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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회의 버전?

조연호 작가의 <한국 교회가 살아야 한국이 산다> (43)

조연호 전문위원 승인 2019.08.14 12:41 의견 0

작년에 한 목사님과 현재 한국 교회의 버전(version)을 따진다면 뒤에 어떤 수가 붙을지 이야기를 나눈 적 있다.

“산업혁명은 네 번째를 언급하는데, 교회는 몇 번째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목사님은 “한국교회 2.0이지.”라고 대답하셨다.

그 말씀을 곱씹으면서 한동안 고민했는데, 한국 교회 버전은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먼저, 성장이라는 측면에서 “한국 교회 2.0”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큰 수적인 부흥을 경험했고 그 성장을 바탕으로 여전히 강력한 권력을 갖고 휘두르고 있다. 어쨌든 성도가 많으면 정치·사회적 권력이 따라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발전이라는 측면에서는 1.0이라고 할 수 있다. ‘부흥’, ‘성장’ 외에 떠오르는 단어가 없는 것을 보면 그렇다. 물론, ‘발전’을 따질 수 있는 지표를 명확하게 제시하긴 힘들다. 추상적으로 질적인 수준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종교의 질적인 수준은 사회적인 기준으로 볼 때는 ‘도덕성’에 가까울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기독교는 안타깝게도 3대 종교(가톨릭, 불교, 기독교) 중 그 순위가 3위이다. 과거에 긍정적인 역할을 많이 했던 역사적 사례 등(3·1운동을 비롯한 독립운동, 근대 교육, 의료 시스템 등)를 고려할 때, 발전적인 측면에서는 ‘1.0’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교회는 커지고, 많은 성도를 불러 모았다. 2차 산업혁명 시대의 상징인 표준화, 대량화를 잘 적용했다. 어떤 교회를 다녀도 교회학교 공과 공부 시간이 다르거나 어색하지 않았고(지금도 다르지 않다), 교파가 다를지라도 예배드림에 있어서 어려움이 없다(민감한 성도가 아닌 이상 교단이 다른 교회에서 예배를 드려도 크게 불편하지 않다). 마치 맥도널드에서 빅맥을 주문하는 것처럼 표준화가 잘 돼 있다. 표준은 하나의 세계를 만드는 공통 원칙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나와 적을 구분하는 경계도 될 수 있다.

2차 산업혁명과 3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던 시기는 냉전 이데올로기가 절정인 시대였다. 한국 교회는 근대문화를 국내에 가장 먼저 전달한 종교의 이점으로 성장했고, 공산주의에 대한 이념적 방파제 역할을 하면서, 수적 성장의 가속화도 이룰 수 있었다(물론, 그 수적인 성장에 있어서 독재 권력과 결탁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모든 종교의 성장에는 권력과의 결탁이 있었던 것을 본다면, 비판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다. 독일 개신교도 나치 정권과 결탁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한국 교회는 발전보다는 성장을 택했고, 현재까지도 성장을 추구한다. 물론, 말로는 질적인 부분을 강조하면서 양보다 질이라고 설교하는 목회자나 지도자들도 있으나, 교회 성장을 부인하는 리더는 별로 없다. 종종 교회 성도가 늘어나면 교회를 분리하기도 하지만, 이런 경우도 전체적인 성장을 부정하는 건 아니다. 대신 효율적인 목회를 위한 시도라는 측면에서 위성 예배를 중심으로 교세를 확장하는 과거의 모습과 비교하면 일취월장한 결단이라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한국 교회는 성장이라는 부분에서 브레이크가 걸리면서 새로운 버전으로 업그레이드 하지 못했고, 발전이라는 측면에서는 시대의 발전을 고려할 때 퇴보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