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황은 고대 중국에서 신성시했으며 상서로움을 상징하는 상상의 새입니다. 용과 학이 교미하여 낳은 새라고 하여 기린, 현무, 용과 함께 사령(四靈, 신령스러운 네 가지 동물)중 하나로 여겼습니다. 볏이 있는 수컷을 봉(鳳), 볏이 없는 암컷을 황(凰)이라고 하여 암수를 합해 봉황이라 합니다.
봉황의 생김새는 문헌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설문해자 說文解字>에는 봉의 앞부분은 기러기, 뒤는 기린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뱀의 목, 물고기의 꼬리, 황새의 이마, 원앙새의 깃, 용의 무늬, 호랑이의 등, 제비의 턱, 닭의 부리를 가졌으며, 빛나는 오색(빨강, 파랑, 노랑, 하양, 검정)을 갖추고 있다고 합니다.
또 다른 문헌에서는 크기가 1미터 이상 되고 다섯 가지의 아름다운 울음소리를 내며 아무리 배가 고파도 좁쌀 따위는 먹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천년에 한 번 열리는 대나무의 열매만을 먹고, 오동나무에 둥지를 틀고, 예천(醴泉)의 맑은 물을 마신다고 전해집니다. 이런 고사에 따라 봉황그림에는 항상 오동나무와 대나무가 배경으로 같이 등장합니다.
새 중 으뜸으로 여겨지는 봉황은 용과 함께 왕권을 상징하기도 했는데요. 남성적인 용은 황제를, 아름다운 봉황은 황비나 왕을 뜻했습니다. 그래서 왕실에서 그림뿐만 아니라 건축이나, 관복, 장신구 등 다양한 장식 문양으로 쓰였습니다.
왕권의 상징뿐만 아니라 성군과 성덕을 찬양하는 의미도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요임금과 순임금이 집권했던 시기를 백성들이 평화롭게 살았던 태평성대의 시대로 보며 이 둘을 가장 이상적인 군주로 추앙하는데요. 이 요순시대에 봉황이 나타나서 춤을 추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 19세기경 그려진 유교문자도 중 ‘청렴할 염(廉)’ ⓒ한국데이터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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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성군의 의미를 내포하는 봉황그림은 민화의 문자도에도 등장합니다. 유교문자도 8글자 효제충신예의염치(孝悌忠信禮義廉恥) 중 ‘청렴할 염(廉)’자입니다. 봉황이 고귀하고 청렴한 성인군자와 일맥상통하기 때문입니다.
상상의 동물 봉황은 신비로운 구름 아래에 오동나무와 대나무, 불로초를 배경으로 암수 한 쌍의 봉황이 다정하게 함께하며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신비로운 그림이 많은데요.
민화에 등장하는 봉황은 좀 다릅니다. 민화로 넘어오면서 신묘함을 돋보이게 하는 구름이나 봉황도의 상징인 오동나무는 사라지거나 아주 단순해지고, 오색의 화려한 자태는 닭과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형태며 색감이 아주 소박해졌습니다. 위 그림처럼 모란꽃보다 봉황이 작게 표현되거나 닭보다 조금 화려해진 정도입니다.
또한 새끼가 있는 봉황도는 왕권이나 성군의 의미보다는 다산과 부부화합, 가정 화목의 염원을 담습니다. 고귀하고 상서로운 봉황이 서민들에게는 닭만큼이나 평범하게 다가온 듯합니다.
우림 박태숙은 동대문구에서 우림화실을 운영하고 있는 젊은 민화작가 입니다.
민화로 시작해 동양화, 서양화 등 다양한 분야를 배워나가며 민화에 새로운 색감, 기법 등을 도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시민들이 민화를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민화를 다양한 공예에 접목하는 새로운 시도를 모색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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