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열린 블록체인 행정 “비즈니스를 아는 공무원들이 기업을 돕는다”

[블록체인 국가론(16)] (인터뷰) 한영수 제주특별자치도 미래전략과 과장(下)

이연지 기자 승인 2019.04.26 19:36 의견 0

블록체인 선진 6개국의 공통점은 도시국가를 연상케하는 작은 국가규모입니다. 그 중에서도 입법을 통해 적절한 절차에 따라 ICO를 허용하며 블록체인 산업의 선두주자가 된 몰타의 경우 작은 섬이라는 점에서 ‘블록체인 아일랜드’를 표방하는 제주와 오버랩이 됩니다. 이에 블록체인을 비롯해 제주특별자치도의 혁신 비즈니스 지원업무를 추진하고 있는 한영수 미래전략과 과장을 만나 제주가 가진 강점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왔습니다.

인터뷰 상편에서는 규제자유특구로서 제주도가 가진 강점, 블록체인 기업들의 숙원인 ICO에 대한 규제완화 가능성, 지역전략펀드를 통한 기업 지원 등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하편에서 계속됩니다.


▲ 제주특별자치도가 지난 2월 25일 서울에서 개최한 간담회 모습. 찾아가는 기업설명회를 지속적으로 개최할 계획이다. ⓒ 제주특별자치도 홈페이지

▶ 제주도가 블록체인 산업에 적합한 이유로 2가지 강점을 말씀하셨는데, 첫 번째는 단체장의 강력한 의지라고 하셨습니다. 이 점은 그간 원희룡 지사의 행보를 통해 잘 나타나고 있다고 여겨집니다. 그런데 두 번째로 ‘실행 공무원의 개방성’을 꼽으셨는데요

☞ 한영수 과장: 실제로 제주에서 블록체인 관련 업무를 실행하는 공무원들 대부분 개방직 공무원이거든요 저도 국가연구원 출신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기업들로부터 기술적인 부분을 공무원들과 이야기 할 때 어떤 장벽을 느끼지 않는다는 피드백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기업 프렌들리 측면이라기보다, 기업들이 사업을 진행하거나 기술 개발을 하는데 있어서 어떤 고민과 문제가 있는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어 사업 실행에 있어서 피상적으로만 접근하지 않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죠.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블록체인에 대한 기술 개발이 많이 안 된 상태에요. 블록에 관한 것도 그렇고, 알고리즘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등 연구가 더디고 특허도 부족합니다. 아직까지는 산업의 발전단계가 ICO, 암호화폐, 거래소 이야기만 나오는 수준이니까요.

요즘은 하이퍼레저(리눅스 재단에서 주관하는 블록체인 오픈소스)로 모든 걸 해결하자는 흐름도 있는데 그 안에서도 지속적으로 기술개발을 해줘야 하는 부분들이 분명 있습니다. 블록체인 자체가 가져야 할 기술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고 R&D 투자도 필요한 상황이고요. 블록체인 기업들이 사업 수주를 하나도 받지 못하고 있는데, 제가 듣기로도 1년을 버티기가 힘들다고 알고 있습니다.

공무원이 그걸 해결해줄 수 있는 방법은 없겠지만 블록체인이 뭔지, 암호화폐가 뭔지, STO(증권형 토큰 공개)는 뭔지, 금융법과 제도는 어떤지, 앞서 말한 기술개발에 관한 문제 등에 대해서 같이 고민을 해줄 수 있다는 부분은 제주만의 강점인 것 같아요. 이런 부분에 대한 개방성이 있다는 뜻인데요. 타 시도에 비해 이런 고민을 많이 한 것 같습니다.

▶ 그럼 제주에서 추진되고 있는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실제 사례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최근 부동산 쪽에서 진행한 게 있는 것 같던데...

☞ 한영수 과장: 2018년에 시행된 6개 시범사업 중 국토교통부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부동산종합공부시스템’이 있는데 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주도 내 은행들이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시스템으로 부동산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전기차 폐배터리 유통이력시스템’을 블록체인으로 개발하는 시범사업을 제안해 선정되었습니다. 4월부터 12월까지 진행됩니다.

▲ 규제자유특구를 통해 제주의 혁신성장과 국가균형발전을 꿈꾼다 ⓒ 제주특별자치도 규제자유특구 홈페이지

▶ 폐배터리를 블록체인으로 거래하는 건가요

☞ 한영수 과장: 이론적으로는 전기자동차에 들어간 배터리가 사용한 지 5년이 지나거나 10만 Km 이상 주행했으면 제 출력이 안 나온다고 해서 배터리를 교체해야 합니다. 그런데 환경대기보존법에 의해서 이 교체 후 빼 낸 배터리는 시도지사에게 반납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걸 그냥 두면 쓰레기 더미가 되버립니다.

그런데 출력이 덜 나올 뿐이지 사용 수명이 다한 것은 아니거든요 분리된 배터리는 70%까지 충전 된 상태여서 10년은 더 쓸 수 있어요. 전기자동차 한 대에 실린 배터리가 600~800kg 정도인데, 떼어낸 후 더 작게 분리해서 다양한 용도의 에너지 저장장치로도 쓰일 수 있습니다. 양어장, 집어장, 어선, 일반 건물 엘리베이터 무전원장치처럼 제주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곳이 많습니다. 감귤하우스나 가로등 무전원장치로도 쓸 수 있고요. 다른 신재생에너지의 저장장치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블록체인을 이용해 폐배터리유통관리시스템을 올려서 활용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폐배터리의 잔존가치, 출력량, 사용가능여부 등을 블록체인에 올리면 지금은 시범사업에 불과하지만 내년부터는 사고 팔 수 있는 민간거래 시장에서 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전기자동차 한 대에 600~800kg 정도의 배터리가 들어간다 ⓒ 픽사베이 제공

▶ 항간에서는 제주도가 추진하고 있는 전기자동차와 블록체인을 연결해 상용화된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나올지 모른다는 견해도 있던데요

☞ 한영수 과장: 전기자동차 충전소를 확대하는데 블록체인 기술이 들어갈 수 있다는 측면에서 사업 영역이 더 커질 수 있긴 합니다. 전기자동차 프로젝트를 통해 블록체인을 활성화한다기 보다 상호보완적 관계로 보는 게 맞을 것 같아요.

제주에서는 농축산물 유통이력에 블록체인 기술이 활용되는 게 그보다 더 중요한 부분인 것 같고요... 관광 부분에서의 활용도 중요하고, 제주도가 본적인 주민에게 발급하는 도민신분증을 블록체인 기술로 대체할 수 있는 부분도 있고, 투표 시스템도 있고... 전반적으로 블록체인 기반 기술을 쓸 수 있는 곳은 굉장히 많습니다.

▶ 그런데 제주 도민들은 블록체인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있는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도 나왔습니다. 제주연구원 설문 조사에서 블록체인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섞여있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고, 또 제주연구원에서 펴낸 ‘제주 블록체인 특구 조성에 따른 경제적 효과 분석’이라는 자료에서도 신뢰성을 지적하기도 했는데요

☞ 한영수 과장: 블록체인에 대한 도민 정서를 확인해야 하는 부분은 저희 몫인 것 같습니다. 자체적으로 전문적인 리서치 기관과 연계해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도민 의견을 받을 수 있는 다른 작업들을 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 경제적 효과 분석에 대한 것은 어느 분석이나 신뢰성 부분이 문제가 되기 마련인 것 같습니다. 제주연구원의 분석에 대해서는 저희도 어느 정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경제적 유발계수나 고용유발계수가 굉장히 높게 나왔지만, 이게 아무래도 과거 데이터 기반이라기보다 모형을 중심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참고하는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 규제자유화를 통한 비즈니스 활성화 모형 ⓒ 제주특별자치도 규제자유특구 홈페이지

▶ 실무자로서 규제자유특구 지정에 대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 한영수 과장: 지금 중소벤처기업부에서 14개 시도를 대상으로 특구 지정 문제를 풀려고 하는데, 그 중에서 사회적, 경제적으로 기대효과나 파급효과가 가장 큰 부분은 블록체인이라고 봅니다.

블록체인 업체들이 계속해서 규제가 그레이존(어느 영역에 속하는지가 불분명한 중간지대)에 있어 힘들다고 하거든요 이 그레이존을 화이트존인지 블랙존인지 결정을 해주는 것이 중앙부처의 몫인 것 같습니다. 암호화폐 사기 등 우려하는 것보다 블록체인이 가져올 효과가 크기 때문에 규제자유화의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윤준식 기자 / 종합: 이연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