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지상군도 지속되고 있는 테러와의 전쟁의 와중에 새로운 위협의 등장으로 변화하는 전장환경에 부합하는 장차전 교리를 발전시키는 작업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2014년 10월 미 육군은 ‘복잡한 세계에서의 승리(Win in a Complex World)’라는 미래 개념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
이를 바탕으로 2016년 12월 지금까지의 공지전투(Air-Land Battle) 개념을 대체할 미래 전투수행 개념을 담은 『다영역전투(Multi-Domain Battle): 21세기 합동 및 제병협동 개념』이라는 백서를 발간하였다. 그리고 이 개념에 대한 각 군과 유관기관의 검토 의견을 고려하여 미 육군과 미 해병대가 공동으로 2017년 12월 『U.S. Army TRADOC Pamphlet 525-3-1, Multi-Domain Battle: Evolution of Combined Arms for the 21st Centry 2025-2040(다영역전투: 21세기 제병협동의 진화)』라는 교리 팜플렛을 발행했다.
다영역전투 개념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미육군 훈련교리사령부(TRADOC)에서 2018년 『The U.S. Army in Multi-Domain Operations 2028(TRADOC Pamphlet 525-3-1)』이라는 업그레이드 버전에 해당하는 교리 팜플렛을 발행하였다. 현재도 미 국방부 차원에서 각 군의 작전개념을 통합하여 미래 합동작전 기본개념으로 교리화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미 육군은 『The U.S. Army in Multi-Domain Operations 2028』에서 새로운 전장 환경의 변화에 대해 평가하는 한편, 러시아가 무력 분쟁 이하의 압박 수준에서 군사적 목표 달성에 성공 경험을 가진 러시아의 기법을 분석했다.
◆군사적 교착상태를 만들기 위해 변화하는 러시아와 중국
해당 책자의 본문 중에서 현재 대한민국이 직면하고 있는 전장 환경 변화를 평가하는 데 참고할 만한 부분이 있어 상세히 소개하고자 한다.
『The U.S. Army in Multi-Domain Operations 2028』은 가까운 미래에 미국의 국익이 지속적인 무질서와 국제규범을 교란하는 국가들이라는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면서, 이 개념은 이 중 후자의 도전에 대한 해법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합동 전력은 경쟁 또는 무력 분쟁의 방법으로 국제 규범에 도전하는 적들에게 대응할 것이고, 전 영역과 전자기스펙트럼(EMS; electromagnetic spectrum), 정보 환경에서 도전하며 상호 관련성을 갖는 해상, 공중, 지상, 사이버, 4개의 영역으로 변화한 작전 환경에서 작전이 수행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리고 확장된 전장에서 직면하는, 더욱 치명적이고 활동적인 소규모 전력에 맞서 더 이상 미국의 우위를 보장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민족 국가는 정치적, 문화적, 기술적으로, 전략적으로 복잡한 환경 내에서 그들의 의지를 강요하는 데 더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고, 같은 수준에 가까워지는 경쟁자들은 더 쉽게 무력 분쟁 미만의 수준에서 경쟁하며 억지력을 유지하는 것을 어렵게 할 것이라고 보았다.
이러한 특성은 적대국, 특히 중국과 러시아와 같은 미국과 같은 수준을 목표로 하는 경쟁자들이 전술적, 작전적, 전략적 대치 상태를 만들기 위해 시간(평화와 전쟁의 모호한 구분), 영역(우주 및 사이버 공간) 및 지리(현재는 미국 국토로 확장됨)에서 전장을 확장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더해 『The U.S. Army in Multi-Domain Operations 2028』은 새로운 중요한 전장 환경의 변화로 ‘도시 환경’을 꼽았다. 도시의 전략적 중요성으로 인해 “육군 전력은 고밀도 도시지형에서 작전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도시환경의 물리적, 인구통계학적 밀도는 전혀 다른 물리적, 인지적, 작전적 특성을 만들어낸다고 평가했다.
또 이러한 요소들의 누적된 효과는 물리적, 시간적 제약 하에서 수행해야 할 과업의 숫자를 증가 시키고 지휘관과 참모들이 고려해야 할 전략적 변수도 증가시켜 전쟁의 마찰(the friction of war)을 가중한다고 평가했다. 즉, 고밀도 도시지형에서의 작전은 지속적인 무질서나 교란된 국제규범에 대응하는 것이다. 국제규범이 교란된 상태에서 적은 고밀도 도시 지형을 이점(利點)을 획득하거나 합동 전력의 내구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악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국제 규범을 교란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국가 중 가장 뛰어난 국가이며, 따라서 그들은 이 개념의 중점적인 대상”이라고 밝히면서 “중국과 러시아는 수단은 다소 다르지만 동일한 작전 및 전략적 대치 효과를 창출하기 위한 역량과 접근 방식을 추구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또한 다영역작전은 전략 및 작전 구성을 조직하기 위해 러시아가 제시하고 있는 문제를 중국이 중장기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의 개념 및 전력 개발이 육군이 중장기적으로 해결하고 변화에 적응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유사하다고 가정한다고 밝히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평가
따라서 『The U.S. Army in Multi-Domain Operations 2028』은 교착 상태를 조성하기 위한 중국과 러시아의 접근 방식을 모두 설명하면서도 기술 및 전술적 목적(technical and tactical purposes)을 위해, 2018년 당시의 러시아를 새로운 위협으로 간주하고 러시아와 중국을 다음과 같이 평가하고 있다.
(1) 러시아는 단기적으로 미국과 그 동맹국에 군사적으로 도전하기 위한 의도와 체계 및 개념의 가장 효과적인 조합을 보여주었다. 조지아, 우크라이나, 시리아에서 러시아의 활동은 미국과 파트너 사이의 관계를 단절시키려는 의도와 무력 분쟁의 문턱 아래에서 전략적 목표를 추구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었다. 러시아는 비정규전과 정보전을 사용하여 모호함을 유발하고 적(미국과 미국의 동맹국)의 반응을 지연시키는 기법을 전파해왔다. 지난 10년 동안 러시아는 접근 금지 및 영역 거부 기능과 체계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합동 전력이 경쟁 지역에 진입하는 것을 거부하고, 변경된 형상을 ‘기정사실화하는’(a fait accompli) 형식의 공격을 위한 조건을 설정해왔다.
(2) 중국은 장차 미국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 있는 군사적 비전과 전략적 깊이를 갖고 있다. 러시아와 달리 중국은 독립적인 전자 산업 및 세계 최고의 인공 지능 개발 프로세스와 같은 경제 및 기술 기반을 보유하고 있어 향후 10~15년 내에 러시아보다 우위에 설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전 세계로 전력을 투사하기 위해 세계적 수준의 군대를 빠르게 구축하고 있다. 미래의 중국군은 합동 작전이 가능한 군사적 위협이 될 것이다. 중국이 역량 개발을 가속화할 경우 중국의 위협은 개념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보장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평가될 것이다.
또한 중국과 러시아가 정치적, 군사적 교착상태를 만들려는 시도는 육·해·공 모든 영역, 전자기스펙트럼, 정보 환경을 지배하는 합동 전력의 능력에 도전하는 것이다. 교착 상태를 만들려는 시도가 성공한다면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들을 희생시키면서 목표 달성을 추구할 수 있는 전략적 행동의 자유 얻는 효과가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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