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러시아가 누리는 지정학적 이점 때문에 미군은 억지와 전투를 위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게 됐다. 냉전 종식 이후 미국은 사실상 이라크, 이란, 북한과 같은 지역 강대국들을 침략해 전복하거나, 정부를 전복할 수 있는 잠재력을 이용해 위협함으로써 효과적으로 억지해왔다. 이런 접근 방식은 사막의 폭풍 작전과 이라크에 대한 이라크의 자유 작전,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항구적 자유 작전에 사용되었고 북한의 위협을 패배시키기 위한 접근 방식으로도 논의되었다.
◆충분한 전력을 준비시킬 수 없어졌다
그러나 이제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이나 9.11 테러와 같이 상대방이 제한된 목표가 달성된 후에 미군이 대응한다는 식의 위협은 특히 중국이나 러시아의 침략을 억지할 것이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러시아나 중국의 급속한 침략이나 점령은 성공적이며, 이를 되돌리려면 미군이 배치되어야 한다. 게다가 미국과 연합군이 사막의 폭풍 작전 때와 같이 대규모 미군 전력을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인접국에서 안전하게 동원하는 것은 불가능해졌고, 이러한 전력 동원을 적의 정밀 무기의 위협 아래에서 시도해야 한다는 차이점이 생겼다.
따라서 미군을 공격할 적의 센서, 네트워크 및 무기를 억제하기 위해 광범위한 작전을 실행한 뒤에야 전구 내에서 미군을 방어하고 적군을 소모시키기에 충분한 규모의 반격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로 인한 강대국(미, 러, 중) 간의 분쟁은 경제를 파괴하고 상당한 사상자를 야기하며 심지어 핵대결로 확전될 수도 있다. 이러한 요인으로 인해 미국의 동맹국과 파트너의 작전에 대한 미국의 외교적 또는 군사적 지원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2017년 미국 국가안보전략과 2018년 국방전략은 미국, 러시아, 중국 간의 경쟁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이라고 가정한 바 있다. 이러한 경쟁에서 러시아와 중국이 달성하려는 목표는 군사적, 경제적, 정보적, 외교적 조치의 결합을 통해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다. 다만 중국과 러시아는 적의 즉각적인 항복이나 현상 유지를 급격히 변경할 수 있다고 기대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 소규모 전투와 정보작전의 조합이 강조된다
미군과 같이 소모 중심 전쟁, 특히 고강도 전투에 최적화된 부대는 잠재적으로 유지하기에 너무 비용이 많이 들고 장기적인 경쟁에 적합하지 않다. 소모전은 갈등이 점진적으로 전쟁으로 격화되고 전투원의 소모 수준이 지속적인 작전을 방해할 때까지 계속 싸울 것이라고 암묵적으로 가정한다.
러시아와 중국의 회색지대 전술 사용이 증가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이들 국가는 소규모 전통적 전투와 정보 작전의 조합을 사용하여 장기적으로 점진적인 결과를 달성하는 데 만족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들은 공격 행위가 지연되거나 악화되면 평판이 나빠질 위험을 피하기 위해 출구를 찾거나 단순히 작전을 일시 중지할 수도 있다.
회색 지대 전술의 사용은 부분적으로 미국과 연합군의 기존 우월성에 대한 대응일 수 있다. 그러나 미군과 같이 소모전을 위해 설계된 부대를 유지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많은 비용을 필요로 한다. 중국과 러시아의 회색 지대 전술의 성공은 소모 중심 부대에 대한 투자가 중국과 러시아가 목표를 달성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시사한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소모 중심 역량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비축하거나 낮은 수준의 준비 상태로 유지하다 강대국 전쟁의 위협이 발생할 때 동원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 방식은 당장 사용하지 않는 무장과 각종 시스템의 유지 관리가 부실하고 운영자 및 병력 숙련도가 감소하면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상대가 분쟁 지역에 근접한 지리적 이점이 있는 중국, 러시아, 이란 또는 북한과의 대결에서 실제로 전력을 동원해 임전 태세를 갖추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는 문제점도 있다.
◆적의 의사결정을 압도해 우위를 점유하라
반면 기동전(maneuver warfare) 개념은 더 작고 저렴한 무기와 장비를 사용하고 속도나 화력보다는 여러 딜레마와 복잡성을 제공함으로써 적의 의사결정을 압도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지리적, 재정적, 전력 설계상의 도전들은 중국, 러시아 같은 강대국과 지역 패권국가와의 경쟁에서 미국이 장기적으로 지속적인 우위를 획득하지 못하도록 할 가능성이 높다.
사실 이러한 문제 인식은 특히 예산상의 제약에 대한 부분을 제외하면 다영역 작전이 가정하고 있는 전장 환경의 변화와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역시 매년 막대한 예산을 소모전에 대비하는 데 투입하고 있지만 막대한 예산과 ‘국민의 청년기’를 투입해 유지되는 국군의 방위 능력의 효능과 신뢰가 전혀 높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는 점, 중국과 러시아가 누리고 있는 역내의 이점(“home field” advantage)을 북한 역시 누리고 있고 소규모의 전통적 전투(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 발목지뢰 매복 도발, 서부전선 포격, 윤석열 정부 들어 반복되고 있는 판문점 군사합의를 위반한 포격훈련과 무인기 영공 침범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와 정보 작전의 조합을 사용하여 장기적으로 점진적인 결과를 달성하려는 전술을 북한 역시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북한 역시 중국,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군사적, 경제적, 정보적, 외교적 조치의 결합을 통해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시사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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