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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2) 성장이 아니라 발전이다

조연호 작가의 <한국 교회가 살아야 한국이 산다> (139)

조연호 전문위원 승인 2020.03.03 16:10 | 최종 수정 2020.03.04 10:36 의견 0

경제성장과 교회 성장이 과거와 같을 수 없다.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성장은 수치로 표현할 수 있어서 과시용으로 좋다. 최근에도 여러 가지 특수 요건으로 성장하는 일부 교회는 그 업적을 전시하고 과시하느라 정신없다.

경제 분야는 GDP와 경제성장률이 한 국가의 경제 수준을 판단하는 지표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와 같은 수치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학자들도 많고, ‘성장의 독’을 지적하면서 ‘경제발전’을 주장하기도 한다.

경제발전은 쉽게 말해서 구성원들이 골고루 잘 사는 것이다. 성장은 낙수 효과보다 부의 독점을 가져왔다. 그래서 발전은 부의 분배를 중요하게 여긴다.

그렇다면 교회 발전은 어떤 것인가? 앞에서 제안했듯이 진정한 코이노니아를 이루는 것이다. 내가 교회 공동체 구성원이라는 마음을 갖기 위해서는 시스템 전환이 필요하다. 담임 목사 1인 독재나 당회의 과두체제는 성장의 시대에는 효율적이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새로운 시대에는 권력이 분산되고, 조직이 더 민주화돼야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새로운 시대와 세대가 원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교회 조직은 민주화되고, 일반 성도들이 더 많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경제 부분도 적극적으로 공유해서 소외계층에 재정적인 도움을 줘야 한다. 듣기만 해도 굉장히 파격적으로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정체되고 오랜 성이 된 교회의 변화는 혁명 밖에는 없어 보인다. 『새로운 교회가 온다』에서도 점진적인 변화가 아니라 혁명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현재 교회에 관한 생각의 결이 필자와 비슷하다.

그러나 현실은 '혁명'과 거리가 멀다. 점진적인 발전을 추구한다고 하지만, "붉은 여왕 효과(Red Queen's Effect)"처럼 보인다. 한번에 바뀌지 못하면 어차피 효과가 없는 건 마찬가지다.

투명해야 한다

블록체인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그리고 계속 발전 중이다. 어느 순간 블록체인 시스템이 우리 생활 전반에 걸쳐 활용될 것이다. 블록체인 시스템을 잘 모르는 사람은 비트코인만 생각할 텐데,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시스템을 사용하는 암호화폐일 뿐이다. 블록체인은 분산 장부 시스템을 유지하고 모든 과정을 축적해서 공개 할 수 있다(물론, 해킹도 가능하다).

즉, 투명하다는 것이다. 교회도 블록체인 시스템을 받아들이고, 혹 그렇지 않더라도 예산 등과 같은 부분은 공개해야 한다. “거룩한빛광성교회”가 예산을 공개해서 이슈 된적이 있다. 1만 명 가까이 출석하는 교회로써는 이례적인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재정 공개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다.

무엇이 두려운가? 혹 과거에 잘못된 방식으로 운영했다 하더라도 이제부터 투명하게 운영하면 된다. 지금까지는 교회의 힘이 강해서 외부 감사를 받지 않고 있지만, 외부 감사를 받아야 할 것이다. 그 전에 미리 자발적으로 세상이 궁금해하는 부분을 공개하는 게 좋다.

불교나 천주교 같은 경우는 일개 사찰이나 성당 차원에서 공개할 수 없다. 그러나 한국 교회는 느슨하고 유연한 협의체여서 개교회가 마음만 먹으면 투명한 재정 공개는 언제나 가능하다. 이러한 네트워크는 새로운 시대에 좋은 이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

한국 교회가 발전해야 대한민국이 발전한다

교회 발전이 국가 발전과 관련이 있을까? 비판이 가능하다. 그러나 양자의 발전 관계는 확실하다. 교회의 규모와 권력, 이미 확보한 자원을 고려하면 더 확실하다. 한국 교회의 발전은 대한민국 발전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교회가 초대 교회 신앙으로 리트로하고 도덕성을 회복해야 한다. 아울러 인적인 부흥을 지양하고 영적인 성장(발전)을 지향해야 한다. 교회가 혁신한다면, 관련한 위정자들이 동조하게 될 것이다.

교회가 직접 민주주의를 학습할 시공간이 되고, 공유경제를 통해 소외계층을 지원하는 새로운 경제 시스템을 정착할 수 있다면,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고 지역의 빈곤한 계층도 더 윤택하게 살아갈 수 있다. 아울러 교회에서 학부모들이 자녀들 교육에 더 관심 두고 다양한 방법을 실험한다면, 한국 교육도 바뀌게 된다. 현재는 사교육 흐름에 교회 교육도 무너지고 있다. 학생들 시험 기간에 청소년 출석률이 줄고, 수련회 참여 인원이 계속 줄어드는 현상이 대표적인 예다. 문화와 관련해서도 마찬가지고, 환경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교회는 이 모든 것을 발전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다.

교회는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세상이 원하는 빛이 과거에는 등잔불이었다면 현재는 LED이며, 과거에는 단순히 정제된 소금이었다면, 현재는 다양한 풍미를 낼 수 있는 양념을 원한다. 즉, 빛과 소금의 역할, 본질은 잃어버리지 않으면서 시대에 맞게 수행 방법이 변화해야 한다. 이것이 발전한 빛과 소금이다.

지금까지 교회는 성장에 치우쳐서 발전을 놓치고 있었다. 이제 발전을 모색하고, 그 발전을 통해 다시 새로운 부흥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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