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은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필수 코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권력이 집중되면 부패하기 마련입니다. 과거 영국의 액턴 경(John Dalberg-Acton)은 “Power tends to corrupt and absolute power corrupts absolutely. 권력은 부패하기 쉽고,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심한 경우에 독재로 변질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역사만(1, 3공화국 등) 봐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민주주의 발전의 역사는 권력 분산의 역사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현 시점에서의 권력 분산은 바로 지방분권이라고 할 수 있고요.
우리나라도 새로운 ‘지방분권’시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시대의 주역은 바로 지방(도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지방의 주인은 당연히 ‘주민(시민)’입니다. 그리고 주민과 함께 지방의 발전을 이끌어야 할 다른 주체는 ‘리더’와 ‘공무원’입니다. 그리고 ‘디지털화’는 지방의 발전을 돕는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제적 비용의 제로로 수렴과 정치권력 분산의 혁신은 바로 디지털화 발전과 확대 수준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활동할 수 있는 물리적 지역은 전염병과 전쟁의 위험, 효율적 비용 사용, 디지털공간 확대 등으로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반면에 실제로 활약할 수 있는 가상시공간은 세계로 확대될 것입니다. 이 모든 게 디지털화로 가능한 것이죠. 다시 말해서 내가 일하는 곳이 그 분야의 ‘메카’가 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지방에서 굳이 서울로 이사 가지 않아도 됩니다. 그리고 이런 시대의 핵심 주체가 바로 현재 청소년들이고요.
현재 십대는 기존 ‘디지털네이티브’와 성격이 다른 ‘디지털네이티브’입니다. 이 둘의 차이는 문화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위에서 언급했는데, 정치적으로도 차이가 있습니다. 현재 이십대는 성인입니다. 아마도 선거 경험이 있다고 하더라도 유권자로서만 경험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현재 십대는 후보가 될 수도 있고 실제로 당선자가 돼 활약할 기회도 생겼습니다. 당연히 투표도 할 수 있고요.
투표할 권리를 청소년들에게 주고, 유권자 경험을 이른 나이에 하는 것은 분명, 좋은 정치 훈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좋은 정책이 나올 수도 있고요. 여전히 사회적 보호를 받아야할 대상이지만, 동시에 미래의 주역이 될 청소년들에게 선거권을 부여하는 것은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단, 이들이 원활하게 선거활동을 할 수 있도록 교육과 학습의 기회도 제공해야 합니다.
피선거권자가 되는 부분에서는 더 민감한 지적이 있을 수 있습니다. 애덤 벤포라도(Adam Benforado)의 『언페어(Unfair)』에서는 심리학적으로 볼 때 청소년들의 판단력은 성인과 비교할 때 여러 부분에서 미흡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현재 논쟁이 되는 ‘촉법소년’도 있는 것이죠.
그러나 정책을 구상하고 계획할 때는 다릅니다. 현재 청소년들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누구일까요? 선생님, 부모, 정치인 등 여러 주체가 있지만 그들이 청소년들을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요? 청소년들을 가장 잘 아는 주체는 바로 청소년들입니다. 따라서 이들이 후보가 됐을 때, 분명 또래를 위한 좋은 정책이 나올 것입니다.
물론, 정치인은 공인입니다. 특정 집단만을 위한 정책을 구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죠. 그러나 청소년 정책은 국가 미래를 위한 길입니다. 그리고 현재 청소년을 위한 정책을 살펴보면, 조야(粗野)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요. 왜냐하면, 청소년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청소년들을 위한 정책을 만드니까요.
이런 점들을 고려하고 ‘지방분권’ 시대의 ‘좋은 시민’ 특히, ‘뉴시티즌’이 될 청소년들을 위해서 몇 가지를 제언하고자 합니다.
첫째, 지역에 많은 관심을 둘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식 전환이 필수입니다.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고등학생에 이르기까지 대학 입시에 목을 매고 있는 실정입니다. 과거보다 대학 졸업장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지고 경쟁력도 없어서 입학률이 점점 떨어지고 있지만(2009년 80%대를 넘고 나서 조금씩 낮아지는 추세입니다. 2021년 기준 73.7%였습니다), 고등 교육기관 진학률은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2019년 25-34세 고등교육 이수율이 69.8%로 OECD국가 중 2위를 차지했습니다).
아울러 현재 30대 후반에서 40대에 이르는 부모들이 학력 콤플렉스라는 늪에 빠져 헤쳐 나오지 못하는 한, 앞으로 10년 이상 SKY와 최근에 추가된 의대를 중심으로 한 줄 세우기는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 청소년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이 가능할까요? 당장 정치 활동을 하려고 해도 부모의 반대가 만만치 않을 듯합니다. 그렇다고 정치 활동을 할 때 대학입시에 유리한 가산 점을 주면 분명 불공정한 행태가 즐비할 것이고요.
제8회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 정치인은 지방정치에 나서는 십대들은 대학입학에 유리할 거라고 말했습니다. 우리나라 교육 실태를 생각할 때 굉장히 위험한 발언이었습니다. 지방정치 활동을 하는 이유가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입학하기 위한 활동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럴 바에는 차라리 지방 대학에 관련학과를 만들고 이들 – 정치 활동 경험이 있는 학생들 - 을 선발하는 게 낫습니다. 이 또한 대학입시의 공정함에 위해가 될 가능성이 있고요.
따라서 청소년들의 지방 정치 참여는 부모 세대의 혁신적인 인식 전환이 있어야만 가능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방분권이 속히 정착하고 청소년 유권자와 정치인을 위한 제도를 마련해 줘야 합니다.
둘째, 정치 훈련을 할 수 있는 시공간이 있어야 합니다. 선거권이 있고, 이제 후보로 등록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한 학생이 공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후보로 등록했습니다. 하지만 선거 운동을 하려 하는데, 쉽지 않습니다. 대다수 학생은 학교에서 학업을 해야 하니, 친구 돕는 게 여의치 않습니다. 혹, 돕는다고 하더라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릅니다. 공약도 만들고, 선거 운동도 해야 하는데 이런 경험이 거의 없으니, 백지상태에서 시작해야만 합니다.
물론, 중앙정당에 소속해 있다면, 정당 차원에서 선거 운동을 지원하겠지만 필자가 생각하는 지방 의원은 철저히 무소속이어야 합니다. 지방분권이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가장 작은 단위에서의 선출된 의원은 중앙정당의 당리당략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유권자로서, 후보자로서, 당선자로서 해야 할 일 등과 관련한 교육과정이 있어야 하고, 학습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해줘야 합니다. 아울러 선거를 지원해 줄 수 있는 지원 시스템도 있어야 하고요. 그렇지 않으면, 청소년 후보들은 기존 정당의 휘하에서 좌지우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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