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군사, 비군사 영역을 막론하고 전자파를 이용한 무선 네트워크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아지면서 무선주파수가 사이버 공간을 구성하는 핵심적인 요소가 되고 있다. 따라서 전자전과 사이버전의 영역이 중첩되는, 사이버 공간을 구성하는 무선주파수에 해당하는 주파수대역이 사이버 전자전의 영역으로 이해되고 있다.
◆사이버 전자전 개념의 등장
2022년 간행된 『사이버 전자전』은 사이버 전자전을 “고출력의 전자기 스펙트럼을 이용하여 적의 무선 네트워크 공간 및 사이버 공간의 메시지를 조작·오염 또는 탈취·통제하는 군사적 행위”로 정의한다. 이는 사이버전 기술 이용시에는 별도의 기지국이나 중계기를 이용하지 않고, 전자전 능력인 원거리 고출력 전자파 탐지·송출 기술을 활용해 전자전 기술 이용시 기존의 통신 방해에 국한된 잡음 재밍이 아니라 사이버전 기법인 정보(메시지) 교란을 이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임스 A. 루이스 역시 CSIS 기고문 『우크라이나의 사이버전(Cyber Warfare Ukraine)』에서 “현대적인 군대와 관련된 분쟁에서 사이버 공격은 전자 전쟁(EW), 허위 정보 유포, 위성에 대한 공격, 정밀 유도 무기의 사용을 결합하는 것이 가장 좋다. 목표는 정보 우위, 데이터 등 무형 자산, 통신, 정보 자산 및 무기 시스템을 저하시켜 운영 우위를 창출하는 것이다. 가장 크게 피해를 줄 수 있는 활동은 정밀 유도 탄약과 사이버 공격을 결합하여 중요한 목표물을 무력화하거나 파괴하는 것이다. 사이버 작전은 또한 재정, 에너지, 교통 및 정부 서비스를 방해하여 방어자의 의사 결정을 압도하고 사회적 혼란을 야기함으로써 정치적 효과를 위해 사용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이 처한 사이버전 상황
이러한 사이버전은 평시에도 지속적으로 수행되고 있고 이에 대한 대응 역시 점차 격화되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2년 동안 행해진 미군의 사이버 공격이 이전 버락 오바마 행정부 8년간 시행된 사이버 공격 건수보다 더 많다. 오바마 행정부는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의 사이버 공격에 대한 보복 사이버 공격을 자제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미군의 공격적 사이버 작전 수행에 관여한 한 전직 고위관리는 “오바마 행정부에서 중국의 지적재산권 절도, 소니픽처스에 대한 북한의 해킹공격, 2016년 러시아 선거개입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논의했지만 사이버 공격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는 그간 2014년 북한이 소니픽처스를 해킹 공격하자 미국은 북한 인터넷망을 10시간 정도 마비시키는 보복 공격을 감행한 것으로 알려졌던 것이나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해 ‘발사의 왼편’ 전략을 수행했다고 시사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것과는 다소 다른 점이다. 물론 이 관리가 언급한 ‘사이버 공격’의 정의와 수준이 북한 인터넷망의 일시적인 마비나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해 수행되었던 ‘발사의 왼편’ 전략보다 훨씬 강력한 것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2018년 8월 트럼프 대통령은 사이버 사령부가 대통령 승인 없이 해외에서 사이버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비밀 국가안보 대통령각서(Presidentaial Memorandum) 13호에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미국 관리는 지난 10년 동안 미국의 해외 사이버 공격에 대한 반응은 심각하게 무기력했고 우리는 사실상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며 "이제 적들이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한계점을 확실히 알도록 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방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군 사이버사령부는 2019년에는 이란의 로켓과 미사일 발사와 연관된 컴퓨터 시스템을 무력화하는 사이버 공격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 국방부의 한 고위 관리는 “지난 8~10년간 사이버 작전은 두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다”며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각서 이후 새로운 체계를 갖춘 2018년 8월 중순 이후부터 몇 달간, 사이버 사령부는 이보다 더 많은 작전을 수행했다”고 말했다. 2019년 6월 NBC는 복수의 관계자들을 인용해 미 군사 해커들이 외국 네트워크에 침입해 상대 해커들을 공격하고 있고 사이버 충돌 시 인프라가 마비될 수 있는 사이버 폭탄을 설치하고 있다고 한다.
◆높아지는 대북한 사이버전의 중요성
오바마 행정부와 달리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와 마찬가지로 공세적 사이버전에 매우 공세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2023년 3월 북한과 중국, 러시아와 이란을 주요 ‘사이버 적성국’으로 규정하는 ‘국가 사이버 안보 전략’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미국의 국가 안보나 공공 안전을 위협할 수 없도록 법 집행과 군사 역량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 국가들의 관련 단체들을 파괴하고 해체(disrupt and dismantle)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미국 내 주요 인프라 및 금융 기관 등을 노린 사이버 공격이 급증하는 데 따른 것으로,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과 중국 등을 상대로 본격적인 사이버전(戰)을 시작하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2019년 6월 NBC는 복수의 관계자들을 인용해 미 군사 해커들이 외국 네트워크에 침입해 상대 해커들을 공격하고 있고 사이버 충돌 시 인프라가 마비될 수 있는 사이버 폭탄을 설치하고 있다고 한다.
백악관은 ‘국가 사이버 안보 전략’에서 “중·러 및 이란·북한 등 독재 국가 정부가 미국의 이익 및 국제 규범에 반하는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 첨단 사이버 역량을 공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북한을 지목, “북한은 핵 야망을 부채질할 목적으로 암호 화폐 탈취, 랜섬웨어(데이터 복구 조건으로 거액을 요구하는 프로그램) 공격 등을 감행해 수익을 창출하는 (불법) 사이버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함으로써 북한에 대해 강력히 대응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백악관은 사이버 범죄 단체 등에 대한 선제공격을 감행할 ‘컨트롤타워’도 지정했다. 백악관은 문건에서 “연방수사국(FBI) 산하 국가 사이버 수사 합동 태스크 포스(NCIJTF)의 역량을 확대할 것”이라며 “국방부와 정보 당국도 이곳에서 진행하는 ‘파괴 작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는 계획을 공개했다.
미 정치 매체 슬레이트는 “(북한 등의) 사이버 공격에 대한 응징은 물론 예상되는 사이버 공격을 근절하기 위해 범죄 단체 및 (배후) 국가 정부의 컴퓨터 네트워크를 선제적(preemptive)으로 해킹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이라며 “과거 어떤 행정부보다 강력한 조치를 취하기로 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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