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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알자] 일본의 사관학교, 지금 방위대에선 무슨 일이?

정회주 전문위원 승인 2023.08.05 16:41 | 최종 수정 2023.08.05 16:57 의견 0

최근 우리나라에서 “육군사관학교에서 자진 퇴교를 선택한 인원은 2019년 17명에서 2022년 63명으로 4년간 3.7배로 늘었으며, 지난해 자퇴생 63명 중 절반이 1학년(32명)이었다. 한 학년 정원이 330명인데 약 10%가 1년도 안 돼 관둔 것이다. 같은 기간 공군사관학교(정원 235명)에서는 자퇴생이 11명에서 18명으로, 해군사관학교(정원 170명)는 13명에서 24명으로 늘었다”(조선, 2023.3.23.)라는 보도가 있었다.

그런데 이와 같은 현상은 일본의 사관학교라고 할 수 있는 방위대학에서는 오래된 이야기다. 심지어 방위대 교수가 실명으로 교내문제를 폭로(等松春夫, “危機に瀕する防衛大学校の教育”)해서 공론화되었고, 그의 내부고발 내용은 현재도 구글드라이브에서 공개되고 있다.

危機に瀕する防衛大学校の教育, 等松春夫


그가 고발한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①작년(2022년) 3월 졸업한 479명 중 임관사퇴자(방위대를 졸업하였으나, 임관을 거부하고 퇴직하는 자)가 72명(7명 중 1명)에 달했고, ②작년 4월 입교한 488명 1학년생도 중 약 2할에 해당하는 100여 명이 퇴교(5명 중 1명)했다. 이처럼 1학년 생도가 20%나 퇴교하는 경우는 30년 만에 처음이다. ③뿐만 아니라 2016년 15,094명이었던 수험자들이 2021년 10,214명, 2022년에는 8,547명으로 과거 10년간 40%가 감소하였다.

내부 고발자인 토마츠 교수는 임관사퇴자나 중도 퇴교자가 급증하는 이유가 젊은 층의 정신적인 심약함 및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인한 것이 아니며, 우수하고 사명감 충만한 생도일수록 방위대 교육에 실망해 자퇴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제의 원인으로, 첫째 교수들보다 자위대 출신 현역 교관들의 자질 문제에 있다고 주장한다. 해상자위대 은어로 ‘병자, 환자, 죄인’(病人・けが人・咎人)이라고 부르는 현역들은 교육부서로 좌천당한 인원을 지칭하며, 이 같은 상황은 육․공자대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예를 들면 주미대사관에서 대령을 폭행한 육자대 장군이 생도 교육을 담당하는 예도 있었다. 게다가 정치적으로 편향된 비즈니스 우익들이 강사로 초빙되어 교육하는 사례들도 있다.

둘째는 젊은 생도들에 대한 교육 방법이다. 현재 방위대는 방 하나에 1학년부터 4학년까지 8명이 같이 생활한다. ‘지도’라는 명목으로 음모(陰毛)를 불로 태우는 등의 왕따, 갑질, 성폭력 사건 등이 발생하고 있고, 심지어 심각한 도박 문제까지 발생하였다. 2013년에 밝혀진 보험금 사기 사건은 훈련 중 다쳤다면서 생도들이 보험금을 부당하게 받은 사건이다. 이 일로 13명이 퇴학하고 5명 이상의 임관 졸업생이 임관 면직되었다. 그런데 이 사기 사건 속에는 공소기간이 7년이기 때문에 처벌을 면한 경우도 있다. 또한 비교적 최근인 2019년에 밝혀진 보조금 사취(詐取) 사건은 해상자위대 소령의 부인이 운영하는 펜션에 교우회 활동으로 생도들이 숙박하면서, 방위성 공제조합으로부터 보조금을 받아 일부는 생도들이 받고 일부는 소령이 받았다. 200여 명 이상의 생도들이 관여되었지만, 생도 누구도 처벌받지 않았다.

셋째는 일본의 전통문화다. ‘긴 것에는 말려라.’(長いものには巻かれよ)라는 일본의 독특한 문화적 배경에 의해 이러한 문제가 수년간 지속되었지만, 강자에 순응하는 문화에 의해 외부로 공개되지 않았다. 결국 자위대의 지휘관을 양성하는 방위대학교에서 법과 인권, 약자에 대한 보호를 우선시하기보다 누구도 변화와 변혁을 시도하지 않은 것이 내부고발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다.

한편 이러한 사건을 두고 군사전문가(防衛ジャーナリスト) ‘한다시게루’(半田滋)는 흥미로운 분석을 발표했는데, ①방위대 중도 퇴교자, ②임관 직전 자퇴자, ③조기 퇴직자(방위대 졸업 후 간부후보생학교 비입과자 + 간부후보생학교에 입교한 후 보너스를 수령한 8월에 퇴교하는 자)를 합친 퇴직자가 3건의 정치적 결정을 계기로 급증했다고 주장했다.

どれだけやめる⁉防大・自衛隊危機に立つ自衛隊【半田滋の眼 NO.83】
(https://www.youtube.com/watch?v=iMhmpXzOsYs&t=417s)


①첫째, 이라크 파견 결정과 관련된 시기다. 2003년 이라크 특조법이 제정되고 2006년 2월까지 육상자위대 파견(숙영지로 13회 22발 로켓트탄 피탄) 및 2008년 12월까지 항공자위대가 공수활동을 지속하였다. 이는 2009년 8월 특조법으로 효력을 상실하면서 사실상 종료되었다. ②둘째, 집단적자위권 해석과 시행 관련한 기간이다. 2014년 아베 정권은 집단적자위권의 해석변경에 대한 각의 결정을 2015년 9월 관련법 제정과 더불어 2016년 3월부터 시행하였다. ③마지막으로 2022년 기시다 정권은 전수방위를 부정하는 적 기지 공격능력 보유에 대한 각의 결정을 하였다.

이처럼 3건의 정치적 결심을 계기로 자신들의 신변에 위협을 느낀 방위대학교 생도들이 퇴직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일부 언론과 전문가들이 ‘요즘 젊은 층이 심약하다’(今の若者が打たれ弱い)고 치부해 버리지만, 방위대학교의 문제는 단순한 인적자원 문제만이 아니라 앞서 기술한 내용과 같은 교육제도의 영향도 크게 미치고 있다.

방위성도 2011년 방위대학교 개혁에 관한 검토위원회 보고서를 작성하였으며, 인재확보 시책, 교육훈련 및 연구충실, 방위대학교 운영 태세 개혁 등의 방안을 강구하여 왔다. 최근에는 2023년 방위백서에도 표현되어 있듯 ‘방위성․자위대 인적기반강화에 관한 전문가모임’(防衛省・自衛隊の人的基盤の強化に関する有識者検討会)을 설치하는 등 인적자원 확보에 치중하고 있다. 하지만 아래 표에서 볼 수 있듯이 저출산시대에서 우수 인재들이 감소 경향을 보일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예측가능하다.


그러므로 최근의 방위대학교에서의 발생한 다수의 자살미수, 탈영, 성폭력, 갑질 등 각종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앞서 언급한 문제의 원인에 대한 실질적 대책과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쉽게 고쳐지지 않을 것이다. 일본 방위대학교의 문제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정도의 차이가 있기는 하겠지만 ‘조용한 안보위협’(静かなる有事)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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