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1일이 ‘인구의 날’이란 걸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인구의 날은 1987년 7월 11일 전 세계 인구가 50억 돌파를 기념해 ‘50억의 날’로 시작했다는데요. 제가 기억하는 80년대의 대한민국은 산아제한을 한다고 난리였는데 이제는 고령화와 지방소멸로 난리입니다. 지방소멸 위기는 인구감소에서 시작됩니다. 인구가 감소하는 원인은 저출생 때문이고, 고령인구층이 두꺼워짐에 따라 노동가능한 인력도 줄어들어 성장이 멈추고 경제적인 위기가 닥칠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대도시를 제외한 지방의 작은 도시들은 서서히 소멸될 거라 보고 있습니다. 지방소멸의 위기 속에서 로컬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인구가 감소한다는데 얼마까지 감소할까?
정말 인구가 줄어드는 게 문제일까요? ‘가족계획’이라는 슬로건으로 산아제한을 했던 시절 이야기를 아시나요? 반세기 전인 1970년대에는 “아들·딸 구별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라 했고, 여전히 인구가 폭증하자 1980년대에는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고 했습니다. 심지어 “1974년은 임신 안하는 해”라는 극단적인 표어도 나왔었는데요, 1973년의 인구가 얼마였는지 아시나요? 통계청이 운영하는 국가통계포탈을 뒤져보면 당시 국내 총 인구는 34,103,149명이었습니다.
대한민국 인구가 정점을 찍었던 때가 2020년 51,836,239명이었고, 올해 2024년 인구는 51,751,065명입니다. 인구가 줄고 있다고 하지만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줄어들게 됩니다. 인구통계포털에 따르면 앞으로 반세기 후쯤인 2072년 인구는 36,222,293명으로, 이는 ‘임신 안하는 해’를 선포한 1973년의 인구 34,103,149명보다 무려 2,119,144명 많은 수입니다. 생각보다 인구가 천천히 줄어든다는 생각이 들죠? (2072년은 인구통계포털에서 적용가능한 년도 최대치임)
◆고령화를 문제 삼는 건 노동 가능 인구 때문이다?
인구 수가 중요한게 아니라 고령화가 더 큰 문제라고요? 생산가능 인력은 주는데, 의료와 복지비용만 증가한다고요? 그럼 노동 가능한 인구의 비율도 살펴보죠. 다행히 생산연령에 해당하는 15~64세의 비율까지 인구통계포털에서 보기 좋게 표시해 주고 있습니다. 2024년 현재 생산연령인구는 70.2%나 됩니다. 2072년에는 이 비율이 45.8%로 떨어진다고 예측하고 있는데요. 이를 1973년도의 56.2%와 비교해보면 10.4%p 차이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1973년, 2024년, 2072년 그래프를 나란히 놓고 보면 그래프가 피라미드 모양이냐, 항아리 모양이냐의 차이 외에도 두드러지게 보이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사람의 수명입니다. 1973년의 그래프의 높이는 80세에서 멈추고 있지만, 2024년에선 90세, 2072년에선 100세까지 그려지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들의 수명이 길어지고 있고, 그만큼 건강 또한 좋아지고 있다는 근거가 아닐까요? 산업의 형태도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기술집약적 산업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청년의 사회진출 시기도 많이 늦춰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생산연령인구의 기준도 바꿔야 하지 않을까요? 현실적으로 25~74세로 잡아야 할 지 모릅니다.
게다가 4차 산업혁명이 차츰차츰 진행되어 감에 따라 인공지능과 로봇이 비즈니스와 생활 속으로 들어오고 있어 과거와 다른 노동 형태가 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보다 선진화된 국가들은 나이 정년을 없애고 있는 추세입니다.
◆문제의 본질은 총생산량 감소다
실질적으로 인구 감소 문제에서 주의해야 하는 건 총인구 감소에서 오는 국내 총생산량(GDP) 감소입니다. 1인당 GDP를 같은 수준으로 유지한다 하더라도 총생산량이 감소할 경우, 국가 전체적인 투자 감소, 정부재정 악화, 국가 신용도 하락, 실업률 증가, 소득 감소, 사회적 불안 증가와 같은 부정적 영향이 연쇄적으로 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우려는 2023년 한국경제연구원의 ‘인구구조 변화가 GDP에 미치는 영향 추정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구체화되고 있는데요. 인구감소가 이어지는 2050년 즈음에는 지금보다 GDP가 28% 감소할 거라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미루어 따져보면, 인구의 감소로 경제가 어려워질거라고 생각하는 건 넌센스입니다. 수십 년 후의 인구구조가 예측가능한 시점이란 건, 수십 년의 변화가능한 시간이 주어져 있는 겁니다. 경제의 체질 변화를 통해 총생산량을 늘려갈 방도를 찾으면 될 문제입니다. 이게 안 될 것 같다고요? 필자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1970~1980년대의 대한민국은 세계 경제가 호황에 발맞춰 2차 산업의 고도성장을 이루었고, 2번의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0~2010년대에도 3차 산업의 고도성장을 이룬 국가이기 때문입니다. 정치가 우리를 실망하게 하는 일도 있지만, 지금은 시민사회 섹터와 기업의 전문성도 상당하기 때문에 새로운 길을 찾을 가능성은 많다고 생각합니다.
◆지방소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이와 같이 국내 총인구만 놓고 보면 인구감소를 지방소멸의 원인으로 보는 건 넌센스일 수 있습니다. 아주 단순하게 사고한다면 “인구가 감소하면 지방이 소멸한다”는 말이 논리적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럼 말을 바꿔 이렇게 생각해 봅시다. “지방이 소멸하니 인구가 감소한다”면요? 이를테면 이런 겁니다. 갑자기 동해바다에 UFO를 타고 나타난 월등한 군사력을 지닌 외계인이 강릉시를 점령합니다. 그러면 대한민국의 인구는 강릉시 인구만큼인 20만 명 가량이 줄어들겠죠?
다시 현실로 돌아오겠습니다. 1973년에는 지금보다 훨씬 인구가 적었는데도 인구가 많아 이대로는 살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했지, 지방소멸의 위기를 논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실제로 1973년도 서울특별시의 인구는 6,289,556명, 수도권 인구는 약 10,306,000명으로, 총인구 34,103,149명과 비교하면 총인구의 30%만이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었습니다. 2020년을 기준으로 수도권 인구 비율이 50%를 넘어간 지금과 비교하면 상당한 차이를 보여줍니다.
결국 지방소멸의 원인을 인구의 문제에서 찾을 게 아니라 대도시와 시골의 격차, 지역불균형에서 찾아야 한다는 겁니다. 모든 산업 자원과 인구가 대도시로 쏠려 있는 게 문제인 거죠. 따라서 인구감소 문제와 지방소멸 문제를 서로 결합된 하나의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각각의 문제로 보고 다양한 시나리오로 접근해야 최적의 해법이 나올 겁니다.
국민들이 답답한 건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을 대하는 일부 정치인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단순한 시각과 태도 때문입니다. 그간 인구를 늘리기 위한 정책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예산의 씀씀이와 예산이 들어간 사업들을 보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문제 해결 방법을 ‘여성의 자궁’에만 한정해선 답이 나올 수 없습니다. 자궁의 숫자가 모자라서, 여성의 모성애가 부족해서 인구가 줄어든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위 영상은 영화 <댄싱퀸>의 한 장면. 저출생에 대한 토론 장면은 대한민국 사회의 단면을 여실히 드러냈다. 2012년 개봉한 영화인데, 그 후 12년이 지난 지금도 이 수준에서 제자리걸음 중이다.)
◆대범할 정도로 창의적인 대안을 구상하자.
게다가 다양한 지원책을 통해 귀농, 귀어, 귀촌 등 인구의 이동을 촉진시켜 지방소멸 문제를 해결하겠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정착의 성공여부는 땅을 주고 돈을 주는 지원책에 달렸다기 보다는 귀촌인의 강한 의지에 달려있습니다. 바꿔 말해 귀촌하고 싶은 동기부여가 강한 곳이어야 귀촌인구도 늘어날 수 있는 겁니다. 두말할 것 없이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일자리 인프라, 여가를 적절히 즐길 수 있는 문화·관광 인프라, 가정을 이루고 노후를 안락히 보낼 수 있는 의료, 교육, 복지 인프라에 달려 있습니다.
지자체 단위(시, 군, 구)를 넘어선 대안 구상이 필요합니다. 우선 지자체보다 더 작은, 미시적으로 쪼개진 로컬-읍, 면, 동- 나아가 골목, 리 단위의 미시적인 지역의 정주성과 상업성 등 도시인프라에 대한 고려가 필요합니다. 그 결과 어떤 수를 쓰더라도 소멸될 수밖에 없는 곳은 소멸을 받아들여야 하고, 소멸해선 안 될 곳은 소멸하지 않도록 인구와 도시인프라의 집중이 가능하도록 해야 합니다. 어떤 면에서는 지방자치법에서 규정한 대도시의 기준인 인구 50만 단위를 기준으로 지방의 재편을 꾀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나아가 대범할 정도로 창의적인 대안을 구상할 필요가 있습니다. 고령화, 인구감소, 지방소멸이 우리보다 조금 빠른 일본의 정책을 연구하는 것은 하나의 참고는 될 지 몰라도, 우리 현실에 깔맞춤한 대안을 학습하는 것은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타 지자체에서 성공한 사례라 하더라도 이를 그대로 도입하는 것 또한 신중해야 합니다. 266개 지자체 전부에게 단 하나의 방법을 적용해 문제가 해결될 것 같았으면 벌써 문제가 해결되었을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재정포럼> 5월호에 올라온 “여성을 1년 조기 입학시키면 남녀가 서로 호감을 느껴서 인구가 늘어날 것”이라는 제언이 이어지는 건 곤란합니다. 실증적인 연구와 예측을 통해 상관관계가 아닌 인과관계가 될 만한 대안이 나와야겠지요.
이 글을 쓰는 사이 ‘인구의 날’이 지나버렸군요. 한나절을 고민했지만 저또한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의 대안을 내지는 못했습니다. 역시 평범한 사람의 능력으로는 불가능한 일일까요? 하지만 외면하지 않겠습니다. 틈틈이 이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해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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