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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리칼럼(16)] 공주시, 교육도시의 미래

멘토리 권기효 대표의 로컬 청소년 이야기

권기효 멘토리 대표 승인 2020.09.18 09:00 의견 0
(멘토리 제공)

멘토리의 시작이 보령이었던 만큼 충남은 많은 도전을 했던 애정이 담긴 고장입니다. 웬만한 충남 지역은 조사를 넘어 실행도 여러 번씩 했어요. 하지만 딱 한 군데, 피했던 지역이 있습니다. 바로 공주시입니다.

공주는 예로부터 ‘교육’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고장입니다. 바로 이 점이 저희를 주저하게 만들었죠. 공주 하면 교육, 공주+교육 하면 사대부고와 한일고라는 공식이 나옵니다. 이 공식 속에서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은 생활기록부를 더 풍부하게 만들어 줄 뿐이었습니다.

저희가 거쳤던 모든 충남의 도시에서 공부 좀 한다하는 녀석들은 모두 사대부고나 한일고행을 꿈꿨기에 우리는 충남지도를 펴고 공주를 빗겨갈 수 있는 방법까지 고민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어지간한 도시보다 공주에 대한 정보가 더 많이 쌓였어요. 그리고 질문도 생겼죠.

“교육의 도시라는 타이틀이 정말 공주에 도움이 되는 것인가?”라는 의문을 품게 되었습니다. 공주시민들은 납득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우리식으로 해석하면 “전통적인 교육의 도시=서울로 아이들을 잘 보내는 도시”라는 공식이 됩니다. 이건 꼬리표지 절대 장점으로 내세우면 안 되는 단어입니다. 교육의 도시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 위해서는 기존과는 다른 방향으로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비슷한 예로 교육의 도시를 표방하는 경기도의 두 도시가 있는데요. 고속도로를 타보면 교육도시 오산시는 특색 있는 비전이나 정책보다는 전통적인 교육의 도시를 만들고 있습니다. 반면 똑같은 교육의 도시를 꿈꾸는 양평은 슬로건부터 다릅니다. ‘체인지메이커 시티 양평군.’ 교육을 아예 빼 버렸어요. 여기는 한 줄로 정리할 수가 없을 정도로 많은 일들을 합니다. 청소년들이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은 죄다 하려고 노력중입니다. 물론 속을 들여다보면 다를 수 있겠지만, 적어도 겉으로는 극명하게 갈립니다.

지역으로 내려갈수록 교육=대학=서울행 이라는 공식은 견고하게 자리를 잡고 있어 쉽사리 깨지지 않습니다. 이 공식이 나쁜 건 아닙니다. 하지만 청년이 필요하다고 내려오라고 손짓하는 도시가, 지역 청소년을 내보내는 이 공식을 자랑스럽게 내걸고 있는 건 잘못된 방향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합니다. 이런 전통적인 교육관과 훈장을 가진 도시는 다른 도시보다 변화의 속도가 늦었습니다. 그래서 민간에서부터라도 원주민들의 프라이드를 거스르지 않게 작은 시도들이 일어나야 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지역에 작은 모임들이 필요하고 이 커뮤니티를 지지해줄 공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미 공주에는 훌륭한 민간의 도전자들이 책방(가가책방)과 학당(와플학당 코러닝스페이스)을 만들며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시도조차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해내는 모습에 큰 응원을 보냅니다!

대학을 잘 가는 동네가 아니라, 대학뿐만 아니라 다양한 배움이 일어나는 동네가 진짜 ‘교육의 도시’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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