주택 출자금도 2,900억원 감소한 대신 주택 구매 지원을 위한 구입전세자금 프로그램은 1.7조원(13.7%) 증가해 대조를 이뤘다.
교통 및 물류 분야에서는 철도 부문이 1.1조원(-13.6%) 감소한 반면, 항공·공항 부문은 4,600억원(51.9%) 증가해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는 정부가 강조해온 탄소중립 정책과는 거리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일반지방행정 분야에서는 지방행정·재정지원 부문이 2.6조원(-3.7%) 감소했다. 특히 지방채 인수 금액이 2.6조원 삭감되었고,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지원 예산 3,000억원이 전액 삭감되었다.
정부는 2025년 관리재정수지를 GDP 대비 -2.9%로 예상해 재정준칙(-3%)을 가까스로 지켰지만, 이에 대해 나라살림연구소는 이러한 지표 개선이 실질적인 재정건전성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출자금, 융자금 등 자본적 지출을 줄여 실질적 재정건전성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재정건전성 통계 지표만 관리하는 방식"이라며, "통계 착시를 통해 눈속임용 재정준칙을 지키기 위한 방식일 수 있다"고 비판했다.
나라살림연구소 정창수 소장은 "저출생 고령화, 복지수요 증대, R&D 투자수요 증가, 지방시대 선언, 안보위기 등으로 국가의 재정 역할 확대가 요구되고 있다"면서 "그러나 감세 등을 통해 스스로 재정여력을 축소한 상황에서 불과 재량지출 0.8% 증대만으로는 재정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없다"고 지적하며 "국회가 보다 투명하고 건설적인 논의를 통해 국가 재정 전략의 큰 틀에서 2025년 정부 예산안을 심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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