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화_이야기(15)] 가문의 영원한 번영을 기원하며 - 소과도(蔬果圖)

박태숙 작가 승인 2019.04.19 11:40 의견 0

소과도는 채소와 과일 등의 식용 식물을 그린 그림으로 조선 후기에 급격하게 성행했습니다. 과실류는 동양의 음양사상을 담고 있어 남성과 여성을 상징하거나, 불교나 도교의 종교적인 사상, 설화나 전설의 내용을 담기도 합니다. 소과도의 소재로는 석류, 천도복숭아, 포도, 불수감, 유자, 수박, 가지, 무, 배추, 호박, 밤, 배, 감등이 있습니다. 그 중 가지, 고추, 죽순, 석류 등은 남성을, 천도복숭아, 수박, 참외, 불수감, 불로초는 여성을 상징합니다.

▲ 소과도(蔬果圖) ⓒ 박태숙 작가

민화에서 한 쌍의 새가 부부금슬을 상징하듯 소과도의 열매와 씨앗은 자손의 번성과 번창을 기원합니다. 열매와 덩굴이 매달려 있는 건 자손이 덩굴처럼 이어져 영원히 대가 끊어지지 않는 것과 장수를, 씨앗과 많은 과실은 자손의 번창을 뜻합니다. 그래서 소과도에는 가지에 야채가 매달려 있으면서 넝쿨이 무성하게 뻗어나가거나 과실의 씨앗이 보이도록 그린 그림이 많습니다. 다양한 과실에서 그 예를 찾을 수 있습니다.

석류는 붉은 주머니 속에 무수히 많은 씨를 품고 있어 자손을 많이 얻는 다자(多子), 다수(多壽), 다복(多福)를 상징합니다. 석류의 붉은 꽃이 잡귀를 물리친다고 믿었으며, 꽃봉오리는 사내아이의 고추를, 열매는 남성의 음낭을, 열매 안의 꽉 찬 씨앗은 아들을 뜻합니다. 석류 열매가 붉은 주머니 안에 돈이 가득 들어있는 모양과 비슷해 부(富)를 기원하기도 했습니다.

▲ 소과도(蔬果圖) ⓒ 박태숙 작가

천도복숭아는 예부터 불로장생의 대표적인 과일로 십장생에 많이 등장하며 중국 고사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중국의 천계라 알려진 곤륜산에는 모든 신선을 감독하는 서왕모의 궁궐 정원이 있었다고 합니다. 여기에는 3000년마다 열매가 열리는 과일 나무가 있는데 거기서 나는 열매가 천도복숭아로 먹으면 3000년을 살수 있다는 전설이 내려옵니다. 또한 복숭아나무는 귀신을 쫒아낸다고 믿었으며 생김새 때문에 여성이나 젊음, 봄, 청춘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 소과도(蔬果圖) ⓒ박태숙 작가

포도는 한 송이에 포도 알이 주렁주렁 열립니다. 또한 곡선을 이루면서 끊임없이 뻗어나가는 덩굴은 자손이 끊임없이 퍼져나가는 번창과 번영의 의미를 담습니다.

▲ 소과도(蔬果圖) ⓒ 박태숙 작가

불수감은 모양이 부처님의 손처럼 생겨 붙여진 이름이며 만복을 관장합니다. 수박은 수복(壽福)과 발음이 비슷해 장수와 복록을 상징합니다. 대추는 단단하게 여무는 씨앗이 있어 건강한 자손을, 밤은 자식을 잘 기르는 모성애를 뜻합니다. 배는 과일 속 씨가 촘촘히 박힌 모습으로 일가친척의 단결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소과류가 민화에서 널리 그려지며 야채와 과실의 다양하고 기발한 표현법이 개발되었습니다. 특히 수박의 잘라진 단면을 표현하는 기하학적 고안은 소과 표현에서 특징적인 성과입니다. 석류, 귤, 선도, 불수감 등의 열매를 꽃처럼 화려한 색과 모양으로 배치해 축복의 의미를 강화한 예는 민화에서 아주 빈번하게 나타납니다.
소과도 [蔬果圖] (한국민속예술사전 : 민화)


우림 박태숙은 동대문구에서 우림화실을 운영하고 있는 젊은 민화작가 입니다.
민화로 시작해 동양화, 서양화 등 다양한 분야를 배워나가며 민화에 새로운 색감, 기법 등을 도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시민들이 민화를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민화를 다양한 공예에 접목하는 새로운 시도를 모색하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