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학(考現學)이란 '현대 사회의 모든 분야에 걸쳐 유행의 변천을 조직적, 과학적으로 연구하여 현대의 참된 모습을 규명하려는 학문'을 의미합니다. [일상의 고현학]은 일상생활 속에 벌어지는 사안 하나를 주제로, 언제 어디서 시작되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펼쳐보는 이색코너입니다. 인터넷 검색 정보를 중심으로 정리한 넓고 얇은 내용이지만, 일상을 충실히 살아갈 수 있는 지식의 층위를 높여가 보자구요!
우리나라에서는 음력 1월 1일의 설날과 더불어 양력 1월 1일도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날로 여겨왔는데요, 전 세계적으로 이 시기에는 다양하고 특별한 문화 행사들이 펼쳐집니다. 송구영신의 고현학입니다.
1. 송구영신의 의미와 유래
송구영신이라는 말은 '보낼 송(送)', '옛 구(舊)', '맞을 영(迎)', '새 신(新)'이라는 한자로 이루어진 단어로, 한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이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는 '송고영신(送故迎新)'에서 유래된 말입니다.
본래 중국의 '송고영신'(送故迎新)에서 유래했는데, '송고영신'은 구관을 보내고 신관을 맞이한다는 뜻으로 옛 관리를 보내고 새 관리를 맞이하는 관직 교체와 관련된 표현이었습니다. 중국의 '송고영신'(送故迎新)에서 유래했는데, 이 말이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한다는 더 넓은 의미로 확장되어 오늘날까지 사용되고 있습니다.
참고로 여객이나 숙박업에서 환대를 의미하는 ‘송영(送迎)’이라는 표현도 ‘송고영신’에서 나온 말입니다. 떠나가는 손님을 일정한 곳까지 따라 나가서 작별하여 보내거나, 오는 사람을 나가서 맞이한다는 의미죠.
2. 근하신년의 의미는?
새해가 되면 가장 많이 나누는 게 연하장과 달력인데요. 여기에 단골로 등장하는 문구가 바로 ‘근하신년(謹賀新年)’입니다. 근하신년’은 ‘삼갈 근(謹)’, ‘하례할 하(賀)’, ‘새 신(新)’, ‘해 년(年)’ 자로 구성되어 있어, 우리 말로 풀이하면 “삼가 새해를 축하한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삼가'라는 표현은 '겸손하고 조심하는 마음으로 정중하게'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말로, 상대방에 대한 예의와 격식을 갖춘 공식적인 문서나 인사말에서 자주 사용됩니다. ‘삼가’는 “몸가짐이나 언행을 조심하다”라는 우리 말 동사 ‘삼가다’에서 나온 말입니다.
3. 제야의 종 행사와 그 역사
한 해의 마지막 밤 자정이 되면 의미 있는 타종 행사가 진행되는데, 이를 ‘제야의 종’이라고 합니다. ‘제야(除夜)’의 ‘제’는 ‘덜 제(除)’자로 ‘버리다’, ‘바꾸다’라는 의미입니다. 한 해의 마지막 밤을 뜻하며, 1월 1일 0시부터 33번의 타종으로 새해의 첫 순간을 알리는 유서 깊은 전통입니다.
제야의 종은 원래 절에서 아침, 저녁으로 종을 108번 울리는 것을 의미하던 데서 시작되었습니다. 불교에서는 인간의 번뇌를 108가지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이게 단순히 108가지로 똑 떨어져서가 아니라 ‘많다’는 의미에서 108이라는 숫자로 표현한 것 뿐입니다. 그런데 1년 12달, 24절기, 72기후를 합하면 108이라는 숫자가 되다 보니, 섣달그뭄을 제석(除夕) 또는 대회일(大晦日)이라고 하여 중생들의 백팔번뇌를 없앤다는 의미로 108번의 타종을 하던 불교 행사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제야의 종 행사가 본격화된 건 일제 강점기 시절이었던 1929년이라고 합니다. 당시 일본이 운영하던 경성방송국이 정초 특별기획으로 ‘제야의 종소리’를 생방송으로 내보낸 것이 그 시초였으며, 이후 해방을 맞이한 뒤에도 매년 12월 31일 자정을 기해 제야의 종 타종행사가 이어져 왔습니다.
1953년부터는 이 행사가 공식적인 새해맞이 행사로 자리 잡게 되었는데요, 33번 타종하는 것은 조선시대 보신각 종이 새벽 4시경 오경에 사대문을 열 때 33번 타종했던 것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여기에는 불교의 수호신인 천룡팔부 중에서 최고신인 ‘제석천’이 이끄는 하늘의 삼십삼천(天)에게 나라의 태평과 국민의 무병장수, 평안을 기원하는 깊은 의미가 담겨있다고 전해집니다.
4. 전국의 제야의 종 행사
서울 보신각의 타종 행사가 가장 널리 알려져 있지만, 전국의 각 지역에서도 의미 있는 타종 행사가 열리며 평안하고 행복한 새해를 기원하고 있습니다. 강원도의 경우 여러 지역에서 새해맞이 타종 행사가 진행되는데, 춘천시청의 평화의종, 강릉시청의 임영대종, 원주 치악체육관 앞의 치악의종, 평창군청의 올림픽종각, 화천 평화의 댐의 세계평화의 종, 양구군청의 희망의 종각, 삼일공원의 군민의 종각에서 타종 행사가 진행되어 왔습니다.
5. 새해맞이 일출 명소
새해맞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바로 일출입니다. 해는 매일 뜨고 지지만, 새해 첫날의 일출은 새로운 시작과 희망을 상징하는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일출 명소를 찾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본토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곳은 ‘울산 간절곶’으로, “간절곶에 해가 떠야 한반도에 아침이 온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 일출 명소로 자리잡았습니다.
전국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해돋이!”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곳은 단연 강원도 ‘정동진’입니다. TV드라마 ‘모래시계’로 유명세를 얻은 정동진은 바다와 가장 가까이 인접한 정동진역의 독특한 위치와 아름다운 풍광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1997년 2월에 시범 운영된 ‘정동진 해돋이 열차’가 큰 인기를 얻으면서 해돋이 축제가 시작되었고, 이후 명실상부한 해돋이 명소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또 다른 유명한 해돋이 명소로는 동해시의 추암 촛대바위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여기는 TV 방송에서 대한민국 애국가 첫 소절이 시작될 때 배경화면으로 나와 유명한 곳이기도 합니다. 이곳은 수려한 기암괴석과 아침 해돋이가 만들어 내는 절경이 일품이며, 추암해변의 출렁다리가 있어 인생 사진 장소로도 유명합니다.
또 일출 명소를 찾는다면 해발 1,100m 고산지대에 있는 강릉 안반데기를 추천합니다. 고랭지 배추 재배지로 유명하기도 한데요. ‘안반데기’라는 지명은 떡메로 쌀을 치는 통나무 받침판인 ‘안반’처럼 우묵하면서도 널찍한 지형이라는 뜻을 가진 ‘안반덕’의 강릉 사투리에서 유래했습니다. 독특한 지형과 함께 멋진 일출 풍경을 감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밤에는 은하수를 관측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6. 세계의 새해맞이 문화
미국의 대표적인 새해 행사는 단연 뉴욕 타임스퀘어의 '볼 드랍(Ball Drop)' 행사입니다. 타임스퀘어 광장에서는 새해를 앞두고 다양한 공연이 펼쳐지며, 새해 카운트다운과 함께 광장 꼭대기에 설치된 볼 모형이 43m 상공에서 지지대를 따라 떨어지면서 화려한 불꽃놀이와 색종이 폭죽, 전광판 점등이 어우러져 새해의 시작을 알립니다.
영국의 새해맞이 행사는 런던의 상징인 빅벤 시계탑에서 이루어집니다. 빅벤의 웅장한 종소리와 함께 화려한 불꽃놀이가 시작되는데, 이 모습이 새해의 시작을 알리는 영국의 대표적인 풍경이 되었습니다. 또한 영국 북부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시에서는 ‘호그마니 축제(Hogmanay Festival)’가 열린다는데요, 축제 참가자들이 횃불을 들고 거리를 행진하는 장관이 이 축제의 하이라이트로 꼽히고 있습니다.
덴마크의 새해맞이 풍습도 매우 독특한데, 12월 31일 자정이 다가오면 사람들이 소파나 의자 위에 올라가 새해 카운트다운과 함께 바닥으로 뛰어내리는 전통이 있습니다. 이는 지난해의 오래된 기운을 말끔히 떨쳐내고 새해의 행운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하는데, 이러한 독특한 풍습은 덴마크의 새해맞이 문화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7. 새해 소원으로 복권 사는 분도 있던데, 복권 사는 나라는 없나?
있습니다. 튀르키에입니다. 특히 튀르키예에서는 연말이 되면 국가에서 발행하는 ‘밀리 피앙고’라는 복권이 큰 인기를 얻는데, 최고 당첨금이 무려 150억에 달하는 이 복권의 새해 생방송 추첨식은 튀르키예 국민들이 한 해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큰 즐거움이라고 합니다.
이슬람 문화권인 튀르키예의 새해맞이 문화는 매우 특별합니다. 인접 국가들과는 달리 크리스마스가 없는 대신 새해 전날에 가족들이 모여 정성스럽게 준비한 구운 칠면조 요리를 함께 나누어 먹고, 새해 당일에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마음을 담은 선물을 주고받는 풍습이 있습니다.
이처럼 세계 각국은 저마다의 독특하고 의미 있는 방식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문화와 전통은 서로 다르지만,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희망과 기대는 모든 나라와 민족이 공유하는 보편적인 마음일 것입니다. 2024년의 마지막 날, 여러분도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뜻깊은 송구영신의 시간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다가오는 2025년 새해에는 더욱 행복하고 희망찬 일들이 가득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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