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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만드는 공간, 함께 만드는 동네(3)] 정주성 고민에서 시작한 리빙랩 '옥반지 프로젝트'

윤준식 기자 승인 2021.12.15 14:54 | 최종 수정 2021.12.15 14:57 의견 0

DIT를 주제로 도시재생 스타트업 오롯컴퍼니 이종건 대표와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번 회는 도시 내 정주성 고민에서 시작한 리빙랩 '옥반지 프로젝트'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옥탑, 반지하, 지하창고의 앞글자를 딴 '옥반지 프로젝트'는 도시 내에서 소외된 공간이면서 버려진 공간들을 살리기 위해 우선 주거환경 개선을 통해 유휴공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마을 내의 새로운 거점공간 조성하려던 시도였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곰팡이부터 잡아야 했습니다. 정주성 개선을 위한 리빙랩 프로젝트를 통해 '곰팡이 연구소'를 설립하게 된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윤준식 편집장(이하 '윤'): 도시재생 현장에서 코디네이터로 생활했던 이야기에 이어 자연스럽게 오롯컴퍼니 창업 이야기로 넘어와 오롯컴퍼니가 지속가능성을 생각하면서 여러 가지 새로운 사업의 다각도적인 모색을 하다가 옥반지 프로젝트로 오게 되었고 이것이 한국형 ‘게러지 정신’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됐어요.

‘옥반지 프로젝트’의 이야기부터 시작하면 될 것 같은데요. 그럼, 곰팡이 연구소가 그렇게 등장하게 된 건가요?

오롯컴퍼니 이종건 대표(이하 '오롯'): 네 맞습니다. 옥반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한 것이
“너라면 반지하에 들어가겠니?”, 제가“왜 싫은데?” 물으니까 “거기 곰팡이 너무 많잖아” 이런 얘기들을 들었습니다. 저희도 시공 실험을 하려고 같은 건물의 반지하 3개를 빌렸습니다. 연구를 통해 각종 곰팡이를 효과적으로 제거해 보고 싶어서 그 때 당시 각국의 다양한 곰팡이 제거제는 거의 다 사서 실험해 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떤 게 시공성이 좋고 효과가 좋은지 이런 걸 관찰하게 되었죠. 곰팡이 제거제를 뿌려서 곰팡이를 죽이잖아요. 그러다 보니 디테일하게 쳐다보게 됐어요. 제거제를 어느 정도 사용해야 없어지는지를 살펴보다가, 우연히 욕실에 있는 곰팡이랑 장판 밑에 있는 곰팡이는 생김새와 색깔이 다르게 생긴 걸 발견했어요. 같은 곳에 있는 곰팡인데 “어, 왜 다르지?” 이런 의문을 가지면서 기록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출처: KBS생방송아침이좋다 캡쳐)

윤: 그럼 곰팡이 제거제도 곰팡이마다 서로 다른 걸 써야 되는 건가요?

오롯: 기본적으로는 겸용으로 쓸 수 있는 곰팡이 제거제들인데 상황에 따라서 실외에는 (환기가 잘되니) 강력한 곰팡이 제거제를 쓰면 되거든요. 이것을 실내에서 쓰려다 보니까 사람에게 유해함이 적으면서도 곰팡이는 잘 죽어야 하기 때문에 어떤 게 더 적절한지를 실험했었죠. 어차피 저희가 벽지도 다 뜯고 할 거니까요. 그렇게 기록을 하기 시작했어요. 기록을 하다 보니까 재미가 있었고, 어떤 차도가 있는지를 판단해 보면서 여러 가지로 곰팡이에 대한 상황들을 적기 시작했죠. 이게 왜 생기는지 거기서 회의도 하고 그러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리빙랩’이 형성이 된 거죠.

리빙랩은 우리의 삶에서 어떤 연구가 진행되는 생활 속 연구소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을 단어 그대로 해석해서 살아 있는 연구소라고 번역하기도 하는데요. 예전에 사회학 연구를 하시던 분이 아파트나 주거 공간에서 다른 사람들이 생활하는 것을 관찰하면서 최초에 사용했던 용어가 지금 굳어져서 사회 혁신을 위한 연구를 할 때 전문 연구소에서 연구원들만 하는 게 아니라 생활을 하면서 시민들이 같이 실험하고 연구하는 것들을 리빙랩이라고 합니다. 당시 곰팡이 연구를 좀 해봐야겠다고 생각해서 연구실이라고 이름 지었어요.

https://youtu.be/TN5c5Kkb_nU?t=2100

윤: 그런 형태로 곰팡이 연구소가 시작이 된거군요?

오롯: 처음부터 갖춰져서 시작했던 건 아니고 벽지에다가 관찰한 것들을 적어가면서 연구를 시작했어요. 그러던 중 기생충이라는 영화가 4관왕을 하면서 반지하를 고치는 사람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공중파에서 취재가 왔는데, 옥반지 프로젝트도 재미있지만 그 곰팡이 연구소가 너무 재미있었나 봐요. 그런 흐름으로 갑자기 곰팡이 연구소를 촬영하기 시작했고,
E사, S사 등의 공중파에 나오기 시작하니까 제대로 연구를 해야겠다라는 책임감이 생겼어요.

어디서 촬영 온다고 그러면 그 동안 연구했던 자료를 통해서 데이터를 뽑고 하다 보니까 점점 연구소로서의 데이터베이스와 연구 자료가 쌓이기 시작했고, 그걸 보고 어느 단열재 회사에서는 무료로 단열재를 제공해 주겠으니 우리 단열재를 써서 데이터를 내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관심도가 높아지다 보니까 정식으로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하게 됐어요.

윤: 실제로 연구소를 설립 하신 거예요?

오롯: 하다 보니 R&D 사업까지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주거 공간에서는 연구소 등록이 안 됐어요. 어차피 확장을 더 하고 싶어 반지하 외에 지하도 연구를 해야겠다. 그래서 상업공간 지하를 빌리게 된 계기가 됐고 거기서 메이커스페이스, 주민 교육 공간, 연구소를 통합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게 된 거죠.

(오롯컴퍼니 제공)

윤: 지금 이 디스쿨 연구소 공간이 그 과정에서 생긴 거군요?

오롯: 저렴한 공간을 찾다보니까 동네의 45평짜리 공간을 찾게 되었어요. 직접 시공 가능하니까 하나였던 공간의 벽을 나눠서 기업 부설 연구소, 그 다음에 저희가 직접 뭔가를 만드는 메이커스페이스, 주민들이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주민 거점공간이나 저희 아지트로 쓸 수 있는 공유 공간 이렇게 세 분야로 만들어서 계속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윤: 아, 지금 제가 와 있는 ‘오롯하다’라는 간판이 있는 공간이 공유 공간이군요?

오롯: 반지하 특성 때문에 사실 경제적으로 넉넉한 사람들이 살지는 않잖아요. 그래서 ‘옥반지 프로젝트’를 할 때 주안점으로 뒀던 게 “교육을 해서 스스로 고치게 하자”는 저희들만의 합의가 있었어요. 실제로 여유가 있는 분들은 저희한테 공사를 맡기면 될 것이고, 돈이 없다면 교육을 통해 고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을 했습니다.

DIY 교육이 가능했던 게 저희가 어떤 도제식으로 배우거나 어떤 학원에서 배운 게 아니라 저희 스스로가 독학을 하면서 시공을 터득해 갔기 때문에 그 터득해 나가는 과정 속에서 어떻게 하면 빠르게 시공적인 부분들을 풀 수 있을지 나름의 데이터베이스가 있었어요. 그래서 직무 교육 시스템으로 만들어진 것들을 교육 시스템으로 변경한 거죠. 그러다보니 도시재생 분야에서 주민들을 가르쳐서 집수리 회사를 만드는 목표점을 가진 도시재생 지역에서 저희를 찾게 됐어요. 점차적으로 구조를 갖춰가며 DIY 교육에 관심을 기울이며 진행해 나갔습니다.

(오롯컴퍼니 제공)

윤: 그런 흐름이 DIT로까지 가게 된 거군요?

오롯: DIY에서 가장 힘든 점은 혼자서 한다는 부분인데요. 시공은 대표적인 협업 프로그램입니다. 시공을 혼자서 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다양한 사람들이 힘을 합쳐서 어떤 공간들을 완성하게 되는데, 저는 커뮤니티 디자인 회사로서의 출발점이 있잖아요. 그래서 이 시공 프로그램 기술을 가르쳐서 같이 공간을 구성하는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다 보니까 DIT 프로그램으로 발전을 했고, 기획부터 DIY의 교육, DIT 프로그램까지 연결되는 과정을 영어 앞 철자 DDD를 따서 디스쿨이라는 프로그램으로 만든 거죠.

윤: DDD 철자 3개를 활용해서 디스쿨이라 하게 되었다는 말씀이네요. 근데 그 철자 3개가 어떻게 나오게 된 거죠?

오롯: 공간을 기획 하는 행위 자체가 디자인싱킹 기법으로 합니다. 디자인이라고 하면 보통 그림 종류를 언급하지만, 실제로는 설계라는 표현도 들어가 있고 어떤 무형의 것을 유형의 것으로 바꾸는 여러 가지 과정들을 디자인이라고 칭할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것들을 사고하는 어떤 방식으로서 저희는 공간 기획의 툴로 디자인 싱킹이라는 걸 활용했어요.

첫 번째 D가 디자인싱킹입니다. 그래서 주민들이 스스로 공간을 기획하게 만드는 디자인싱킹 작업을 했으니까 그 앞에 D가 들어가지요. 그리고 스스로 공간을 만드는 기술이 있어야 되잖아요. 그래서 DIY 중에서도 시공 기술을 DIY로 할 수 있도록 DIY 교육을 넣고, 이것을 혼자서 하면 힘드니까 다른 사람들하고 같이 할 수 있게 커뮤니티 디자인으로서의 어떤 공동체 프로그램으로서 개발시킨 게 DIT 프로그램으로 확대됐어요. 그 것을 더 저희만의 방식으로 하는 고유 명사로 디스쿨을 만들게 된 거죠.

https://www.youtube.com/watch?v=1ikcRTKNz4o

윤: 저는 DIT를 군산 사례를 통해서 알게 됐거든요. 군산 주식회사 ‘지방’에 조권능 대표님이 그쪽 지역이잖아요? 군산 영화시장 근처에서 DIT 행사를 하시는 것을 페이스북을 통해서 접하게 됐거든요. 그 전에는 DIT라는 개념을 몰랐습니다. 해비타트가 봉사자들 모아서 목재를 가지고 주택을 만들잖아요? 그거랑 무슨 차이가 있나 이런 생각을 했거든요?

오롯: 사실은 DIT는 수단이에요. 저는 DIY가 중심이 된 DIT 잖아요? 정리하면
해비타트는 봉사자들이 모여 다른 사람을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입니다. 봉사자들이 중심이 되어 건물을 지어주거나 고쳐주는 그런 프로그램인데 저는 본인이 직접 할 때 그 것을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같이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시작점 자체가 누군가를 도와주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 내 공간을 만들 때 같이 하고 일종의 품앗이 같은 개념으로 DIT 프로그램을 활용한 거죠.

윤: 주체적이냐 객체 지향이냐에 따라서 개념이 달라진다는건가요? 해비타트에 집 지어주는 프로그램은 객체 지향으로 남을 위해서 해주는 거고, DIY나 DIT는 나를 위한 주체적인 행동이라는 말씀인거죠?

오롯: 그래서 저는 이것을 도시재생 영역과 합치게 되면 주민들이 스스로 뭔가를 고쳐나가고 스스로 하게 하기 위한 도시재생과 이게 잘 맞다고 생각했어요.

윤: DIY가 의미하는 게 우리 팟캐스트 제목의 ‘스스로 만드는 공간’. DIT가 ‘함께 만드는 동네’ 이런 개념이 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오롯컴퍼니가 처음 설립됐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이 개념으로 활동해 오셨던 거죠?

오롯: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를 하면서 지금까지 오게 된 거죠.

윤: 옥반지 프로젝트에서 이어지는 곰팡이 연구소를 리빙랩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어떤 면에서는 지금 DIT도 리빙랩 느낌이 나서요.

오롯: 일단 어느 정도 포함된 거기도 합니다. 근데 저는 도시재생 쪽에서 나오는 사업들을 통해 DIT 문화가 자리 잡게 하기 위해 사업적인 방향으로 일종의 공동체 프로그램으로서 용역 사업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대표적인 예로 시공이라는 분야 자체가 협업할 수밖에 없게끔 제가 기획하고, 그런 것들을 통해서 나온 결과물이 공유 공간으로써 활용되도록 도시재생 분야에 제안하고 있습니다.

(오롯컴퍼니 제공)

윤: 군산에서 있었던 DIT의 사례는 축제성이 있다고 해야 될까요? 이게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는 게 홍보물들 보면 예쁜 장면들을 보여주잖아요. CF 영상처럼 사람들이 즐기고 행복해하고 이런 모습들만 나오니까... 사실 DIT의 본질은 건물을 꾸며가는 과정이고 바꿔 말하면 하루 종일 작업을 해야지 결과물이 나오는 건데 홍보 동영상만 보면 마을 축제처럼 진행하는 것처럼 보였거든요.

오롯: 군산 1회 때도 ‘오롯’이 시공 마스터로 참여를 했었고 ‘지방’하고는 세 번 작업을 같이 했습니다. 주식회사 ‘지방’ 조권능 대표님과 함께 다양한 시공팀들하고 참여자들과 함께 DIT를 진행했었어요. 저는 초기 시장을 형성해 나가고 홍보 효과도 있어야 되기 때문에 축제형 DIT와 거점 공간형 DIT로 나눠서 진행을 하고 있어요. 어떤 공간에 대한 이슈화를 시키고 다양한 지역에 있는 사람들이 그 공간을 방문하게 하는 방법으로 축제용 DIT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윤: 곰팡이 연구소처럼 리빙랩이 우리가 살고 있는 마을이나 공동 도시 내에서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거기서부터 DIT를 또 한 번 바라볼 필요가 있지 않나 이런 생각도 들어요.

오롯: 저희가 추구하는 DIT의 공간은 DIY가 가능한 공간이어야 됩니다. 비전문가... 그러니까 DIY를 하시는 분이 실력이 높을 수도 있고 낮을 수도 있어요. 무조건 아마추어만 DIY를 하는 게 아니라 저희같은 시공회사가 저희 공간을 꾸미는 건 DIY겠죠? 또, 다른 사람하고 같이 하기 위해서는 적정 수준에서 디자인이 나와 줘야 됩니다. 공간을 DIY하는 이유 자체가 개성을 살리는 이유도 있지만 예산의 문제도 있단 말이에요. 그러다 보면 화려하고 좋은 공간보다는 열악하고 고치기 힘든 공간들이 사실 많습니다.

그게 곰팡이 연구소에서 연구됐었던 취약 공간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개선할 것이냐와 연결 되면서 저희가 DIT를 요청받았던 곳 중에 고등학교도 있었어요. 공동체 재단도 있었고 성격이 모두 다양한데... 하나같이 열악한 곳의 개선을 요청 하는 거죠. 그 분들은 다른 시공업체한테 맡기는 것보다 저희한테 맡기면 합리적인 비용 안에서 학생들이나 주민들 교육까지도 하니 수요가 있었던 거죠.

그래서 저는 접근 자체를 공동체 프로그램으로서 DIT를 만들고 진행을 하지만 이것을 조금 더 원활하게 자리 잡게 하기 위해서 시공을 수주한 다음에 그 비용의 일부분을 가지고 자유롭게 교육도 하고 공동체 형성도 하고 있습니다.

서울전자고등학교 DIT (오롯컴퍼니 제공)

윤: 리빙랩과 DIT가 무슨 관련이 있느냐고 말씀드렸는데요. 지금 그 얘기를 이렇게 우회적으로 학교까지 사례로 들어서 말씀을 해주셨거든요? 학교가 시공 비용을 줄이면서 학생들이 있기 때문에 이게 교육적 효과까지 끌고 오는 부분이 있겠네요.

오롯: 서울전자고등학교 사례가 DIT를 구체화할 수 있었던 기회였어요. 우연히 NPO 단체에서 옥반지 프로젝트를 소개하게 됐는데, 그 때 제가 대상을 타게 됐어요. 마침 어느 학교 선생님께서 보시고 본인이 근무하는 학교에 비어 있는 공간들을 살펴 보니까 반지하가 있었던 거에요. 그걸 개선하는 데 도와달라 했던 것이 프로그램으로 연결되기까지 1년 여의 시간이 필요했어요.

윤: 그 기간 서로 주고 받고 다듬으면서 DIT로서 성숙해 나가기 시작한거다... 과정 자체가 리빙랩이 된 거네요. DIT를 한다고 모인 게 리빙랩이 된 게 아니라 이런 DIT를 실현하기 위해 기획하고 검증하고, 또 자기 커뮤니티에 맞는 것들을 찾아가는 과정이 리빙랩이 되었다는 말씀이네요?

오롯: 네, 맞습니다. 마침 그 선생님의 직책이 연구부장님이셨고 공사 환경 개선을 하는 비용이 있었어요. 이 비용으로 학생들한테 가르침도 주고 싶고 서로 관계 맺으면서 본인들의 아지트를 직접 만들게 하고 싶은 니즈까지 합쳐졌어요. ‘오롯’과 어떻게 하면 기존에 있던 공사 비용 가지고 그걸 가능하게 할까? 그래서 이것을 방과 후 창의혁신 교육 프로그램으로 만들고 시공과 학생 교육을 병행하는 내용으로 교장 선생님 승인까지 받았어요. 공사를 통해 프로그램화하는 과정들을 긴 시간 동안 선생님과 회의를 통해서 구체화할 수 있었던 거죠.

서울전자고등학교 DIT (오롯컴퍼니 제공)

윤: 이렇게 되면 1회에서 이야기 나눴던 정주성으로 다시 돌아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학생들이 자기 아지트를 만드는 거잖아요. 보통 학교는 학생들이 오고 싶어 하지 않는 곳이에요. 갈 데가 없으니까 오고 어쩔 수 없이 가야 되고 교육받는 건 국민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 가는 건데 학교를 내가 만들잖아요.

내가 도색을 하고 내가 뭐 공작을 하고, 그런데 내가 내 아지트를 학교 안에다 만들어 버린 게 됐다는 거죠. 전에는 별로 가고 싶지 않은 학교였는데 내가 아지트를 학교 내에 만들어 버렸으니 가고 싶은 학교가 됐을 것 같아 정주성에 대한 이야기를 드리는 겁니다.

오롯: ‘정주’가 주거만 관련된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머물게 할까 이런 전반적인 것에 아우르는 성질이기 때문에 지금 말씀하셨던 것처럼 학교에 머물고 싶게끔 만드는 것도 정주성에 대한 사항에 포함이 되거든요.

그러다보니 본인들이 인테리어 회사에다 맡겼으면 도저히 나올 수 없는 디자인이 나왔습니다. 디자인싱킹을 통해서 학생들한테 물어보니 우주 공간 같은 게 있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일반적인 인테리어 디자인 회사한테 맡기면 말이 안 되었겠지만 저희가 시공을 직접 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죠.

외계인도 그려져 있고 형광색으로 외계인을 칠하고 우주선이 날아가는 거에 대한 표현을 그림을 그리고 낙서처럼 했어요. “낙서를 현실로 만들어줄게” 그래서 디자인과는 페인트를 담당하고, 전기과는 조명을 맡고, 각자 담당 선생님들이 도와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같이 해결해 주면서 본인들이 상상했던 공간에 직접 디자인을 그려 넣고, 저희는 그 것을 기술적으로 구현하도록 도움을 줬죠.

그 결과 진짜 우주 공간처럼 나왔어요. 그런 것들을 본인들이 만들었고 상상했던 공간이 구현이 되면서 당연히 정이 든 거죠. 선생님 말씀에 따르면 자기들이 만든 그 공간들을 너무나 애착을 갖고 잘 활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서울전자고등학교 DIT (오롯컴퍼니 제공)

윤: 그 공간이 원래 어떤 목적의 공간이었기에 우주 공간을 만든 건가요?

오롯: 비어 있었던 교실이에요. 예전에는 학생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인구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열악한 공간들부터 비워지기 시작한 거죠. 안 쓰다 보니까 냄새도 나고 거미줄도 쳐 있고 그런거죠.

윤: 옥반지 프로젝트랑 똑같네요. 학교 내에도 그런 유휴 공간들이 나오기 시작한 거네요.

오롯: 그래서 옥반지 프로젝트가 옥탑방, 반지하, 지하 창고에 한정했던 건 아니고 “열악한 상태로 비어진 공간들을 잘 활용하면 좋겠다”는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거기도 사실은 교실이라는 이름으로 있지만 반지하였어요. 그곳도 반지하가 가지는 문제점을 그대로 같이 가지고 있었죠. 습기에 대한 문제라든가 환기 문제 등을 같이 해결했어요.

학생들하고 같이 고민하는 과정 속에서 돈을 들여서 환기를 하면 좋지만 사용할 사람들이 돈을 많이 들이지 못하기 때문에 환기를 더 열심히 해줘야 되는 미션들이 나왔거든요. 그런 것들을 같이 고민해서 만들었기 때문에 학생들한테 강요하기보다는 본인들이 쓰고 싶으니까 알아서 환기하고 알아서 정리하는 문화가 정착이 된 거라고 볼 수 있죠.

윤: 그러면 그걸 고민하는 과정도 하나의 리빙랩이 된 것이네요. 리빙랩에서 디자인싱킹이 이루어지면서 DIY의 훈련과 자연스럽게 DIT로 연결이 됐다는 거네요? (4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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