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으로만 듣던 대구의 노포 너구리주물럭에 왔다.
수요미식회에서 뭉티기 맛집으로 알려졌다고해서 손님이 바글댈까봐 걱정했는데 방문한 날 하루종일 내렸던 비 덕분인지, 저녁 피크타임이 지난 8시 반이라는 늦은 시각에 방문해선지 빈자리가 제법 있었다.
역시 대구는 육고기다. 250만 인구가 밀집한 대도시라는 규모의 경제가 이루어지는데다 소비가 왕성해 도시 주변에 육류를 생산하는 곳들이 많아 신선한 고기를 저렴하게 먹을 수 있다. 신선도가 중요한 육회의 일종인 뭉티기가 대구 특산인 이유가 이런 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고로 대구에 오면 고기를 맛보려 노력한다.
그러나 대구는 4년 만에 온 터다. 대구의 고기를 잔뜩 먹어보고 싶어 그간 물색해 온 노포에 들렀다. 뭉티기도 정말 오래간만이라 뭉티기가 매우 탐났다.
뭉티기를 처음 접한 가게는 경의선 홍대입구역 안쪽 골목에 있던 <담벼락>이란 가게였다. 처음엔 “어디 괜찮은 2차집 없을까”하며 늦은 밤 골목을 누비다 발견한 가게였는데 여기서 이것저것 맛보다 뭉티기라는 메뉴를 발견한 거다. 젊은 사장님이 운영하는 가게였는데, 자기 고향이 경북이라며, 대구 북성로 스타일의 뭉티기 맛이라고 했다.
그날 사장님과 의기투합하여 영업마치는 시간까지 마시다가 가게 문 닫고 새벽까지 함께 마시고, 이야기하고, 노래불렀는데... 그날의 추억이 마지막 추억이 되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며 가게가 어려워졌던 것 같다. 나조차도 코로나-19 시기에 홍대와 같은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지 않았으니까... 팬데믹이 일단락되고 찾아가봤는데, 다른 가게로 바뀌어 있었다.
이때의 추억 때문에 대구에 가면 꼭 뭉티기를 먹자고 결심했지만, 마침 찾아온 가게 <너구리 주물럭>의 간판에 주물럭이라는 메뉴명이 들어있는 고로 주물럭 석쇠구이부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돼지주물럭-소고기주물럭-뭉티기 순으로 메뉴를 골고루 즐길 수 있었다.
돼지주물럭은 살짝 달달한 양념, 소고기주물럭은 살짝 짭잘한 양념이 차별점이다. 이외에는 돼지의 식감, 소의 식감 차이... 그 밖엔 석쇠구이의 느낌이라 자세한 설명은 필요없을 듯하다. 그러나 재료의 차이랄까? 고기 자체를 즐기기엔 정말 좋았다.
서울 사람에겐 맛으로도 차별화된 도시인 전주에도 <오원집>이나 <진미집>과 같은 노포에서 석쇠불고기를 취급하지만, <오원집>은 김밥과 곁들이는 재미, <진미집>은 양념의 얼큰달달한 재미가 식욕을 자극한다고 볼 수 있는데, 여기 <너구리주물럭>은 고기 자체가 맛있고, 좀 더 표현하자면 다양한 고기 메뉴의 차이가 먹는 재미를 준다. 순식간에 돼지 2인분 2번, 소고기 2인분 1번을 시켜 먹어치우고 메뉴판을 다시 째려보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결국은 뭉티기가 눈에 밟힌다. 뭉티기 한 접시 주문... 처음엔 실망했다. 크게 벌린 한 뼘 정도 크기의 접시 하나가 3만원이라니... 양이 적어보여 돈이 아까웠다. 그런 이유로 뭉티기와 함께 간천엽, 계란후라이를 추가로 주나 오해했다. 그러나 막상 뭉티기를 입에 넣는 순간... 오오 이거 뭐냐? 쫄깃쫄깃 쫄깃쫄깃 쫄깃쫄깃... 끝없는 쫄깃함 속에서 달달하게 풍기는 육향과 달콤한 육즙이 너무 좋은 거다.
결국 술을 참으려다가 못 참고 소주 한 병을 주문! 대구에 왔으니 이 동네 소주를 시켜봤는데, ‘참 소주’ 이건 왜 이리 잘 어울리냐? 목넘김이 좋아 뭉티기랑 짝궁이다. 천엽과 간도 아주 신선한 게 좋았고, 만족감 200퍼센트로 남김없이 마무~으리!!! 이렇게 나는 또 과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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