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메뉴

[방랑식객(06)] "쫄깃쫄깃 뭉티기의 진수" 대구 중앙로 너구리주물럭

#뭉티기 #대구맛집 #불고기 #연탄구이 #석쇠구이

방랑식객 진지한 승인 2023.08.30 00:02 의견 0
무궁화상가 뒷골목을 따라오다보니 너구리주물럭이 나타났다. 알고보니 여기가 뒷문이다. 앞문은 대구 중앙대로로 연결된다. (사진: 진지한)
중앙대로에서 연결되는 앞문 풍경. 개인적으로는 어둠침침한 골목에서 들어오는 뒷문이 더 정겹게 느껴졌다. (사진: 진지한)

소문으로만 듣던 대구의 노포 너구리주물럭에 왔다.

수요미식회에서 뭉티기 맛집으로 알려졌다고해서 손님이 바글댈까봐 걱정했는데 방문한 날 하루종일 내렸던 비 덕분인지, 저녁 피크타임이 지난 8시 반이라는 늦은 시각에 방문해선지 빈자리가 제법 있었다.

역시 대구는 육고기다. 250만 인구가 밀집한 대도시라는 규모의 경제가 이루어지는데다 소비가 왕성해 도시 주변에 육류를 생산하는 곳들이 많아 신선한 고기를 저렴하게 먹을 수 있다. 신선도가 중요한 육회의 일종인 뭉티기가 대구 특산인 이유가 이런 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고로 대구에 오면 고기를 맛보려 노력한다.

종일 비가 와준 덕분인지 가게에 사람이 적었다. 그것과는 달리 이 동네는 오래된 거리라 젊은 층이 그다지 오지 않는다고 한다. 나이드신 분들이 추억에 젖어, 습관적으로 찾는 골목이라고 한다. 그래도 맛집이라 그런지 테이블 하나 건너 젊은이들이 있었고, 늦은 시각 가볍게 요기하려고 국수만 먹고 가는 사람들도 제법 있었다. (사진: 진지한)
뭔가 진정성이 넘치는 메뉴판. 옛날국수 메뉴를 자세히 보면 재밌다. 곱배기, 왕곱배기까지 대·중·소 메뉴다. 각 2천, 3천, 4천원. 이번에 못 먹어봤지만 다음에 들른다면 연탄불 한우 스테이크를 먹어볼테다! (사진: 진지한)

그러나 대구는 4년 만에 온 터다. 대구의 고기를 잔뜩 먹어보고 싶어 그간 물색해 온 노포에 들렀다. 뭉티기도 정말 오래간만이라 뭉티기가 매우 탐났다.

뭉티기를 처음 접한 가게는 경의선 홍대입구역 안쪽 골목에 있던 <담벼락>이란 가게였다. 처음엔 “어디 괜찮은 2차집 없을까”하며 늦은 밤 골목을 누비다 발견한 가게였는데 여기서 이것저것 맛보다 뭉티기라는 메뉴를 발견한 거다. 젊은 사장님이 운영하는 가게였는데, 자기 고향이 경북이라며, 대구 북성로 스타일의 뭉티기 맛이라고 했다.

그날 사장님과 의기투합하여 영업마치는 시간까지 마시다가 가게 문 닫고 새벽까지 함께 마시고, 이야기하고, 노래불렀는데... 그날의 추억이 마지막 추억이 되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며 가게가 어려워졌던 것 같다. 나조차도 코로나-19 시기에 홍대와 같은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지 않았으니까... 팬데믹이 일단락되고 찾아가봤는데, 다른 가게로 바뀌어 있었다.

간판에 노출된 가격에 착각하면 안 된다. 15,000원은 맛보기 한 접시 가격일뿐, 제대로 뭉티기를 맛보고자 한다면 30,000원이다. (사진: 진지한)

이때의 추억 때문에 대구에 가면 꼭 뭉티기를 먹자고 결심했지만, 마침 찾아온 가게 <너구리 주물럭>의 간판에 주물럭이라는 메뉴명이 들어있는 고로 주물럭 석쇠구이부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돼지주물럭-소고기주물럭-뭉티기 순으로 메뉴를 골고루 즐길 수 있었다.

돼지주물럭은 살짝 달달한 양념, 소고기주물럭은 살짝 짭잘한 양념이 차별점이다. 이외에는 돼지의 식감, 소의 식감 차이... 그 밖엔 석쇠구이의 느낌이라 자세한 설명은 필요없을 듯하다. 그러나 재료의 차이랄까? 고기 자체를 즐기기엔 정말 좋았다.

상차림은 단촐해 보이지만 쌈과 야채, 김치, 양념장 등등 푸짐하기 그지 없다. (사진: 진지한)
연탄불로 조리한 돼지주물럭 석쇠구이. 야들야들한 육질이 최고다. 조금 달달한 맛. (사진: 진지한)
돼지주물럭 석쇠구이와 차별화를 꾀한 걸까 쇠고기주물럭 석쇠구이는 짭잘한 맛이었다. (사진: 진지한)


서울 사람에겐 맛으로도 차별화된 도시인 전주에도 <오원집>이나 <진미집>과 같은 노포에서 석쇠불고기를 취급하지만, <오원집>은 김밥과 곁들이는 재미, <진미집>은 양념의 얼큰달달한 재미가 식욕을 자극한다고 볼 수 있는데, 여기 <너구리주물럭>은 고기 자체가 맛있고, 좀 더 표현하자면 다양한 고기 메뉴의 차이가 먹는 재미를 준다. 순식간에 돼지 2인분 2번, 소고기 2인분 1번을 시켜 먹어치우고 메뉴판을 다시 째려보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결국은 뭉티기가 눈에 밟힌다. 뭉티기 한 접시 주문... 처음엔 실망했다. 크게 벌린 한 뼘 정도 크기의 접시 하나가 3만원이라니... 양이 적어보여 돈이 아까웠다. 그런 이유로 뭉티기와 함께 간천엽, 계란후라이를 추가로 주나 오해했다. 그러나 막상 뭉티기를 입에 넣는 순간... 오오 이거 뭐냐? 쫄깃쫄깃 쫄깃쫄깃 쫄깃쫄깃... 끝없는 쫄깃함 속에서 달달하게 풍기는 육향과 달콤한 육즙이 너무 좋은 거다.

아무리 큰 한뼘크기라도 그렇지 요거 한 접시에 3만원이라고? 그러나 함께 나오는 간, 천엽, 계란후라이 등이 섭섭하지는 않았다. (사진: 진지한)
뭉티기는 대구에서 맛볼 수 있는 대구만의 메뉴다. 소 뒷다리 안쪽 허벅지살을 뭉텅뭉텅 썰어서 나온다. 이 부위의 고기가 주는 쫄깃쫄깃한 식감이 오물오물 여러 번 씹게 만들고, 씹는 과정에서 고기의 달달한 육즙을 맛보게 한다. (사진: 진지한)
역시 육류천국 대구답게 간과 천엽도 신선해서 좋았다. 보는 것만으로도 느물거려 평소에는 간과 천엽을 피하곤 했다. 서울에서 먹는 천엽의 경우, 신선도 차이로 비린 느낌을 없애려 물세척을 많이 하다보니 수돗물맛이 느껴질 때도 있다. 신선도 차이 때문인지 단맛과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사진: 진지한)
계란 후라이를 곁들여 먹는 것도 재밌게 느껴졌다. 근데 왜 계란후라이를 함께 내어 준 걸까? 다음에 오게되면 물어봐야지... (사진: 진지한)


결국 술을 참으려다가 못 참고 소주 한 병을 주문! 대구에 왔으니 이 동네 소주를 시켜봤는데, ‘참 소주’ 이건 왜 이리 잘 어울리냐? 목넘김이 좋아 뭉티기랑 짝궁이다. 천엽과 간도 아주 신선한 게 좋았고, 만족감 200퍼센트로 남김없이 마무~으리!!! 이렇게 나는 또 과식했다.

대구에 왔으니 대구에서 파는 소주를 주문해 보았다. 기분 탓인지 조금 더 달게 느껴지더라 (사진: 진지한)
뭉티기 자체의 맛도 훌륭하지만, 양념장의 묘미도 빼놓을 수 없다. 참기름, 마늘, 굵게 빻은 고춧가루의 조합이 주는 자극이 뭉티기의 맛을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들어주더라는... (사진: 진지한)
<저작권자 ⓒ시사N라이프> 출처와 url을 동시 표기할 경우에만 재배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