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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비긴 어게인!” 청소년들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며

사단법인 조이토피아 박지순 이사장 인터뷰
새로운 도전과 시작을 예고해 준 <땡큐미니콘서트>

윤준식 기자 승인 2019.12.26 00:49 | 최종 수정 2019.12.26 11:01 의견 0

청소년을 보호하고 육성해야 한다는 점에 어느 누구도 부인하지 않지만, 이 사회는 청소년에 대해 무관심하다. 가장 큰 증거는 음악방송, 드라마 등 청소년들이 즐겨보는 프로그램은 있지만, 청소년들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 청소년들이 주체가 되는 프로그램은 더 이상 만들지 않는다.

청소년에 대해 무관심하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지나치는 가운데, 청소년 문제는 점점 복잡해지고 커져만 가고 있다. ‘위기청소년’이란 환경적 위험에 노출되어 심리적으로나 행동으로 문제를 일으키거나 문제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고, 스스로 사회적 성장을 이룰 수 없는 청소년들을 포괄적으로 지칭하는 말이다.

이런 위기청소년들을 대상으로 10년 동안 활동해 온 사단법인 조이토피아의 박지순 이사장을 통해 위기청소년들의 자존감 회복 프로젝트 <비긴어게인>의 성과에 대해 전해들었다.

<비긴어게인> 2기. 먼 길을 떠나기 전 인천공항에서 다함께  (조이토피아 제공)

▶지난 12월 14일 서울 광장동 장신대 국제회의장에서 뜻깊은 콘서트를 개최했다. 어떤 사연이 깃든 콘서트였나?

☞ 박지순 이사장: 위기청소년들의 자존감을 회복시키고 꿈과 비전을 찾아주어 이 사회의 건강한 사회인으로 다시 도약시킨다는 의미에서 <비긴어게인>이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지난 4월 30일부터 11월 19일까지 위기청소년 5명이 2명의 지도자의 인솔을 통해 인도 콜카타, 네팔 히말라야,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등 세계 12개국을 돌며 바이올린 버스킹을 진행했는데, 이번 콘서트는 <비긴어게인>의 마지막 무대가 된 행사였다. 

▶위기청소년들과는 어떤 인연으로 만나게 되었나?

☞ 박지순 이사장: 사단법인 조이토피아는 위기청소년의 자립을 돕는 단체로 지난 2011년부터 소년원, 심사원, 유치장, 구치소, 로뎀청소년학교(법무부 6호 시설) 등에서 1,000여 명의 위기청소년들을 만나왔다. 

이들은 대부분 해체된 가정의 아이들로 부모의 이혼, 이별, 폭력 등 다양한 형태의 아픔을 겪었다. 무엇보다 자신들이 살아갈 방법을 찾지 못해 위기상황으로 내몰렸는데, 가정 상황이 힘겹다보니 부모로부터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는 세상을 살아갈 방법조차 배우지 못한 채 사회와 부딪히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네팔 트레킹 중에  (조이토피아 제공)

▶세계 12개국을 도는 <비긴어게인>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 박지순 이사장: 우리가 만난 위기청소년들이 가장 원하는 3가지가 ‘행복한 가정을 갖는 것’, ‘죄를 짓지 않는 것’, ‘자신의 꿈을 찾아 이루는 것’이었다. 아주 단순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위기청소년들 입장에서는 쉽게 얻을 수 없는 것들이었고, 사회에서도 주지 못하는 것들이었다.

조이토피아도 이 3가지를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연구했다. 중독에 대한 치유로 알려진 미국의 댈런시 공동체를 방문하기도 했다. 최종적으로 바보의나눔재단과 일반 후원자 100명의 도움을 받아 위기청소년들이 1기와 2기로 나뉘어 6개월간의 바이올린 버스킹에 도전하는 <비긴어게인> 프로젝트가 탄생했다.

▶일정이 만만치 않았을 텐데, 6개월 동안 어떤 일들이 있었나?

☞ 박지순 이사장: 당연히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굉장히 의미있는 시간들이 이어졌다.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도시인 콜카타를 방문했을 때는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더하우스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히말라야에서는 인간이 걸어서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이라는 5,480미터의 트롱나패스를 쉬지않고 걸어야 했다. 인류 문명의 최고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는 런던 대영박물관과 파리 루브르박물관, 로마 바티칸 등에서는 세상 사람들의 삶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이켜 보게 되었다. 

그런 장소를 들를 때마다 바이올린 버스킹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청중들로부터 비행청소년이 아닌 연주를 하고 있는 사람으로 바라봐 주는 시선을 느끼면서 조금씩 변화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자신들의 모습과 마주하기 시작했다. 

인도 콜카타에서 봉사활동 중에  (조이토피아 제공)

▶프로젝트에 참여한 청소년들에게 어떤 변화가 시작된 건가?

☞ 박지순 이사장: “세상은 정말 넓은데 자신의 아픔에만 집착하며 남들을 원망하기만 했다”고 고백하기도 했고, “돈이 전부인 줄 알고, 돈을 쉽게 벌기 위해 친구들을 속이고 도박에 빠졌던 모습이 부끄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여행을 통해 깨달은 수많은 생각들을 행동으로 옮겨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 같다”는 걱정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비긴어게인>을 진행하며 참여한 청소년들이 공통적으로 깨달은 것이 있었는데 ‘감사’였다. 그동안 “나는 왜 이렇게 불행할까?”라고만 하면서 부모님과 주변 사람, 자기 자신을 원망했던 이들이 감사하기 시작한 것이다. 여행을 마칠 때에는 부모님께 감사하고, 자신들에게 멋진 세상을 보게 해준 후원자들에게 감사하는 모습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스스로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연주라고 생각해 미니콘서트를 열어서 자신들의 성장을 보여드리기로 한 것이다.

▶콘서트 이후, 이들의 일상은 어떻게 이어지게 되나?

☞ 박지순 이사장: 콘서트를 끝으로 1,2기의 <비긴어게인> 프로젝트는 마무리되었지만, 청소년들은 각자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현장으로 돌아간다. 아직 고등학교를 졸업 못한 2명은 검정고시를 준비할 계획이고, 이미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한 2명은 각자의 진로를 정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한 명은 요리사의 길을 걷기 위해 식당에 취업할 계획을 가졌고, 다른 한 명은 대학 진학을 목표로 수능공부에 임하기로 했다. 모두 지방에 살고 있어 지금까지처럼 자주 만나지는 못하겠지만, 계속해서 서로 소통하며 끝까지 함께해 나가기로 했다. 이들의 새로운 출발을 모두 응원하고 격려해주셨으면 하는 바램이다.

영국 런던에서 진행한 바이올린 버스킹  (조이토피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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