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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_이야기(10)] 무병장수를 기원하며 - 십장생도(十長生圖)

박태숙 작가 승인 2019.03.15 10:49 의견 0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는 것은 부와 명예보다도 더 중요하게 여겨졌던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소망입니다. 중국 통일로 엄청난 부와 명에를 누렸던 진시황제도 영원한 삶을 위해 먹으면 늙지 않는다는 불로초를 찾고자 사방에 사람들을 보냈다고 하죠.

이렇게 자손 대대로 장수를 기원하고자 그린 그림을 장생도(長生圖)라고 하는데요. 그 종류로는 소나무와 학이 있는 송학도(松鶴圖), 소나무와 사슴이 있는 송록도(松鹿圖), 바다에 학, 복숭아나무가 있는 해학반도도(海鶴蟠桃圖), 10가지 장생물이 그려진 십장생도(十長生圖) 등이 있습니다.

▲ 십장생도(十長生圖) ⓒ박태숙 작가

그중 대표적인 장수 그림인 십장생도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십장생도는 장수를 상징하는 해, 달, 구름, 바위, 바다, 소나무, 학, 사슴, 거북, 불로초 10가지의 소재를 한 폭에 담은 그림입니다. 그림에 따라 몇 종류가 추가되거나 제외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장생물 열 가지를 한 폭에 구성한 십장생도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그림입니다. 중국이나 일본의 전통미술에는 장수를 상징하는 장생도는 있지만 십장생이란 개념은 없습니다.

¶ 십장생에 나오는 소재의 의미

해와 달 양과 음. 세상을 영원히 밝게 비추는 영원불멸
바위 오랜 풍파의 세월에도 변함없는 장수, 남성이나 군자
구름 속세를 벗어난 풍류, 신선의 세계
바다 - 생명의 근원과 복
소나무 굳은 절개와 이상세계
학 - 불사조, 신선이 타고 다니는 새
사슴 - 선과 평화, 신선의 심부름꾼. 계속 재생되는 사슴뿔 때문에 영생이나 재생을 뜻하기도함
거북이 영원과 지혜, 재물
불로초 장생불노
대나무 불변과 장수, 높은 기상을 가진 군자의 절개

조선시대 궁중회화에서 시작된 십장생도는 8폭이나 10폭 규모에 고급재료를 사용하여 궁중 장식화의 화려한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줍니다. 새해에 궐에서 선물로 주고받았으며, 궁중 잔치 때 대형 십장생 병풍을 설치하기도 했습니다.

▲ 십장생(十長生)부분도 ⓒ 박태숙 작가

조선 후기 들어 서민들에게 확산되면서 한 폭으로 축소되고 자유롭고 해학적인 민화로 제작되었습니다. 대문이나 벽, 창문에 그려 붙였고, 병풍, 베갯머리, 혼례하는 신부의 수저주머니, 선비의 문방구 등에도 그리거나 수를 놓았습니다. 장수의 의미를 담고 있어 노인들의 선물이나 회갑용 병풍으로 사용되었고, 나이가 많은 노인방에 장식으로 놓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십장생의 기원은 조선시대가 아니라 고려시대입니다. 고려 말 학자인 이색이 십장생도에 대한 글을 남겼는데요.

고려 말 이색(李穡)의 『목은집(牧隱集)』에는 “내 집에 십장생이 있는데, 병중의 소원은 장생(長生) 뿐이니 차례로 찬사(贊詞)를 붙였는데 운(雲)·수(水)·석(石)·송(松)·죽(竹)·지(芝)·구(龜)·학·일(日)의 제목으로 시를 지었다.”라고 하며, 십장생시(十長生詩)를 남겨 놓았다.
십장생 [十長生]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이를 보면 고려시대 십장생도의 도상이 조선시대까지 오래도록 지속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림 박태숙은 동대문구에서 우림화실을 운영하고 있는 젊은 민화작가 입니다.
민화로 시작해 동양화, 서양화 등 다양한 분야를 배워나가며 민화에 새로운 색감, 기법 등을 도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시민들이 민화를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민화를 다양한 공예에 접목하는 새로운 시도를 모색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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