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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알자] 아소 타로, 타이완서 “중국과 싸울 각오” 강조

정회주 전문위원 승인 2023.08.15 00:55 | 최종 수정 2023.08.29 13:05 의견 0

최근 KBS ‘시사기획 창’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 속에서 ①중국은 타이완 통일을 위해서라면 전쟁도 불사하겠다고 천명하였으며, ②미국은 공개적으로 타이완 편을 들고 있고, ③여기에는 주한미군 차출과 관련한 우리나라의 안보, 그리고 타이완해협을 둘러싼 경제 문제가 걸려 있다고 강조하였다. 방송에서는 우리 해군 분석 결과를 인용해 타이완에서 전쟁이 벌어지면 하루 평균 4,400억 원의 수출입 피해를 볼 것으로 추산하였다.

한편, 우리에게는 망언 제조기로 알려진 일본의 전 총리이자 현재 자민당 부총재인 아소 타로(麻生太郎)가 타이완을 방문했다. 아소 전 총리는 차이잉원 타이완 총통에게 “일본 인기 만화 ONE PIECE(원피스)의 주인공 루피는 상대방을 위협하거나 거래를 통해 친구가 되는 것이 아닌, 성실한 마음으로 협력의 손길을 뻗음으로써 깊이 있는 우호관계를 구축해 왔다.”고 강조했다.

또한 아소 타로는 타이완에서 개최된 ‘Ketagalan FORUM-2023’에서의 강연에서 “싸울 각오입니다. 예산을 들여 방위력만 갖는 것으로는 안 됩니다. 타이완 해협의 안정을 위해 그것(방위력)을 사용하겠다는 의사, 명확한 의사를 상대방에게 전달해야 그것이 억지력이 됩니다”는 내용으로 중국을 염두한 발언을 했다.

엄밀히 따지면 아소타로가 일본 정부를 대표해 강연한 것은 아니지만, 전 총리라는 직책과 함께 정권의 중추를 담당하는 자민당 부총재직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그의 발언에는 무게가 실린다. 이는 공개 포럼에서의 발언이므로 충분히 중국이 반발할 것임을 가정했을 것이고, 이것이 국내에서도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임을 그는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단순화하기는 어렵지만, 실질적으로 다양한 국내외 반응을 불러일으키고자 했던 즉, 의도된 행동임은 분명하다.

특히 그의 메시지는 대외적으로 중국은 물론 타이완을 비롯한 미국에 대한 메시지이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중국은 2022년 미국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타이완 방문 때와 같은 ‘대만포위’ 군사훈련 혹은 중국 국내에서의 대규모 데모 등의 격한 반응은 보이지 않고 있다. 단지, 말로 인한 설화(舌禍)는 설화(舌禍)로 맞대응하듯 대변인이 “분수도 모르고 허튼 소리한다”는 등의 자극적 수사로 응수하는 정도로 그쳤다.

이 같은 상황 속에 8월 10일 중국은 한국뿐 아니라 일본 등에 대한 단체여행객의 방문을 재개한다고 발표하였다. 결국 중국은 ①일본 군사력이 자신들에게 큰 위협으로 작용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거나, ②중국의 경제 부진으로 인해 군사적 시위 등의 강경 대응은 자제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아소 타로의 발언을 두고 일본 국내 반응은 오히려 중국보다 뜨겁다. 기시다 정부가 9월 아세안회의를 계기로 중국의 리창 총리와 회담을 추진중임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도발적 발언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결론적으로 올해 82세의 아소 타로는 사실상 은퇴해야 할 나이인데, 아베 전 총리의 죽음으로 인한 자민당 내 거물 정치인으로서의 발언, 즉 킹메이커가 되기 위한 존재감 표현 발언으로 보인다. 일본 여당인 자민당은 기시다 총리의 지지율 하락에 따른 장삼이사(張三李四) 혹은 춘추전국시대 진입 형국인데, 2022년 10월 4~7일 실시한 8월 여론조사로 밝혀진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전월대비 4.2포인트 감소해 2할대로 전락한 26.6%에 불과했을 뿐 아니라, 자민당의 정당지지율도 기시다 정권 출범 후 가장 낮은 21.1%이다.

정권지지율과 정당지지율을 합쳐 50%가 안 될 경우 리더십 붕괴신호라고 알려진 ‘아오키율’(靑木率)로 계산하면 불과 47.7%로, 아오키율 대로라면 정권이 불안한 시점이고 이러한 시점에서의 아소 타로의 발언은 결국 국내적인 선동 발언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특히 작년 말에도 자민당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정조회장, 세코 히로시게(世耕 弘成) 참의원 간사장 등 소위 자민당 내 아베파 국회의원들도 각각 타이완을 방문하여 차이잉원 총통과의 회담을 가진 바 있다. 아베파 국회의원들은 100명 정도로 최대 파벌인데, 아베 전 총리 사망 후 아직도 수장이 결정되지 못하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이들의 타이완 방문은 파벌의 수장이 되기 위한 몸집 불리기로 평가된다.

한편 타이완도 국회의장인 유시쿤 입법원장 일행이 타이완에서 불과 111Km 떨어진 요나구니섬을 방문했다. 외형적으로는 타이완과 요나구니섬의 관광 활성화를 위한 정기 뱃길 개설 차원이라고 하지만 단순히 그렇게만 생각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특히 자민당의 후루야 케이지 전 국가공안위원회 위원장이 이들과 합류했고, 이리자키(西崎)라는 타이완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사진촬영을 했다. 일본과 타이완 정치인들이 서로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군불을 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인의 역할은 국민을 불안으로부터 안심토록 하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확고하게 만들려거나 몸집을 키우려는 행위로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것이 지금 일본 정치인들의 특징이다. 과거 우리에게는 북풍(총풍)의 경험을 가지고 있지만 결국 그것은 효과가 없었다. 언제까지 일본에서 이런 바람이 허용될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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