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보환경’ 그리고 ‘인지적 차원’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정보환경’ 및 ‘인지적 차원’이라는 개념
‘정보환경’이란 정보를 수집, 처리, 전파하는 개인, 조직, 시스템의 총체로서 모든 정보활동이 이루어지는 공간 및 영역이다. 이러한 정보환경은 상호 작용하며 서로 연관된 3 개의 영역인 물리적 차원, 정보적 차원, 인지적 차원으로 구성된다. 각 차원을 살펴보면 물리적 차원은 물리적 플랫폼과 통신 네트워크가 상주하는 차원이며, 정보적 차원은 정보가 생성되고, 조작되고, 공유 되는 영역이고, 인지적 차원은 지각, 인식, 이해, 신념, 가치가 상주하는 차원으로 판단과정에 따른 결심행위가 내려지는 영역을 의미한다.
인지적 차원은 정보환경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물리적 차원에서 관찰된 행위 등은 정보적 차원에서 정보로 생성되고 공유되며, 이렇게 전달되고 생성된 정보를 바탕으로 인간은 ‘인지적 차원에서 결심 행위를 하게 된다. 즉 결정을 내리는 인지적 차원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따라서 인지적 차원을 조작할 수 있다면 단순히 관찰된 행위도 의사결정자로 하여금 특정 결심 행위를 하도록 유도할 수 있으며, 조작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특별한 행동을 하도록 유도할 수도 있다. 즉 인지적 차원과 인지적 차원에 대한 영향요인을 이해한다는 것은 주어진 정보 환경 속에서 의사 결정자의 마음에 가장 잘 영향을 미치는 방법을 이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단순한 정보를 이용해 상대국의 선택에 따른 행동을 통해 해당국이 원하는 바를 달성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인지전 개념의 등장
2020년 나토는 ‘인지전’을 “대중 및 정부 정책에 영향(influencing)을 미치려는 목적으로, 또는 정부의 행동 및 제도를 불안정화(destabilizing)하는 것을 목적으로 외부 주체가 여론을 무기화하는 것”이라고 개념화했으며, 인지전의 목적을 “적이 내부에서 스스로를 파괴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인지전’의 기본 목표로 대중의 “불안정 화”(destabilization)와 표적된 대중에 대한 “영향”(influence)을 제시했다. ‘불안정화’란 대중들의 조직력과 단결을 와해시킴으로써 내부 문제에 압도되고 공동목표를 달성하는 것에 집중하지 못하게 해 집단의 생산성을 급격히 저하시키고 집단 조직과 연합을 와해시키는 것을 뜻한다. 표적된 대중에 대한 ‘영향’은 표적을 둘러싸고 있는 세계에 대한 해석과 이해를 조작함으로써 공격자의 이익에 맞춰 설정된 행동을 대중이 수행하게 유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23년 상반기에 출간된 『국방정책연구 봄호(39-1)』에는 『인지전 개념과 한국 국방에 대한 함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중심으로』라는 소논문이 게재되었다. 본문 내용에 따르면, 인지전이란 ‘사이버 공간을 활용한 심리전, 그리고 인지 과정을 구축하는 과정에 대한 정보 조작 등 다양한 수단을 활용해 상대의 인지 과정을 조작함으로써 올바른 결정을 하지 못하게 하거나 잘못된 결정을 하게 만들어 나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상대의 행동을 변화시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는 전쟁 양상’으로 정의하고 있다.
◆점점 더 심각해지는 민주주의 국가에 대한 인지 공격
최근 인지전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민주주의 국가가 인지 공격에 대응하기에 극히 취약하기 때문에 민주주의 국가를 대상으로 해당국이 자신의 영향력을 효과적으로 증대시킬 수 있는 비대칭적 수단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국가가 이러한 인지 공격에 취약한 근본적인 이유는 민주주의 체제가 ‘정치적 의사 표현의 자유(right to speech)’를 근간으로 하고 있고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주주주의 국가에 대한 의도적 인지 공격은 국내에서 다양한 정치적 의견이 표출되는 것으로 쉽게 위장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의도적 인지 공격에 대한 대응을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라고 공격하는 것이 가능하고 실제로 국내에서 다양한 정치적 의견이 표출되는 것을 국가가 개입해 차단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국가가 주도해 적극적으로 정보를 통제하는 것이 법적, 제도적으로 제한될 가능성이 높고 이러한 활동 자체가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돼 오히려 광범위한 저항을 촉발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또한 인터넷 공간, SNS를 통한 가짜정보 또는 오정보의 유포가 상대의 의도적이고 악의적인 허위조작이라는 사실을 확정 짓기 어렵고 그렇게 확정한다고 해도 개인의 의견 등을 국가가 규정짓거나 정보를 국가가 차단하는 것은 ‘정치적 의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역시 민주주의 체제 하에서 국가가 의도적 인지 공격에 대응하기 어려운 이유이다.
◆초연결사회의 발전이 인지전이 가능한 작전환경을 만든다
그러나 인지전이 수행되는 작전환경은 인지 공격이 매우 효과적인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바뀌어 가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터넷, 매체, SNS, AI 기술 등의 융합되면서 개인, 집단에 미치는 영향력은 급속하게 증대하고 있다. 의사소통체계의 확대, 소셜미디어의 발전, 스마트폰 등 정보기기의 발전으로 인해 정보를 보다 빠르고 쉽게 유통하는 것이 가능해졌고 AI 등 정보처리기술의 발전은 목표 청중을 세밀하게 선정해 최적화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정보의 유통의 속도가 빨라지고 정보 전달 대상이 최적화되면서 악의적 목적을 가진 오정보와 허위정보의 유통을 차단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가 되고 있다.
특히 긴밀하게 연결된 초연결사회에서는 이러한 미시적 위험이 양적 전화를 거쳐 거시적 위험으로 전환돼 심각한 안보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또한 AI 등을 이용해 대상을 최적화, 개별화한 인지 조작은 전체 국가 의식의 변화를 초래할 수 있으며 이는 국가 안보의 심대한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익명성, 책임 귀속의 문제, 무경계성, 연결성 등 사이버 공간의 특성은 인지전에 매우 유리하다. 사이버 공간에서는 익명성과 책임 귀속의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공격행위의 주체를 완전히 특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주체의 모호성은 공격자의 사이버 공격을 더욱 용이하게 한다. 사이버공간은 주체의 모호성으로 인해 상대는 악의적인 허위정보나 오정보를 유통시키는 것에 있어 보복의 위험 없이 거리낌 없이 해당 행위를 수행할 수 있다. 그리고 익명성은 SNS 공간에서의 아스트로터핑(Astroturfing) 등을 통해 대중들에게 오정보, 허위정보에 대한 신뢰성을 상승시킬 수 있는 유리한 환경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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