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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유나의거리] 길위의사람들 "삼례고모"

성유나 작가 승인 2019.08.05 15:11 | 최종 수정 2019.08.05 15:13 의견 0

삼례 시외버스터미널에 내렸다.

삼복더위 폭염에 제자들을 데리고 고향으로 출사길을 온 조카(미아사단 사진반 선생님)을   마중나온 곱디 고운 고모님이 서 계셨다.

◇ ◇ ◇

엄마와 이모는 화천 사창리에서 딸 이쁜집으로 유명했다. 내가 봐도 이모와 엄마는 성격이나 외모에서  스타일이 전혀다른 미인들이었다. 당연히 뭇사내들이  눈독을 들였고 그래서인지  일찍 결혼들을 하셨다.

이모는 전라도 진도로 엄마는 고향이 화천인 아빠에게로... 춘천에 나와 살때도 동네 반장님이 동네에서 제일 이쁜 아줌마라고 했다. 가난한 집안의 외며느리로 살림을 꾸리자니 유복히 자란 엄마의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마음씀이 늘 넉넉하셨다.

언니를 스무살!  나를 스믈두살에 낳아서인지 40대까지 엄마는 큰 언니라 부를 정도로 젊고 고왔다. 강원대학교 후문에서 남자 대학생들 하숙을 칠때도 인심이 후하고 정이 많아 하숙생들 배곯을까 음식이 늘 푸짐했고 친엄마처럼 돌봐 주셨다. 한번 하숙을 들어오면 군대를가거나 졸업해 직장을 잡아 나가기 전까지 나가는 법이 없었다. 우리 세자매는 오빠들과 오누이처럼 지냈다. 

난소암으로 60되던 해 세상을 떠날때 까지 엄마는 정많고 자존심이 강한 눈이맑고 이쁜여자였다. 내 기억 속엔‥‥

◇ ◇ ◇

"안녕하세요" 인사하자 삼례고모는 조카에게 "제자들이라 남자인줄 알았는데 여자들이네..."하신다.

남자사람 한 분이 갑자기 배탈이나 오시지 못한 아쉬움이 커져 가며 저녁을 먹으로 사진반선생님이 오매불망 그리워하는 유성식당 순대국집으로 들어갔다. 고모님은 옆자리에 앉아 수저를 챙겨 주시며 순대국을 잘 못먹는 나와 동료를 먹어보라고 권하신다. 터미널에 내리는 순간 '앗!! 엄마'할 정도로 엄마와 닮은 고모님을 연신 훔쳐봤다. 가슴에 쏴하니 그리움이 번지며 엄마 생각이나  눈빛이 자꾸 흔들렸다. 

세상에 타인중 나와 거의 닮은사람이 한 사람은 있다고 들었는데 엄마의 또 다른 닮은꼴 엄마련가!  저녁을 먹고 여장을 풀러 고모님 댁으로 들어가기 전 고모님은 더위에 지친 우리 일행을 시원한 커피숖으로 데리고 가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사주셨다. 커피에 반하고 그 인정에 반하고   고모에게 반하고 말았다. 엄마가 환생해 내 옆에 있는 것 같았다.

하숙으로 생계를 유지하시며 자식을 길렀다는고모님!
모진세월에도 변하지 않은 고운 외모, 객들을 따스히 맞이해 주시는 온정, 유일한 낙이라는 고스톱 까지 어찌 엄마와 그리 닮았을까. 그렇게 놀란 가슴이 1박2일동안 가시질 않았다.

커피를 마시고 고모님댁으로 문을열고 들어서는데  하숙집의 정경까지 과거의 나의 고향집에 회귀한 것 같은 착각이 들어 행복한 당황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돌아오는 날까지 두 끼의 맛깔스런 식사대접을 받으며 엄마의 밥상이래 최고의 집밥이라 과식을 하고 말았다. 한 동안 삼례고모의 잔영이 그리움이 두께가 더해져 오래 남을 것 같다.

삼례고모를 찾아가는 길  (성유나 작가)
삼례 유성식당의 순대  (성유나 작가)
삼례고모가 운영하는 하숙집 마당  (성유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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