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대학 서열 폐지입니다. 대학 서열과 관련한 문제는 세계적입니다. 매년 일정한 기준(상업적이죠)에 따라서 세계 대학교 순위가 나옵니다. 당연히 최상위권 대학교를 최고의 대학으로 여기는 분위기고요. 그런데, 이런 순위를 보면서 “우와~~”라고 할 만한 국가 역시, 대학 서열이 존재하는 국가(미국, 영국, 중국, 일본 등)입니다. 그런 대표적인 국가에 우리나라도 포함되고요. 과거에는 지방 국립대학교는 서울 내 대학과 비교해서 뒤처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현재는 모두 ‘인 서울’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만 들어가도 ‘서울대’에 들어갔다고 말할 정도니까요. 취재 다니는 동안 만났던 한 지방단체장은 지방분권의 토대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서울 소재지 대학의 지방 이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상위 20개 대학 중 16개가 서울에 모여 있는 상황에서 지역 균형발전은 어불성설이라는 말했습니다. 틀린 말이 아닙니다. 대학 서열이 정해져있고, 대부분 상위권 대학이 서울에 있다면 현재 청소년들의 미래 희망 거주지는 당연히 서울일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에 청소년들 사이에서 대학 졸업장에 대한 회의감이 증가했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서울로 향한 갈망이 줄어든 것은 아닙니다. 대학의 메리트(merit)를 포기한 학생보다 여전히 대학에 들어가기를 희망하는 학생이 더 많으니까요.
청소년들은 미래 지방의 일꾼입니다. 이런 일꾼이 지방에 머물지 못하고, 모두 서울로 향한다면, 당연히 지역 발전은 쉽지 않습니다. 지역 격차만 더 심해질 뿐입니다. 결론적으로 지방분권 시대의 균형발전을 생각한다면, 대학 서열을 폐지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현재 서울에 있는, 흔히 명문대로 불리는 대학교의 지방 이전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최근에는 서울 대학교 내부에서도 서울 대학교 폐지론을 논하기도 했습니다. 서울대학교가 폐지되고 혹은 지방으로 이전된다면, 분명 학력 차별도 줄어들고, 지역 인재의 이주나 유출을 걱정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청년 인재가 부족한 지방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둘째, 청소년 기본 소득(학습비)을 지원해야 합니다. 현재도 학습 바우처, 급식, 다양한 복지 카드 등으로 기초 생활 여건이 어려운 청소년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런 지원을 화폐로 전환하자는 것입니다. 물론, 우려의 소리가 많겠죠. 예를 들면, 청소년들은 아직 미성숙한 상태여서 성인처럼 지원된 자원을 현명하게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화폐로 주면 오락실이나 PC방 등에서 다 소모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죠. 그런데, 역으로 성인이라고 해서 다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재난 지원금이 나왔을 때, 잘 계획해서 사용한 사람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제도적으로 ‘넛지(nudge)’를 만들어서 건전한 소비를 유도했습니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매장 – 백화점, 대형마트 등 – 에서는 사용할 수 없었고, 오롯이 생활과 관련한 카테고리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청소년들에게도 ‘넛지’를 적용하면 됩니다. 즉 정해진 카테고리 안에서 소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급식 카드로 편의점에서 라면과 삼각 김밥만 먹게 하는 게 아니라, 일반 식당에 들어가서 먹고 싶은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하고, 정해진 학습 바우처만 이용하는 게 아니라, 진짜로 하고 싶은 학습 – 미술, 음악, 댄스, 코딩, 연기, 유튜브, 메타버스 등 – 을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혹, 장래 희망이 게임머(gamer)인 학생이 있다면 pc방에서 게임하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요?
우리나라를 희화화 하면서 부르는 별칭 중 ‘규제 공화국’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규제는 보통 ‘포지티브(positive) 규제’와 ‘네거티브(negative) 규제’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전자에 속하는 규제를 합니다. 단어만 보면 전자가 더 좋아 보이는 데, 알고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전자는 정해진 것을 제외하고는 하지 말라는 의미고, 후자는 하지 말라는 것을 제외하고는 해도 된다는 의미입니다. 당연히 할 수 있는 범위가 하지 말아야할 범위보다 좁습니다. 부정적인 영향보다 긍정적인 효과를 고려하면서 지원계획을 수립하고 지원해야 합니다. 물론, 부정적인 영향도 대비해야 하고요. 그리고 청소년 기본 소득을 지원하더라도 ‘원화’로 지급하지 말고,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고, 청소년들도 지역화폐에 익숙해질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스스로 지출 계획도 세워볼 수 있고, 계획에 맞춰 소비하면서 현명한 소비자가 되는 연습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아울러 지역 화폐를 사용하는 동안 지역 경제에 대해서도 배울 수도 있고요.
셋째, 고등학교 학점제 실행과 관련한 지역 과목 할당입니다. 선진국에서는 중・고등학교에서 학점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대학교에서 학점제를 처음 접합니다. 자신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하고(물론, 필수 이수 학점이 있습니다), 적정 학점을 이수하면 졸업할 수 있습니다. 이런 학점제를 중・고등학교에까지 확대한다는 것이죠. 일단, 학점제가 적용되면 학생들의 학습 자율권이 더 보장됩니다. 본인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할 수 있으니까, 원치 않는 과목은 피할 수 있습니다.
물론, 여전히 기초과목(국어, 수학, 영어 등)은 이수해야겠죠. 그러나 모두 똑같은 수준으로 배울 필요는 없습니다. 현재 학점제를 운영하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기초과목에 패스 학점을 적용합니다. 예를 들어서 수학이 3단계로 나눠져 있다고 가정하면, 수학에 관심 있는 학생은 3단계까지 수학을 배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학에 도통 관심도 없고 학습 능력이 떨어지는 학생도 있겠죠. 이런 학생들은 1단계 수준만 패스해도 졸업하는 데 문제가 없습니다. 단, 수학 성적이 중요한 전공분야에는 지원하기 어렵습니다(당연히 학생도 지원하지 않을 것입니다). 대신 본인이 관심 있는 과목에 더 집중함으로써 자기 계발을 심도 있게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학점제를 시범적으로 실행하고 있고 전국적으로 확대할 예정입니다. 현재와 같은 체제라면, 학과목의 전환이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어, 영어, 수학 등을 중심으로 한 기본 체계에서 기타 과목이 조금 더 추가될 뿐이겠죠.
현재도 청소년들의 자기 계발과 진로를 찾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 중학교에서 자유학기제를 실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역에 따라서 제도의 온전한 실행 여부도 다르고 그 실효성에도 큰 차이가 있습니다. 서울을 제외한 나머지, 심지어 시도광역시조차도 자유학기제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학점제 또한 현 시점에서 실행되면 다양한 선택이 아니라, 다양한 차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교육과 지역을 잘 연계해야 합니다. 지역과 연관한 학과목을 충분히 개설하는 게 하나의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서 광주의 ‘삶디’는 광주광역시 전역이 학생들의 학교가 돼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청소년 주도력 향상을 위해서 여러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있고요. 지역 대학교에 가서 청강도 하고, 공장에 가서 실제로 일도 해보고, 시민 단체에서 의미 있는 활동도 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고 합니다. 물론, 이런 모든 과정이 학점으로 인정될 수 있도록 제도도 수정돼야 합니다. 대학 입시를 위해서 수학, 영어 시간을 더 늘리는 학점제가 아니라 청소년들이 자신의 미래를 직접 설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제도도 같이 변화해야 합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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