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메뉴

[일본을알자] 추석 연휴와 코로나19

정회주 일본지역연구자 승인 2020.10.01 02:34 의견 0

일본은 9월 19∼22일 4일간의 연휴를 ‘Silver Week’로 보냈다. 5월 봄의 ‘Golden Week’에 해당하는 가을 연휴로 14일 월요일은 ‘경로의 날’, 15일 화요일은 ‘추분의 날’이기도 했다.

연휴 기간 중 일본의 주요 방송은 관광지로 몰리고 있는 관광객들과 고속도로 정체, 공항에 줄서있는 탑승 대기자 등 국민들이 활발하게 이동하고 있음을 경쟁적으로 보도했다.

방송 내용을 보면 8월 3일부터 시작된 도쿄도 내의 주류를 제공하는 음식점과 노래방에 대한 영업시간 단축이 점차 완화되다 9월 16일부터는 거의 1개월 반 만에 완전히 해제되었다고 전한다. 일본정부에서 추진하는 ‘GoTo 트러블’에 도쿄도가 제외지만 10월 1일부터는 포함될 예정임을 강조하며 도쿄도를 출발 혹은 도착하는 여행자에 대한 정부 및 지자체의 지원(‘GoTo 트러블’)으로 4,000억엔(4조 5,000억원) 이상의 경제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대표적인 아침 와이드쇼 프로그램인 ‘하토리 신이치의 모닝쇼’(TV-asahi)와 ‘히루오비’(TBS) 등에서는 대표적인 일본 관광지 호텔 할인율 적용과 먹거리 등을 선전하는 프로그램이 수일간 방영되기도 하였다.

한편 이와는 반대로 연휴 직전 도쿄도의 ‘(코로나19)모니터링 회의’에서는 도쿄도 의사회 이노구치 마사다카 부회장이 “신규 양성자는 높은 수준인 채로 증가로 전환했다. 신규 양성자 증가는 시간이 지나면 중증 환자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중증 환자 수 추이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 고 경고했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 도지사도 “아슬아슬한 한계다”라고 도민들에게 주의를 요구했다.

방역 측면을 고려하면 연휴를 앞두거나 연휴기간 중 오히려 이동을 우려하고 자제토록 언론과 방송에서 경고를 했어야 하는데, 축제 분위기를 조장한 것은 일본의 사회 문화적 특징인 ‘스스로 알아서 긴다’는 ‘손타구(忖度 : そんたく)’ 가 작용한 것이 아닐까? 즉, GDP 하락 등 수치적으로 나타나는 경기하락 현상을 해소하고자 총리가 바뀐 것을 계기로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완화하였고, 연휴기간을 이용해 극대화시킨 것으로 보여진다.

축제와 같았던 ‘Silver Week’ 연휴도 끝났고, 일본의 감염자, 특히 도쿄도의 감염자 수는 원래 수준대로 100∼200명 수준으로 돌아갔다. 지난 3월 20일부터의 3일간의 연휴기간이 끝나고, 1주일이 지난 후 감염자가 8.3배로 증가하여 제 1파 감염확대로 연결되었고, 정부 및 지자체의 여행지원(‘GoTo 트러블’)이 시작된 첫 주이었던 7월 23일부터의 4일 연휴는 1주일 후에 감염자가 1.8배로 증가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방역대책을 강구하더라도 정도의 차이일 뿐, 사람이 움직이면 감염자는 증가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WHO Coronavirus Disease (COVID-19) Dashboard COVID-19 Explorer(Response)

한편, WHO Dashboard의 ‘정부 대응 엄격성 지수’(휴교 등 9개 대응 지표를 바탕으로 한 종합대책으로 100이 가장 엄격)를 비교(Current Index)하면 한국은 일본보다 비교적 엄격한 대응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한국이 학교(2)·직장(3)·공공 행사(4)·집회(5)·감염검사(13)·감염자 추적(14) 등에 있어서 일본보다 엄격한 정부 방침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해외여행(9) 및 금융지원은 일본이 높은 수준의 지원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이같은 엄격한 대응에는 방역을 위해 개인의 인권을 제한한다는 문제도 안고 있다. 게다가 이제까지 우리는 일본이 정책적으로 ‘PCR 난민’이라고 비난받을 정도로 코로나19 검사를 제한해 왔다면서 의료 후진국 처럼 알고 있었지만, 영국, 이태리 등 유럽 선진국들과 중국에 비하면 치명률(일본 1.9, 한국 1.68)에 있어서는 우리와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론적으로 (다양한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한일간에는 상호 비교를 통해 교훈을 도출할 만한 사안이 많다. 예를들면 일본의 ‘Silver Week’ 사례처럼 우리도 추석 연휴를 앞두고 제주도 및 강원도 등 관광지 숙박시설은 예약이 완료된 상태라고 하는데, 일본의 봄과 가을 연휴 사례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클 것이다. 즉, 움직이면 감염자는 증가한다.

한국과 일본의 치명률 비교(질병관리청)

<저작권자 ⓒ시사N라이프> 출처와 url을 동시 표기할 경우에만 재배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