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학(考現學)이란 '현대 사회의 모든 분야에 걸쳐 유행의 변천을 조직적, 과학적으로 연구하여 현대의 참된 모습을 규명하려는 학문'을 의미합니다. [일상의 고현학]은 일상생활 속에 벌어지는 사안 하나를 주제로, 언제 어디서 시작되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펼쳐보는 이색코너입니다. 인터넷 검색 정보를 중심으로 정리한 넓고 얇은 내용이지만, 일상을 충실히 살아갈 수 있는 지식의 층위를 높여가 보자구요!
내일이 벌써 크리스마스이네요. 한 해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크리스마스는 남녀노소 모두가 기다리는 특별한 날인데요. 크리스마스 이브인 오늘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빼놓을 수는 없겠죠? 오늘은 크리스마스의 고현학입니다.
1. 크리스마스트리 이야기
크리스마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크리스마스트리인데요, 놀랍게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크리스마스트리가 바로 ‘한국의 전나무’입니다. ‘구상나무라’고도 불리는 이 나무는 1907년 한라산에서 처음 발견되었는데요. 당시 프랑스에서 제주도로 선교하러 왔던 포리 신부와 카테 신부에 의해 한라산에서 채집되었는데, 포리 신부는 식물학자였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포리 신부는 1920년 식물학자 헨리 윌슨에게 구상나무를 전했고, 헨리 윌에 의해 세계 식물학계로 알려졌습니다.
구상나무가 크리스마스트리로 인기를 얻게 된 이유는 이게 아주 실용적이기 때문입니다. 기존에 사용하던 전나무나 독일가문비나무는 40m까지 자라 가정용으로 부적합했고, 잎이 너무 빽빽해 장식하기도 어려웠다고 합니다. 반면 구상나무는 크기가 작고 아래로 갈수록 넓게 퍼지는 예쁜 모양새에, 장식을 걸기 좋은 틈새까지 갖추고 있어 완벽한 크리스마스트리로 자리 잡았습니다.
현재 세계 각지에서 사용되는 크리스마스트리 중 상당수가 구상나무를 개량한 나무들인데요,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특허권은 해외 종묘사가 보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우리나라 고유종인 구상나무가 멸종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2013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구상나무를 멸종위기 적색등급 위기종으로 지정했습니다. 이 구상나무는 한라산과 지리산 일대에서 자란다고 하는데요, 등산하시다가 구상나무를 발견하시더라도 절대로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쓰겠다고 가져오시면 안 됩니다.
2. 크리스마스 캐롤 이야기
12월이 되면 거리 곳곳에서 들려오는 캐롤은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층 더해주는데요. ‘캐롤(carol)’은 ‘즐겁게 노래하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고, ‘기쁜 찬송가’, ‘종교적인 노래’라는 복합적인 의미를 단어입니다. 그런데 점점 아기 예수의 탄생을 찬송하는 종교적인 노래보다는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이나 추억을 이야기하는 세속적인 노래로 바뀌고 있습니다.
지금 시대에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크리스마스 캐롤은 머라이어 캐리의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입니다. 전세계적인 히트를 자랑했고, 스트리밍 기록만으로도 총 10억 번이 넘는 다고 해요. 요즘 젊은 세대는 크리스마스 캐롤이라 하면 이 노래만 생각할 겁니다. 왜냐하면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인 1994년 발표된 곡이거든요?
참고로 “나는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제일 좋아”라고 하시는 분은 이미 이전 세대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빙 크로스비의 목소리로 유명한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1942년에 나온 영화 <스윙 호텔>의 삽입곡에서 캐롤이 된 케이스입니다.
캐롤 이야기 하나 더 해드리면요. 우리가 가장 잘 아는 캐롤 ‘징글벨’은 원래 크리스마스 캐롤이 아니었다는 사실입니다. 1857년 피어 폰트라는 사람이 ‘One Horse Open Sleigh’라는 추수감사절 노래였는데, 후에 제목과 가사가 수정되면서 대표적인 크리스마스의 캐롤이 되었다고 합니다.
3. 크리스마스 카드와 크리스마스 씰 이야기
크리스마스카드의 시초는 19세기 중엽, 영국의 박물관장이었던 코올이라는 사람이 바쁜 연말 일정 탓에 친구들에게 일일이 편지를 쓸 시간이 없어 화가 호슬리에게 의뢰해 만들면서부터입니다. 이걸 시작으로 크리스마스 카드가 크리스마스의 문화가 된 건데요. 이 때문에 카드를 사거나 직접 만드는 경우가 많았는데,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이제는 점차 사라져가는 추세입니다.
크리스마스카드와 함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크리스마스씰이죠? 1904년 덴마크 코펜하겐의 우체국 직원 아이날 홀벨이 결핵 환자를 돕기 위해 시작한 전통입니다. 당시 결핵은 전염성도 강한 데다 치료가 어려워 상당히 심각한 질병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32년 캐나다 선교사 셔우드 홀의 주도로 시작되었습니다. 결핵의 위험성을 계몽하고 결핵 퇴치 기금을 조성하기 위해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1939년부터 일본의 총독부가 크리스마스 씰이 민족의식을 고취시킨다고 하여 발행을 중단시키게 됩니다. 그러다가 1953년 대한결핵협회가 창립되면서 다시 발행되기 시작되었습니다.
결핵은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매년 1,30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위험한 감염병인데요, 올해도 크리스마스씰을 발행하며 모금운동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올해 크리스마스씰의 주인공은 애니메이션 ‘브레드이발소’ 캐릭터이며, 전국 우체국 창구와 25편의점, 온라인 스토어 등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4. 구세군 자선냄비 이야기
구세군의 자선냄비도 빼놓을 수 없는 크리스마스 풍경입니다. 1891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한 구세군 사관이 빈민들과 재난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시작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28년 12월 15일, 당시 한국 구세군 사령관이었던 박준섭 사관이 서울 도심에 처음 자선냄비를 설치했는데요. 최근에는 현금 없는 시대에 발맞춰 키오스크 모금, QR코드 모금, 온라인 간편결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5. 새롭게 떠오르는 크리스마스 문화
‘어드벤트 캘린더’라고 해서 크리스마스 한 달 전부터 하루에 하나씩 칸을 열어보는 특별한 달력입니다. 원래는 칸마다 초콜릿이나 젤리같은 간식이 들어 있어 하나씩 여는 재미가 있는데요. 최근에는 다양한 브랜드에서도 마케팅의 일환으로 활용하면서 그 종류가 더욱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또 ‘온라인 롤링 페이퍼’라고 해서 종이 크리스마스 카드를 대체하는 풍습도 생기고 있습니다. 각자의 온라인 계정에 방문해 카드를 걸어주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요. 특히 코로나19 시기의 크리스마스 시즌에 가장 큰 인기를 끌었던다고 합니다. “내 트리를 꾸며줘” 서비스는 무려 250만 명이 이용할 정도였습니다. 직접 만나지 않아도 실제 크리스마스 카드처럼 따뜻한 연말 인사를 전할 수 있어 지금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요즘은 MZ세대의 K-pop 팬덤 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예수님 생일 카페’가 등장했습니다. 카페에 방문하면 포토카드를 증정하고 포토존이나 네 컷 사진 부스 등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며, 음료를 주문하면 예수님 생일카페 포스터와 컵 홀더도 받을 수 있고, 키링이나 머그컵 등 성탄절 굿즈도 판매한다고 합니다.
6. 세계의 크리스마스 음식문화
독일: 독일의 경우 슈톨렌(Stollen)이라는 빵이 있습니다. 15세기 드레스덴 지방에서 시작된 전통 빵으로, 말린 과일, 견과류, 향신료가 들어가며, 겉면에 파우더 슈가를 듬뿍 뿌린 것이 특징입니다. 재료와 함께 빵이 숙성되고 나면 딱 크리스마스 시기와 겹치기 때문에 크리스마스 빵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영국: 영국은 19세기 빅토리아 시대부터 크리스마스 푸딩과 민스 파이가 전통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푸딩은 건과일, 견과류, 향신료를 넣어 수개월 동안 숙성시킨 후 증기로 찌는 메뉴입니다. 브랜디를 뿌리고 불을 붙여 서빙하는 전통이 있다고 합니다.
미국: 미국의 경우, 추수감사절의 전통을 이어받아 칠면조 구이가 중심이 된다고 합니다. 칠면조 구이와 함께 으깬 감자, 크랜베리 소스와 함께 제공되며, 이는 1800년대 후반부터 미국의 크리스마스 식탁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왔습니다.
일본: 1970년대 초반, 일본에는 뚜렷한 크리스마스 식사 전통이 없었습니다. 당시 일본은 서구 문화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크리스마스를 기념하기 시작했지만, 식문화 측면에서는 특별한 전통이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1974년 KFC의 일본 지점 매니저였던 다카시 오카와라는 사람이 매우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일본에 거주하는 미국인들이 크리스마스 시즌에 본국에서 먹던 칠면조를 구하기 어려워, 이를 대신해 치킨을 찾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이에 착안하여 “크리스마스는 치킨!”이라는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인 겁니다. 이 캠페인이 하나의 문화로 뿌리내려 일본 사람들 다수가 크리스마스에 프라이드 치킨을 먹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게 되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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