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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_이야기(1)] 새해의 행복을 기원하는 민화

박태숙 작가 승인 2019.01.04 11:00 의견 0

▲ 복 복자를 문자도처럼 그린 그림 ⓒ박태숙 작가

암울한 시대 속의 유쾌한 우리 민화

2019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매년 연말과 새해가 되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는 덕담이 오고가는데요. 과학의 발달로 생활이 편리해진 현대에도 지역과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표현한 듯합니다. 모든 사람들은 각자가 바라는 소망을 이루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나의 운명을 미리 알고 싶어 하고, 불행을 막아주는 물건을 지니고 있기도 하고 때로는 절대적인 대상에게 기대기도 합니다. 과거에도 행복을 기원하며 집안 구석구석에 붙였던 그림이 있었습니다. 바로 조선 후기에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던 민화입니다.

우리 민족의 그림이라고 하면 수묵화가 먼저 떠오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수묵화는 특정 계층만을 위한 그림이었으며 오히려 서민들에게 대중적인 사랑을 받았던 건 민화였습니다. 우리 민화는 투박하고 해학적이며 자유분방합니다. 그림에 행복을 뜻하는 소재만 있다면 형태나 구도, 색상 유무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단지 저렴한 가격에 원하는 그림을 가지고 싶었기 때문에 대량생산이 가능한 목판화로도크게 유행했습니다.

▲ 자식의 출세를 뜻하는 약리도 ⓒ박태숙 작가

민화는 아름다움을 감상하기 위한 관상용뿐만 아니라 잡귀를 물리치거나 재앙을 막고 부귀영화, 입신출세, 무병장수, 자손번성 등 옛 조상들의 염원을 담는 기능적인 면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민화의 소재는 각각 다른 뜻을 담고 있으며 한 소재에 여러 가지 뜻을 내포하기도 합니다.

때문에 민화는 소재에 따라 집안에 붙이는 위치도 달라집니다. 용 그림은 오복을 상징하고 호랑이 그림은 잡신을 막아주어 대문에 붙였습니다. 도둑을 쫓기 위한 개 그림은 창고에, 부지런함을 상징하는 닭 그림은 중문에 두었으며 해태는 화재를 막아준다고 생각해 부엌에 붙였다고 합니다. 또한 안방에는 부부 화목을 상징하는 화조도와 부귀를 상징하는 모란도, 다산을 상징하는 연화도를 붙였습니다. 그리고 아이 방에는 자식 출세를 상징하는 약리도나 책가도를 병풍이나 족자의 형태로 집안에 채워 넣었습니다. 이렇듯 민화는 민중이 바라는 행복을 담는 그림에서 점차 집안 전체를 치장하는 그림으로 발전했습니다.

▲ 새해에 호랑이 그림과 함께 대문에 붙였던 용 그림 ⓒ박태숙 작가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민화가 성행했던 시기는 정치적으로 암울했던 조선 말기와 일제강점기 때였습니다. 민중은 어렵고 힘든 시기에 민화를 통해 고달픈 현실을 이겨내고 행복해지기를 그 어느 때보다도 간절히 원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민화를 “암울한 역사 속의 유쾌한 그림”이라고 칭하기도 합니다.

까치와 호랑이

▲ 까치와 호랑이 ⓒ박태숙 작가

민화의 대표적인 그림이라고 하면 까치와 호랑이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민화에서 호랑이는 나쁜 기운을 물리치는 수호적인 의미를, 까치는 좋은 소식을 전해주는 길상적인 의미를, 소나무는 새해와 장수를 의미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새해가 되면 까치와 호랑이 그림을 집 대문이나 벽에 붙여 액운을 쫓는 방패막이로 삼았습니다.

다른 회화에서 호랑이는 엄격하고 위엄 있으며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으로 표현되는 반면 민화에서 호랑이는 우스꽝스럽고 해학적으로 표현됩니다. 민화 속에서 호랑이는 권위적이고 무능력하며 부패한 관리를, 까치는 일반 백성을 상징합니다. 까치는 소나무 위에 조롱하는 듯 앉아있고 호랑이는 까치 밑에서 웃으며 앉아있는 모습으로 표현된 것이 많습니다. 힘없는 까치가 얼빠진 호랑이를 골려주는 형상으로 민중이 지배층에게 억압받는 사회를 풍자한 것입니다. 화제도 호랑이와 까치가 아닌 까치와 호랑이인 것을 보면 까치가 주인공임이 분명해보입니다.

이렇듯 까치와 호랑이는 새해를 맞이해 집안에 부적처럼 붙였던 길상화이면서 사회를 풍자하는 그림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까치와 호랑이는 새해를 축하하는 그림으로 조선 말기에 대중적으로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또한 까치와 호랑이는 제가 민화를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그린 작품이기도 합니다. 여러분들의 가정에도나쁜 소식은집안에 들어오지않고 좋은 소식만 들어오길 바래봅니다.

우림 박태숙은 동대문구에서 우림화실을 운영하고 있는 젊은 민화작가 입니다.
민화로 시작해 동양화, 서양화 등 다양한 분야를 배워나가며 민화에 새로운 색감, 기법 등을 도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시민들이 민화를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민화를 다양한 공예에 접목하는 새로운 시도를 모색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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