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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小說-대‘한심(寒心)’국] 1편: “짬뽕 나아스니다!” 1

조인 작가 승인 2019.08.17 07:25 | 최종 수정 2019.08.23 17:29 의견 0

“짬뽕 나아스니다!”

난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난다. 다들 아침의 잠에 포근하게 빠져있을 때 눈을 뜬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라고 했던 윌리엄 캠든의 말을 추종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늦잠 자기보다는 나을 거 같아서 항상 일찍 일어난다. 항간에는 “일찍 일어나면 피곤하다.”라고 의미가 바뀌었다고 한다.

과거에 일용직으로 1년 일한 적이 있었는데, 그날에 공치지 않고 막일이라도 하려고 하면,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인력 사무소에 5시 30분에는 도착해야 한다. 혹, 그렇게 일찍 도착해도 비가 오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일찍 일어나서 보통 저녁 6시에 끝나는 막일을 하다 보면, 몸이 피곤할 수밖에 없다. 어쩌면, 윌리엄 캠든말처럼 일자리를 얻을 수 있으니 벌레를 잡는 게 맞는 거 같기도 하고, 일찍 일어나서 온몸이 파김치처럼 축 늘어지니 피곤하다는 말이 맞는 거 같기도 하다. 

아침을 대충 먹고, 집에서 나왔다. 지금 나는 프리랜서다. 이 말은 일이 있으면, 소속 명함을 줄 수 있다는 거고, 일이 없으면 백수라는 거다. 벌이? 별로다. 미국에서는 기존 직장을 나와서 프리랜서로 전향한 40% 이상이 더 고소득자가 됐다던데, 우리나라는 그럴 수 없다. 집단주의를 아직도 공동체로 착각하고 있어서 개인을 신뢰하지 못한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등장하니, 기존 시니어 학자들은 이 말의 뜻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허우적거리는 게 다반사인데, 그런데도 그런 사람을 데려다가 강의를 시키는 곳이 많다. 가끔 강연을 들어보면, 4차 산업혁명을 4차 산업이라고 하면서 본인도 모르는 내용을 외치는 교수들도 있다. 그런 경우 질문이라도 어렵게 해서 창피라도 주고 싶은데, 그런 내 마음을 주최 측이 어떻게 아는지 질문 기회를 주지 않는다. 

프리랜서의 사무실은 카페다. 하루 사무실 임대비용으로 커피 포함 4~5천 원이면, 충분하다. 가끔 눈치가 보일 때는 간식거리를 하나 더 구매한다. 어차피 점심은 먹어야 하니까. 테이블에 올려놓은 스마트폰에서 “채팀장”이 떴다. 얼마 전에 함께 일하기로 한 담당자다. 

“여보세요? 팀장님 안녕하세요.”
“예. 안녕하세요. 한 가지 말씀드릴 게 있어서 전화 드렸습니다.”
“네. 말씀하시죠.”
“지난번에 기획한 새만금 컨벤션센터 행사는 실행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예? 그거 군산시에서 2억 원 정도 지원받아서 진행하는 거라고 하지 않으셨나요?”
“네. 맞습니다. 그런데, 정부의 일자리 창출 사업으로 인해 남는 예산은 모두 일자리 창출 쪽으로 돌리는 거 같습니다. 그리고 내년부터 시급이 올라가니 추가로 지급해야 할 인건비도 늘어난다고 하네요.”
“네. 그러면 저와 같이 기획해서 먹고 사는 사람은 백수가 되는 거군요.”
“아무튼, 죄송하게 됐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시 한 번 수고해주시죠.”
“예. 어쩔 수 없죠.”

아침 잘 먹고 카페에 앉아서 디지털 노마드 신세를 멋쩍게 누리면서 받은 전화였다. 전화를 끊고 나서 든 느낌은 한가로이 풀 뜯고 있다 어린아이가 장난스럽게 던진 돌에 맞아, 그것도 하필이면 눈을 맞아 병신이 된 염소 신세가 된 기분이다.

‘뭐야? 당장 일자리 창출은 중요한데, 기존에 일하는 사람의 일자리는 없앤다는 건가?’ 

답답한 심정이야 이루 말할 수 없지만, 국가가 그렇게 정리한걸, 일개 팀장한테 따질 수는 없는 일이었다. 지난달에 팀장과 웃으면서 함께 먹었던 흑염소 고기가 올라오는 기분을 억지로 누르면서 디지털 노마드가 누렸던, 사무실 카페를 나섰다. 

국가는 원래 이랬다. 그리고 이런 무책임한 ‘책상물림’은 꼰대 보수한테는 공산당이라고 욕먹고, 나 같은 사람한테는 그저 자릿수만(재산의 액수만) 다른 똑같은 정권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1공화국 때, 쌀이 없어서 먹을 걸 달라고 했더니 국부로 모셔지던 이승만 대통령이 “쌀이 없으면, 고기를 먹으면 되지 않느냐?”라는 명언을 하셨다고 한다. 이런 명언은 비단 한국만의 것은 아니나 보다. 프랑스의 유명한 베르사유 장미에서 등장해서 한 가닥 하는 마리 앙트와네트 왕비도 빵을 달라는 민중에게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잖아!”라고 했다고 하니 위에서 보는 민생의 아우성은 괜한 투정으로 보이나 보다. 최근에는 북한의 김정은이 식량 문제를 누군가가 언급하자, “식량 문제는 고기를 먹으면 해결되는 일.”이라고 했다고 하는데, 그날이 마침 장성택을 처형시킨 날이라고 하니, 고기가 꽤 땡 겼나 보다. 

그나저나 일자리가 순식간에 사라졌으니 한동안 뭘 해야 할지, 꼭 뜨거운 여름 달궈진 아스팔트가 지나가는 자동차한테 제발 밟지 말라고 애원하는 심정이다.  (짬뽕 나아스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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