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는 독일 통일(71)] 사실상 두 개의 국가 체제

칼럼니스트 취송 승인 2019.09.10 15:20 의견 0

독일정책은 서독의 입장에서는 동독에 대한 정책이고 동독의 입장에서는 서독에 대한 정책이다. 이는 민족정책, 통일정책을 포괄하고 있다. 그리고 독일 민족, 독일 분단 그리고 독일 통일은 유럽의 평화 및 안보와 직결되어 있음은 특히 2차 대전 종전과 얄타 회담, 포츠담 회의, 독일의 분할 점령, 분단이 잘 말해주고 있다. 그래서 독일정책이 서독에서는 동방정책 즉 동유럽 정책에 동독에서는 서방정책의 일부였다.

분단 국가 출범 이후 아데나워 총리 정부에서 1969년 대연립 정부까지의 동방정책 및 독일 정책의 기본은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아네나워 총리의 국가의 계속성에 바탕을 두고 민주적 정당성을 가진 서독의 유일 대표권과 독일민주공화국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었다.

이는 “힘의 우위 정책”에 기초한 1민족 1체제 1국가 통일론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힘의 우위 정책”이란 아데나워가 주장하는 자석이론에 따른 흡수합병론이었다. 아데나워만이 자석이론을 주장한 것은 아니다. 아데나워와 동시대인으로 전후 사민당을 재건한 쿠르트 슈마허의 자석이론은 양 진영 사이에 위치한 민주사회주의적 유럽연방으로의 독일의 통합으로 그는 새로운 정치, 경제 질서를 통하여 소련 점령지구 동독과 소련의 흡수(Sogwirkung)까지 기대하였다

아데나워 시대의 독일 및 동방 정책은 1960년대에 들어오면서 독일을 둘러싼 국제 환경의 변화, 특히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한 데탕트 즉 냉전에 의한 대결에서 긴장완화 흐름으로 전환되면서 서독에 보이지 않는 압박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는 국내적으로 브란트 총리의 사민당-자민당 정부로 정권 교체 그리고 신동방정책에 따라 모스크바 조약과 동서독 기본조약 등 조약체제로 숨가쁘게 움직여왔다.

모스크바 조약과 바르샤바 조약 등에는 앞에서 언급한 연방의회의 통일에 관한 서한에도 불구하고 폴란드와의 국경을 인정하고 있다. 그리고 동서독 기본조약 전문에서도 “현존하는 국경선을 기준으로 한 모든 유럽 국가의 국경불가침 및 그들의 영토보전과 주권의 존중이 평화를 위한 기본적인 전제조건”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동서독 간의 기본조약에 바탕을 둔 체제 즉 조약체제는 독일민주공화국의 국가적 실체를 인정한 체제로 브란트가 표현한 동서독 간의 “특수한 관계”는 동서독 기본조약에도 상호 대등한 권리에 기초하여(1조), 쌍방 간의 경계선의 불가침성을 확인하고, 각기 영토보전을 존중(3조)하며, 유일대표권을 주장하지 않으며(4조), 국내외 문제에서 상대방 국가의 독립과 자주성을 존중한다(6조)고 규정하여 “존중”(Respektierung)이라는 표현으로 국가 승인(Anerkennung) 문제를 피해갔다. 민족 문제에 대하여 견해 차이가 있음을 인정할 뿐 통일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이런 양자간 관계는 연방헌법재판소에 의해서도 국제법적으로는 주권국가 간의 관계, 즉 서로 외국이지만 국내법적으로는 내국간의 관계라는 다소 모호한 관계로 정리되었다. 헌법재판소는 기본조약이 서독 기본법 전문의 재통일 명제와 모순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서독의 법적 지위에 관해 명확한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이런 맥락에서 사민당-자민당 연립정부의 독일정책은 동독을 “사실상” 승인이라 하지만 이는 국내정책적 타협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는 “접촉을 통한 변화”에서 에곤 바르가 미국의 평화정책을 언급하고 있는데, 미국을 비롯한 4강국의 정책은 동독의 사실상 국가 승인 이상이었다.

1957년 7월 4일 베를린 선언(Berliner Erklärung vom Juli 1957) 이후 서방 강국은 4강국 차원에서 전혀 현실성이 없는 재통일 정책에 대하여 더 이상 의지가 없었다. 연방공화국과 동독이 각각 동서의 동맹체제에 편입된 것이 엄연한 사실이 된 1957년 7월 29일 서방 3강국과 연방공화국은 독일 통일 목표를 고수할 것을 확인하고 전승 4강국으로서 소련의 공동책임을 상기시켰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전체 독일에서 자유 선거가 첫 걸음이 되어야 하며, 통일된 독일이 동맹-나토 포함-에 가입할 수 있는지 여부와 어느 동맹인지에 관해서는 어떠한 제약도 둘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