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의 전투선 특별편] 조선 수군의 당파 전술
이호국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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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23 01:00 | 최종 수정 2023.12.2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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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파와 충파는 함선과 함선끼리의 충돌 공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조선 수군의 당파(撞破)는 포를 이용한 적 함선의 격침을 뜻하며, 충파(衝破)는 폭풍이 밀려왔을 때 함선 간의 결속을 제대로 못 해 충돌한 경우를 뜻하고, 또한 촉파(觸破)는 결속된 함선들이 서로 걸려 파손된 경우를 말합니다.
이순신은 전라좌수사와 삼도수군통제사를 겸직할 당시까지(1592년 4월 1일~1594년 1월 10일) 군무에 관한 사항을 보고한 장계의 초안 모음집인 임진장초(壬辰狀草)를 썼습니다.
임진장초를 보면 총통방중 당파분멸(銃筒放中 撞破焚滅)이란 글귀가 나온는데, 해석하면 총통(銃筒-화포)을 발사해 적선을 깨부수고 불태웠다는 뜻으로, 화포를 이용한 조선 수군의 당파 전술을 분명하게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그리고 당파 전술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바로 대장군전입니다.
화포에 대장군전(大將軍箭), 장군전(將軍箭), 차대전(次大箭), 차중전(次中箭) 등의 화포 전용 화살을 사거리 순으로 장전·발사해 먼저 적선의 선체를 균열시킨 다음 대형 철환(鐵丸)이나 완구(碗口-박격포)를 이용한 단석(團石) 등의 포탄으로 충격을 계속 누적시켜 격침해버리는 방식으로 당파를 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일본의 군선(軍船)들은 배를 건조할 때 쇠못을 이용하였기에 나무못을 쓴 조선의 전선(戰船)들에 비해 내구성이 현저히 떨어졌습니다.
반면 조선의 전선에 쓰인 나무못은 습기를 먹으면 나무가 부풀어 올라 조임이 더 단단해집니다. 반면 일본 군선에 쓰인 쇠못은 습기에 노출되면 녹이 슬고 삭기 때문에 그만큼 내구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거기다 바다의 염분으로 인해 삭는 속도가 빨랐습니다.
현대적으로 쉽게 풀이한다면 조선의 전선은 내진설계가 된 선체이고, 일본의 군선들은 내진설계가 없는 선체이기에 당파로 인한 누적된 충격으로 선체 곳곳이 벌어지고 깨지면서 서서히 가라앉았을 것입니다.
이로 인해 조선 수군은 당파의 효율성과 명중률을 높이기 위해 의외로 근접전 위주의 해전을 벌였습니다.
일단 조선 수군의 대략적인 교전 규칙을 보면,
① 적선이 200보 내로 접근하면 총통으로 사격.
② 적이 100보 내로 접근하면 조총을 사격.
③ 적이 90보 내로 접근하면 사수가 활을 쏜다.
즉, 당파를 다시 한번 정의하자면 함선과 함선끼리의 충돌 공격이 아닌 대략 200~240m 이내의 거리부터 시작한 화포 공격이란 뜻입니다.
※ 조선 수군의 전략·전술에 관한 이야기는 임진왜란 시리즈 3 조선 수군 이야기에서 상세히 다룰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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