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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학교 분쟁으로 보는 특수학교 문제, 경계선 지능 청소년 지원에 대해

월간 청소년문화발전소 Vol.02 10월호

윤준식 기자 승인 2021.10.22 18:11 | 최종 수정 2021.10.24 21:48 의견 0

윤준식: 이번 10월에도 두 가지 주제를 가지고 오셨는데요. 첫 번째는 강서구의 서진학교. 강서구의 대표적인 특수학교죠? 벌써 한 5년 된 것 같은데. 학부모님께서 무릎 꿇는 영상, 무릎 꿇고 애원하는 사진 등을 많이 보셨을 겁니다. 서진학교 문제를 오늘 첫 번째 토픽으로 가지고 오셨고요.

두 번째 토픽은 사각지대에 있는 경계선 지능이라고 저한테 메모를 주셨는데 ‘경계선 지능’, ‘느린 학습자’라고도 얘기하죠? 경계선 지능 청소년에 대한 문제를 가지고 오셨습니다. 첫 번째 토픽부터 한번 짚어볼까요. 왜 서진학교를 오늘 이번 10월 호 첫 번째 토픽으로 정하신 건가요?

오경옥: 앞서 9월에 진행을 했었던 내용들과 연결선이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청소년 쉼터에서는 가정 밖 청소년들을 바라보고 있는 시선 그리고 이 시설(서진학교)를 유치하는 과정들 속에 지역 주민들이 보여주고 있던 님비 현상, 그리고 자치구에서 주민들이 이렇게 제기하고 있는 그 문제들에 대해 회피하는 시선들... 그 출발선에서 가장 핫 이슈였던 서진학교 관한 내용들이 영화 <학교 가는 길>이 개봉하며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영화 <학교 가는 길>은 서진학교 건립 과정에 갈등 문제들을 거론하고 있는데, 이때 지역에서 설립을 반대했었던 주민이 이 영화의 배급과 상영을 중지하는 가처분을 법원에 제출한 적이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이미 서진학교의 문제들은 지역의 갈등 속에서 해결이 되어 결과적으로 2020년에 특수학교인 서진학교가 개교했고 현재 발달장애인 친구들은 학교를 잘 다니고 있죠.

그런데 이 문제를 되짚어 보는 것은 “다큐멘터리 영화인 <학교 가는 날>을 둘러싼 법적인 공방이 다시 펼쳐졌다”, “여전히 이 문제는 지역 내에서 해결된 것이 아니라 갈등을 조장할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죠.

https://www.youtube.com/watch?v=OsPrIYwuWdI

▶관련 기사들
[영화] 학교가는 길(2021.05.05. 개봉), 46회 서울독립영화제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44226

[파이낸셜뉴스 2021.08.09. 보도]영화 '학교 가는 길' 두고 이번엔 "내 장면 빼달라“
https://www.fnnews.com/news/202108091839556678

[카톨릭뉴스 2021.08.09. 보도][열린 인터뷰] 김정인 "다큐 영화 `학교 가는 길`, 공익적 장면 삭제 곤란해“
http://www.cpbc.co.kr/CMS/news/view_body.php?cid=807287&path=202108

[SBS 2021.09.15. 보도] 영화 ‘학교 가는 길’ 삭제 가처분 기각... “공익성 크다”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6467262

윤준식: 특수학교가 왜 님비 현상의 대상이 되는가? 특수학교가 혐오시설인가? 한 번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화장장이라든가 쓰레기 처리하는 시설이라든가라면 지역 사람들이 싫어하거나, 우리 지역에 들어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특수학교가 우리 지역에 들어오는 것을 왜 혐오하는가? 그게 들어오면 집값이 떨어진다고 생각을 하는가? 동네가 안 좋아진다고 생각하는가? 그 이유가 뭘까요?

오경옥: 방금 말씀 주신 그 부분들이 가장 큽니다. 사회복지시설이라든가 청소년시설들이 이렇게 들어오거나 또는 노인복지시설이 들어오면 집값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것이 가장 많고요. 최근 송파구에서도 <시립 송파실버케어센터>가 주민 반대로 무산된 사건이 있었어요.

근데 이것을 보고 한 국회의원이 “기쁘다”고 말했어요. 주민의 오랜 숙원인 “이 시설이 들어오면 안 되는 것을 막았다”, “그것이 나는 기쁘다”고 표현한 거죠. 다시 말해 어떻게 보면 사회적으로 이 대상들을 품고 가야 하는, 그 대상을 온전히 바라봐야 하는 국회의원조차 주민이 자신의 재산권을 보호하는 것에만 동조하는 모습을 보며 9월에 있었던 송파 노인시설 설립 무산 사례도 한 측면으로 보여진다 생각합니다.

[이데일리 2021.09.16.] 실버케어센터 백지화에…배현진 "해냈다" 성명 뭇매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2761766629180776&mediaCodeNo=257&OutLnkChk=Y

[서울경제 2021.09.18. 보도] '서울 노인 최다' 송파마저 돌봄시설 무산···노인 위한 나라 어디에
https://www.sedaily.com/NewsView/22RIGNHXNW


윤준식: 이런 시설이 들어온다는 건 어떤 면에서는 더 살기 좋은 지역, 살기 좋은 마을이 된다는 의미거든요? 제가 조금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쓰레기장이라든가 화장장 같은 경우 사람들이 감정적으로 꺼림직하게 생각하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꺼린다는 걸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인데요.

상식적인 선에서 생각하면 실버타운이라든가 실버타운 노인복지시설이라든가 청소년시설이라든가 특수학교가 들어오는 건 지역 내에 해가 될 일이 없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집값에 그게 왜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을 하는지 그거를 좀 알 수가 없다는 겁니다. 이거는 핑계에 지나지 않고, 실제로는 사회적 약자를 혐오하는 행동, 더 심하게 말하면 인종주의적 편견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냐 이렇게 몰아세워 볼 수 있다는 거죠.

오경옥: 님비 현상이라고 하는 측면도 있고 그리고 혐오 시설이라고 규정을 하고 있는 이 시민들의 시각들, 그리고 이것을 문제를 해결을 하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될 자치구나 그것을 조정해줘야 할 시의원, 구의원, 국회의원들이 그 문제들에 대해 중심축이 됐고, 오히려 이 문제를 확대하는 하나의 요인이 됐다는 거죠. 그중 하나가 서진학교가 그랬던 거죠. 그리고 제가 좀 전에 말씀드렸던 송파구의 실버 케어 타운도 그런 측면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윤준식: 근데 이런 특수학교의 설립에 대해 서울교육청이 로드맵을 내놨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특수학교가 더 많은 지자체로 확산될 예정입니다 서진학교의 사례를 놓고 본다면 또 다시 만만치 않은 님비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 이렇게 볼 수도 있는 건데요.

[아시아경제 2017.09.26. 보도] [일문일답] "한 명도 포기하지 않겠다"…서울 전 자치구특수학교 설립
http://www.asiae.co.kr/news/view.htm?idxno=2017092612492706196

[에이블뉴스 2021.09.07. 보도] 서울교육청, 2040년까지 특수학교 9개교 설립
https://www.ablenews.co.kr/News/NewsContent.aspx?CategoryCode=0020&NewsCode=002020210907121247800220

오경옥: 중랑구에서도 특수학교 설립을 하려고 했었던 움직임이 있었죠. 근데 반대로 여기는 환영했어요. 2017년, 2018년에 이슈가 됐었던 게, 강서구는 반대하고 그리고 이쪽 중랑구는 환영한다, 같은 시설인데... 그러면 이 지역에 살고 있는 시민들은 다른 시민인가? 이 지역에 있는 사람들은 보는 관점이 다른가? 이런 식의 이야기들이 거론되기는 했었죠. 그런데 이거는, 문제 해결하는 방법과 그리고 이 갈등을 야기시키는 그런 어떤 촉매의 역할을 했다 했었던 사람들이 누구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봅니다.

[동아일보 2019.05.10. 보도] “특수학교 설립 환영” 땅주인이 플래카드 내건 까닭은…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190510/95459516/1

https://www.youtube.com/watch?v=2oGNXxeoZbE&t=1s

오경옥: 지금 서진학교가 위치한 그 자리가 공진초등학교 부지였거든요? 이게 인원수가 줄면서 이 학교는 어쩔 수 없이 폐교할 수밖에 없게 됐죠. 근데 이 땅은 교육청 산하에 있는 토지라는 거예요. 그러면 교육청에서 운영을 하고 있는 공간은 반드시 학교와 교육시설에 관한 내용들이 들어와야 된다는 거죠.

특수학교에 관한 것들이 너무 제한적으로 있다 보니까 서울시 교육청이 학교 부지를 활용하는 방법 중 하나로... 그리고 강서구나 양천구나 이쪽 지역에 또 장애인들이 좀 많이 거주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 사람들이 이렇게 편안하게 이 학교를 갈 수 있는 공간들을 강서구에 둔다면 강서구나 양천구에 있는 사람들이 손쉽게 다녀갈 수 있기 때문에 사실은 이 계획들 자체가 정당한 계획이었던 거죠.

근데 주민들이 토론회를 하면서 반대하게 돼요. 처음에는 반대보다는 찬성 쪽이 좀 높았다가 추진을 하려고 했을 때 인접한 LG자이 주민들이 반대하게 됐어요. 물론 이 사업들에 대해서 찬성하신 분도 있지만, 대부분 입장이 자기 재산권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았고, 반대 의견들이 제출을 하면서 계속해 난항을 겪었고... 지금은 코로나 상황이지만 이때는 메르스 상황이었거든요. 대규모 이렇게 집회하는 것들이 좀 차단이 됐죠. 그래서 이런 공청회를 진행하는 것들이 좀 무산이 됐고...

서울교육청은 이 사업들은 어쨌든 추진을 해야 되는데, 강서구에서 마곡지구가 이제 또 개발을 하고 있고 한창 공사를 하고 있으니까 일단 학교 용지로 전환할 수 있는 부지가 없는지 찾아보게 됐죠. 왜냐하면 지역에서 반대를 하니까... 그런데 이게 또 설립을 추진을 하는 과정들 속에서 또 주민들의 반대가 일어나는 거죠.

그 공간 자체를 특수학교로 전환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걸 지켜보신 분들은 “이 학교가 들어오면 여기 새롭게 조성되고 있는 이 지구 전체의 집값들이 내려갈 것이다”는 내용들이 컸다는 거죠. 그런 우열곡절 끝에 다시 지금의 학교 장소로 오게 됐는데 이 지역 국회의원께서-당시에는 후보자였죠- “이 공간에 ‘국립한방의료원 유치’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거예요. 그러면 특수학교가 낫겠어요? 한방의료원이 낫겠어요?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물론 학교가 중요하지만 한방의료원을 하면 더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으니까 쏠림 현상이 일어나게 됐다는 거죠.

처음에 혐오라고 하는 관점이 아니라 어떤 이득이라고 하는 관점에서 사람들의 생각이 전환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었던 거예요. 그런데 여기서 다시 어떤 문제가 생겼냐면, 바로 저희가 잘 알고 있는 ‘무릎 꿇은 어머님들의 모습’이 바로 2017년 9월에 이 설명회 때 등장하게 된 거죠. 그 모습을 보고 “서진학교 문제는 그냥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 “여기에 대해 뭔가 거론해야 된다” 그래서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님들이 기자회견을 하셨는데, 그때 밝혀진 게 “그 부지에 대해 국회의원이 잘못 알고 있다. 그 부지는 학교 부지이기 때문에 학교와 관련된 교육시설이 들어와야 된다”

[매일일보 2017.09.15. 보도] 서울시의회 교육위, 강서지역 특수학교(서진학교)설립 촉구 기자회견
http://www.m-i.kr/news/articleView.html?idxno=343437


윤준식: 그러니까 한방의원이 들어올 수 있는 부지가 아니다?

오경옥: 이미 법으로 도시계획법 상의 학교 용지로 지정이 돼 있기 때문에 다른 것으로 전환할 수가 없는 게 명시되어 있는데 국회의원 후보자는 본인의 당선이 목적이신 건지, 그런 것들을 정확하게 알아보지 못했던 것이 실책이었죠.

윤준식: 정리를 하면은 강서 구민들이 “특수학교에 오게 될 특수아동이나 특수 청소년들을 혐오해서 그랬다기보다 더 큰 이권이 생길 가능성이 있어 있기 때문에 그랬다”고 보는 게 정확한 시선이겠네요

오경옥: 이게 복잡한 거죠. 2017년 전에는 혐오시설로 봤던 거죠. 어머니들이 무릎 꿇고 하소연하면서 이슈 전환이 됐고, 이 문제가 뭔지 좀 더 더 파보면서 교육위 소속 시의원들이 팩트 체크를 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게 되었던 거죠.

윤준식: 지금은 서진학교가 무사히 설립이 됐고 학생들이 학습하고 있습니다. 서진학교가 설립된 이후 서울교육청이 새로운 로드맵을 수립해 7개의 특수학교가 더 생기기로 되었다고 합니다.

오경옥: 현재 서울시교육청 조희연 교육감의 공약입니다. 그래서 7개의 학교를 설립하는 것들이 추진되고 있었고. 중랑구에서는 환영을 받았는데, 다른 지역에서는 또 서진학교와 유사한 그런 문제들이 좀 야기되기도 했었어요. 지역이 수용할 수 있는 능력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지만, 누구나 교육을 받아야 되는 평등권에 대한 것들 그리고 이것은 국민이 누려야 할 기본권이라는 것들이 우선이 된다는 것만큼은 강조해야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2021년 5월에 개봉한 <학교 가는 길>은 현재까지 계속해서 상영회가 진행되고 있고... 그리고 이 영화를 제작하는 데 소요된 있었던 시간이 사실은 5년이거든요. 이 영화를 제작한 감독님이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이 문제에 대해서 관심도 없었고 영화를 찍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어린 자녀를 딸을 둔 아버지이기도 한데, 무릎 꿇은 어머니 사태들을 보면서 “이 문제는 그냥 간과해서는 안 된다”라고 해서 기록으로 남기게 된 거고, 그래서 영화의 첫 타이틀을 보면 “마로와 마로의 친구들에게”라는 자막이 등장합니다. “아이들에게 이러한 이러한 일들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아버지의 마음이라고 생각됩니다.

[오마이뉴스 2021.05.14. 보도] 학교 가는 길을 닦은 어벤져스 엄마, 제 친구입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743324&CMPT_CD=P0010&utm_source=naver&utm_medium=newsearch&utm_campaign=naver_news)

[조선일보 더나은미래 2021.09.27. 보도] [인터뷰]“발달 장애 학생의 ‘학교 가는 길’을 위한 ‘길동무’가 돼 주세요”
https://blog.naver.com/future4all/222518114977)


윤준식: 저는 이런 영화가 나온 줄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물론 제가 모든 영화를 파악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사회성이 있고 의미 있는 영화가 나왔는데 모르고 있었다는 게 부끄럽기도 하네요.

오경옥: 모를 수도 있죠. 근데 시민사회 쪽에서 운동을 하고 있고, 아동과 청소년들 중심으로 이제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 영화에 관한 이슈들을 중점적으로 생각해야 된다는 거고요. 이 팟캐스트를 녹음하는 10월 12일 이후에도 10월 15일(금) 오후 7시 30분부터 강동시민협의회가 함께크는우리도서관에서 마을영화 공동상영회로 <학교가는 길>을 상영회를 하고, 10월 18일(월)까지 온라인 상영회를 병행하는데 이런 흐름들이 계속 이어질 거라 생각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FLeqHZz5qL8

윤준식: 서울특별시 교육청이 2040년까지 공립 특수학교 9개 교를 설립하는 ‘공립특수학교 설립 중장기 기본 계획’이라는 걸 발표했거든요. 이 중장기 계획에 해당되는 연도가 올해인 2021년도부터 앞으로 20년에 걸쳐 2040년까지, 정말 중장기적으로 추진을 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지금 특수학교가 없는 8개 자치구 중에서 특수학교를 설립하기가 애매한-아마 인구 구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중구를 제외한 7개 자치구에 하나에 한 개의 특수학교를 설립을 하는... 그래서 “8개 자치구 중에서 7개 자치구에 7개 학교를 추진하겠다” “기존에 특수학교가 설립된 곳 중에서도 장애 유형을 고려한 거점 학교 기능을 하는 특수학교 2개를 더 설립해서 총 9개의 학교를 설립하겠다”는 계획의 1단계 계획이 2030년까지 4개 학교를 설립을 하는 건데, 그중 첫 번째가 중랑구에 설립될 동진학교로 2025년 개교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지금 현재 서울 시내에 있는 특수학교가 총 32개 학교라고 되어 있어요. 그런데 32개 학교라고 하니 굉장히 많아 보이잖아요? 32개 학교가 많다고 보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일반 학교에도 특수학급이 존재하잖아요. 중등 교육으로 넘어가는 학생들이 갈 학교가 특수학교인데, 한 자치구에 한 개 학교가 있다는 것도 굉장히 어려운 환경이 아닐까 생각해요. 좀 더 많이 생겨나야 되지 않을까?

그리고 이런 특수아동들을 교육하기 위해서는 교사도 많이 필요한 데, 교사 수급도 원활해져야 학교를 더 늘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서울시 기준으로 놓고 보면 평균적으로 한 개 자치구 인구가 40만 정도 되거든요? 40만 인구 중에 특수학교가 1개 학교밖에 없다는 거는 고려를 해봐야 될 것 같아요. 물론 서울 외 다른 지역은 더 상황이 열악할 겁니다. 서울은 인구 밀도가 높기 때문에 단위 면적당 교통의 편리성이나 이런 것들이 있거든요.

좀 더 인구 밀도가 낮은 지역으로 가게 되면 특수학교가 있다 해도, 예를 들어 인구 규모로 40만에 특수학교가 하나 있다고 쳤을 때 강원도의 경우 정선, 영월 두 개 군 인구를 합쳐 10만이 되지 않아요. 그런 지역 같은 경우는 서울의 몇 십 배 면적인데 특수학교가 한 개 있다 상상해 보자구요. 그래서 특수학교 설립이라든가 이것과 관련된 인프라에 대해서는 좀 생각해 볼 필요가 많이 있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제 선배 중에 특수학교 교사가 있어요. 이 선배가 그런 말을 하더라고요. “1년에 한 번 내가 거짓말을 하는 날이 있어”라고요... 어떤 날이냐면 졸업식 날 학생들에게 격려와 권면의 말을 해주는데, “여러분들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생활하면, 상급 학교로도 가고 직장도 다니고 멋진 삶을 누릴 수 있어요”라는 말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 그런데 그 말이 이루어질 수 없는 현실이라는 것 때문에 1년에 한 번 거짓말하는 날이라는 얘기를 씁쓸한 표정으로 전해준 바 있습니다.

장애가 있고, 특히 지적인 장애가 있는 친구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가 없잖아요?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최대한 그들을 사회 일원이 되도록 돕는 것이 바로 학교이기 때문에, 특수학교의 유무, 특수학교에서 제공되는 교육 서비스의 질적 유무가 굉장히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고요.

어찌 보면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서 특수학교를 9개를 설립을 하는 데 20년이 걸린다는 게 굉장히 안타까워 할 일이죠. 아마 아파트 9개 단지를 짓는다고 그랬으면 1년 안에 다 끝났을지도 모릅니다.

[EBS뉴스 2021.09.16.] 지역 교육공간으로 자리 잡은 '서진학교의 변신’
https://news.ebs.co.kr/ebsnews/allView/60106927/N

[서울시교육청 보도자료 2021.09.07.] 특수학교 설립 중장기 기본계획
https://enews.sen.go.kr/news/view.do?bbsSn=172817

https://www.youtube.com/watch?v=FX83ya0GS0I


윤준식: 두 번째 토픽으로 넘어갈게요. 두 번째 토픽은 경계선 지능, 느린 학습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오경옥: 앞서 서진학교가 발달장애 친구들을 위한 학교라면, 경계선 지능은 장애와 비장애인 사이의 경계에 놓여 있는 대상들을 의미합니다.

윤준식: 지난 9월에 우리가 강남 청소년 쉼터 이야기를 하면서 학교 밖 청소년, 가정 밖 청소년 얘기를 했거든요. 계속해서 경계선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얘기로 넘어가게 되는 것 같은데요?

오경옥: 경계선 지능 청소년들 문제를 주안점으로 보려는 건 제가 청소년지도사이고 사회복지사로서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에 있는 경계선 지능이 차지하는 비율이 크다 이유죠.

윤준식: 어떤 경우를 경계선 지능이라고 얘기를 하는 건지?

오경옥: 우리가 보편적으로 지능지수 얘기를 하잖아요? 84 미만, 71 이상에 해당되는 지능을 ‘경계선 지능’이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지능 정규 분포 곡선 (출처: 동북권NPO지원센터 블로그. https://blog.naver.com/dbnpo/222127747241)

윤준식: 예전에는 ‘지진아’라고 불렀잖아요? IQ가 교육의 주안점이 되던 80년대만 해도 “원숭이보다 IQ가 낮다”고 막 놀리고 막 그랬어요.

오경옥: 그런데 이 친구들은 차라리 발달장애인처럼 장애 판정을 명확히 받을 수 있다면 서진학교와 같은 학교에서 특수교육을 받을 수 있는데, 지능지수가 70보다 이상인 친구들, 그러니까 84~71 중 70대에 해당하는 친구들의 경우 장애인 등급을 받은 친구들이 누리는 혜택을 받으면, 좀 더 성장이 촉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죠.

그리고 84에 해당되는 친구들의 경우 그냥 일반적으로 행동을 할 수 있기는 하나, 동년배 친구들이나 다른 사람들과 생활했을 때 “얘, 좀 이상해”라고 하는 특이점이 보이는 대상일 뿐, 겉으로 봤을 때는 이상이 없기 때문에 “왜 멀쩡한 애가 저래요?”라는, ‘좀 이상한 아이’, ‘손쉽게 건드릴 수 있는 아이’ 이런 식의 낙인이 찍히는 경우들이 있죠.

앞서 이야기 주신 것처럼 저희가 지난 9월에 다뤘었던 학교 밖, 가정 밖에 놓여 있는 친구들 중에 경계선 지능에 속해 있는 친구들이 등장하곤 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aQdtQrUtXaw

윤준식: 아까 서진학교 이야기에서 특수학교 그러면서 특수아동 특수 청소년 제가 이렇게 얘기를 했는데요. 그럼 이걸 어떻게 얘기를 해야 되죠? 발달장애라고 부르는 게 원래 정확한 표현인 건가요?

오경옥: 발달장애 속에는 아스퍼거 증후군이라든가, 지적장애가 다 포함되는 용어입니다. 그런데 경계선 지능에 대해 포커스를 잡았냐면, 9월에 다뤘던 내용하고 많이 맞물려요.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의 시설에 있는 자립 대상들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잖아요? 보호종료아동 자립지원 대상자 중 보건복지부는 시설아동 자립지원의 세 번째 트랙으로 경계선지능에 대한 지원 사업을 하고 있어요. 보건복지부에서도 이 부분들(경계선지능 아동에 대한 자립지원)을 그냥 간과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 아동정책에 포함했는데...

지금 전국적인 움직임은 경계선 지능인에 대한 처우를 염두해야 하고 그들의 교육을 평생 서비스를 지원해야 하는데, 이게 개인의 상황에 따라 어느 정도 집에 재정이 되시는 분들은 다 소화 가능하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을 갖는 분들은 자녀들에게는 지원해 줄 수가 없거든요. 그러면 역시 서진학교에 대해 교육권, 누려야 될 기본권으로 강조한 것처럼 사각지대에 있는 경계선 지능 대상들에게도 사회를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그런 기능적인 것들이 필요하기 때문에 다양한 움직임들이 있습니다.

(청소년문화발전소 제공)

[관련링크 모음] 느린학습자(경계선지능) 관련 정책 및 사업
https://workflowy.com/s/fb87f6e2292c/lqB2ybFbeEtJdWud

윤준식: 좀 풀어서 설명을 좀 해 주시면 좋겠네요.

오경옥: 일단 경계에 있다는 것은 어떤 대상자 입장에서는 ‘이 친구가 장애를 갖고 있지 않아서 다행이다’고 볼 수 있어요. 경계선 지능이라고 이렇게 수치화로 했었던 부분들 속에는 경계선 지능을 수치로만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성을 봐야 되요. 지능이 높고 사회성이 낮은 친구들, 보편적으로 사회생활을 하는데 사람들과 같이 어울려 살지 못하는 그 친구들도 품어야 될 대상이기도 해요. 그리고 지능 지수가 보편적이지 않은 사람들 중에도 사회성이 굉장히 좋은 사람들이 있거든요.? 자기 역할을 찾기 위해 다양항 활동들을 해요. 그래서 경계선지능이라는 용어를 느린 학습자라는 용어로 대체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 지원 사업들을 추진을 하는데 법적인 부분들에 대한 근거들이 필요하죠? 그래서 서울시에서는 작년에 <서울특별시 경계선 지능인 평생교육 지원 조례>를 제정을 했고요. 현재는 이 사업들을 추진하기 위해서 연구 사업들이 수행되고 있는데, 내년에는 경계선 지능을 대상으로 한 평생교육 지원센터가 종로에 설치될 예정입니다.

한 가지 더 얘기를 드리면요 서울시의 자치구에서도 경계선 지능 느린 학습자에 대한 지원 조례들이 제정이 이어지고 있고요. 처음에는 서초구, 양천구, 노원구에서 조례가 제정 됐고요. 구로구는 경계선 지능인 아닌 느린 학습자 지원 조례로 명칭을 완화를 시켜 오해를 축소하기 위한 움직임이 진행이 되고 있습니다.

(청소년문화발전소 제공)

[관련링크 모음] 느린학습자(경계선지능) 관련 법령 및 조례 제정 현황
https://workflowy.com/s/483fb927e643/YovKAl2tz5zblWPw


윤준식: 사실 조선시대 대표적인 느린 학습자 한 분이 있습니다. 충북 증평 출신의 선비 김득신 선생인데요. 이분이 굉장히 느린 학습자였어요. 어린 시절에 학습 진도를 못 따라가서 놀림도 당하고 되게 힘들어했는데, 든든한 후원자였던 아버지의 격려로 학문을 이해할 때까지 계속 공부하고 공부하고, 책을 계속 읽었다고 그래요. 그렇게 노력한 끝에 60세가 넘어과거에 급제했고, 그 이후 학자로서 후세에 많은 영향력을 끼쳤다고 합니다.

느린 학습자들에게 기회를 주고 그들에게 적합한 교육이 이루어지게 한다면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고 건강한 시민으로서 살아갈 수 있음을 이미 역사 속에서 찾을 수가 있거든요? 서울시의 조례, 그리고 앞으로 나오는 새로운 로드맵들이 경계선 지능인들에게 많은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tpk3QiK85j0&t=60s

https://www.youtube.com/watch?v=UbhtAUq4UZA&t=36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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