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와 관련한 이벤트는 뭐가 있을까? 바로 현대판 솔로몬의 성전 짓기다.
많은 교회의 담임 목사들은 시무하는 동안 새 교회를 짓는 것이 하나님에 대한 자신의 책무인 것처럼 생각한다. 그래서 큰 빚을 내서 교회를 신축하거나 증축한다. 기존에 내는 헌금은 그대로 받으면서 건축헌금 명목으로 성도들을 참여시키는데, 참여하지 않으면 왠지 믿음이 부족한 마음이 들어서 참여하게 되고 작정 헌금도 수입 수준에 맞춰 적어 내기보다는 무리한 수준으로 결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작정 헌금 시 강조하는 말씀은 교회 건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성도들에게는 헌금 이상으로 하나님의 복이 있을 것이라는 감언이설과 교회 건축에 성공한 목사들을 강사로 초빙해서 분위기를 조성하고 ‘아멘’으로 화답하게 만든다.
건축 이전에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해서 모든 성도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데, 길게는 1년 이상을 집요하게 강요한다. 그러다 보니, 참여하지 않는 성도는 자신의 믿음을 의심하기도 하고, 교회에 대한 충성이 부족한 것으로 여기게 된다. 돈 내고 죄책감을 느끼게 하는 조직이 바로 교회이다.
그리고 만일을 대비해서 사전확인 사살까지 하는데, 진행 과정에서 많은 불협화음이 있다는 것을 전제하면서 방해 세력은 사탄의 세력이고, 그 세력을 이기고 성전을 건축해야 하나님께 영광 돌릴 수 있다고 말한다. 심적인 공포감을 반대자들한테 심어주는 것이다.
그렇게 시작한 성전, 아니 교회 건물 건축은 성공보다 실패사례가 많다. 혹 건축에 성공했다고 해도 헌당 예배(새로 지은 교회에 들어가서 드리는 예배를 입당 예배라고 하고, 건축헌금을 모두 모아서 더 이상의 빚이 없을 때 헌당 예배라고 한다)를 드리기 전까지는 많은 헌금을 이자로 지출할 수밖에 없다. 구약에서 나오는 솔로몬 성전에 대한 목회자의 갈망은 신약에서 우리 몸에 부여해준 거룩한 성전이라는 칭호를 무색하게 만든다. 왜 교회는 구약은 존중하면서 신약의 말씀은 제대로 해석하지 않는 것일까? 예수가 광장에서 수많은 군중과 예배를 드렸을 때 천막 한 조각이라도 있었는가?
필자가 다니던 교회는 건축에 실패했고, 담임 목사가 축출됐다. 그리고 노회의 판결을 받아 지분을 나눠 가졌다. 자칭, 좋은 CEO라고 자부하던 목사님은 새로운 교회를 개척하게 됐는데, 이제 벤처 그룹의 CEO가 된 것이다.
◆ 미래 교회는 재정이 줄 수밖에 없다
미래 교회의 재정 상태는 현재보다 좋지 않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성도 수가 줄어서 헌금 액수가 줄 것이고, 혹 청년층이 늘어난다 해도 교회재정에 긍정적인 기여는 힘들 것인데, 현재처럼 취업난이 계속되는 한 정기적으로 헌금을 낸다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아울러 현재 청소년들이나 청년들의 헌금 습관도 기성세대와 다르고 그 가치 판단에도 차이가 있다.
또한, 불투명한 재정운영으로 인한 불신이 증가해서 교회에 맹목적으로 헌금 내는 것을 가로막을 수도 있다. 과거에는 기복적인 설교(교회에 다니면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는 설교)가 통했고, 실제로 현실 속에서도 잘 먹고, 잘살게 된 경우가 적지 않았는데 이는 근대화 과정에서 한국이 물질적으로 성장했고, 교회도 그 혜택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교회의 관점에서는 교회 부흥으로 인한 하나님의 축복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한국 기독교는 초기부터 권력층이 믿기 시작했기 때문에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컸고, 해방, 그리고 6·25전쟁 이후 미국의 든든한 울타리 안에서 개신교는 전도를 목적으로 확성기를 더 크게 틀어댈 수 있었다. 그러나 고도 성장기가 저물고, 저성장 기류에 올라탄 후부터 교회는 기복적인 설교를 줄이고 있다(아직도 오산리 기도원과 같은 곳에 가면, 말도 안 되는 기복 설교를 들을 수 있다). 그리고 ‘믿으면 복 받는다.’에서 ‘오직 믿음’으로 주제를 바꾼다.
종교개혁 당시 ‘오직 믿음’은 기성교회의 부패에 대한 저항적인 의미였는데, 현재 ‘오직 믿음’은 사회적으로 실패한 수많은 교인의 의아함에 대한 교회 변명이다. 취업하지 못해도, 결혼하지 못해도, 성공하지 못해도, 아르바이트만 죽도록 하고 살아도 믿음만 있으면 구원을 얻고 천국에 갈 수 있기에 걱정하지 말라는, 마르크스가 말한 ‘인민의 아편’을 투여하고 있다.
조연호 작가의 연재 <한국 교회가 살아야 한국이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