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장석진의 ‘감정 感情 the emotion’
장석진은 한국예술종합학교 겸임교수이자 다양한 장르에서 이름을 알리며 활동하고 있는 작곡가이다. 대다수 순수음악 작곡가들이 관련 영역에 제한되는 것과는 달리, 장석진은 서양음악, 국악, 전자음악 등의 커다란 구분 아래, 또다시 분화되는 다양한, 그러나 새로운 음악 장르들을 선보이고 있다.
서양음악의 경우, 장석진은 현대음악, 오페라, 교향악, 뮤지컬, 가곡, 영화음악, 게임 음악, 드라마 음악, 피아노 앨범, 전자음악 등, 음악어법의 차원에서 완전히 다른 이야기와 뉘앙스를 말하고 있으며, 국악의 경우에는, 서울시국악관현악단, 국립국악관현악단 등과 관현악 작업을 하면서도, 연주자 개개인들과는 각기 별개의 음악 언어들을 디자인하며 발표해오고 있다.
서울시국악관현악단 해금 수석 연주자, 서은영과는 현대 음악의 언어에 기반을 둔 ‘해금과 첼로 그리고 타악기를 위한 ‘Patrick Süskind :파트리크 쥐스킨트’를 선보였으며, 서도소리 김무빈과는 피아노 트리오의 포스트 미니멀리즘과 음색 작업을 통한 ‘수심가’를, 가야금 연주자 이수은과는 장석진 본인의 피아노 연주와 함께 현대적 감성의, 보다 고전적인 뉘앙스의 음악들로 채워진 앨범, ‘감정 感情 the emotion’을 발표하였다.
작곡가 장석진 (국립극장 제공)
◇‘감정 感情에 기반을 두다’
새로운 음악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작곡가 장석진은, 오랜 세월, ‘그 답이 불러오는 오해’와 맞서 왔다.
'아직도 많은 이들이 음악에서의 새로움이 단순히 새로운 기법과 소재의 사용에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새로운 소리를 만들어내는 것은 작곡가에게 있어서는 언제나 중요한 영역의 일이다. 그러나, ‘소리’ 그 자체는 음악작품이 아니다. 그 ‘새로운 소리’라는 것이 음악작품에서 의미가 있도록 디자인하고 배치하는 것이 작곡가의 몫이다.
우리가 아는 거의 모든 새로운 소리라는 것은, 20세기 현대음악의 역사와 그 숙성과정을 통해 이미 한 번쯤은 제시된 것들이다. 물론, 음악에 사용될 수 있는 소리 자체에 대해서만 논하자면 말이다. 그 소리가 의미가 있는지 어떤지는 연주가 되는 순간 청중의 판단에 맡겨질 부분이다.’
장석진에게 있어 음악을 쓴다는 것은 ‘작곡가 본인의 감정과 ‘이야기를 전달하는 능력’을 뜻한다. 음악이 어렵고 쉽고의 문제가 아니라, '듣는 이들이 작가의 마음을 공감하는 어느 순간, 음악이 그 의미를 다 하고 있는 것'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이수은 가야금 앨범 '감정感情 the emotion' (제공: 장석진)
◇이수은 가야금 앨범 ‘감정 感情 the emotion’
가야금 연주자이자 한국예술종합학교 겸임교수인 이수은은 난계국악경연대회 대통령상 수상자이자 얼마 전, 2019 KBS 국악대상 현악부문 전체에서 대상을 받은 실력자이다. 작곡가는 이런 이수은 연주자와 함께 이번 앨범 ‘감정 感情 the emotion’을 통해 위와 같은 새로운 소리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하기에 앞서, 먼저, 순수하게 어쿠스틱을 통해 음악 그 자체를 전달하고자 하는 마음을 담았다.
마치, ‘혼자 걷는…. 맑고 찬 공기가 가득 찬 어느 가을날’, 종이 노트 위에 연필의 흑연을 통해, 그 감촉의 변화를 느끼며 썼던, 시 구절 또는 에세이 한 구절 처럼 마음을 적어 내려간 음악들이다. 첫 곡인 ‘감정 感情 the emotion’은 이러한 마음을 담고 있다.
두 번째 곡인 ‘Wheel’은 굳이 장르를 구분하자면, 포스트 미니멀리즘적인 음악이다. 지금은 여러 예술가들이 ‘포스트 미니멀리즘’이라는 구분을 명확히 할 만큼 장르화 되었지만, 사실 90년대 중반에 이미 발생한 표현으로, 차차, 음색 실험의 측면이 화두에 오르면서, 음악적으로 너무 느슨해져 버린 감도 없지 않다. 작곡가 장석진에게 이 스타일은 20년이 넘도록 구사해오며 나름대로 발전시켜온 음악 언어 중의 하나여서, 이 분야의 세계적인 여러 예술가들과는 또 다른 감성을 엿볼 수 있다.
세 번째 곡, ‘별 헤는 밤’은 바리톤 임창한과 발표한 가곡 앨범 ‘별 헤는 밤’에 담긴 곡을, 가야금을 위해 새롭게 작곡하였다. 이미, 조용히 많은 사람에게 인지도를 쌓아가고 있는 가곡, ‘별 헤는 밤’은, 이번 앨범을 통해, 가야금의 표현으로 색다른 깊이를 더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작곡가의 감정이, 연주자 이수은의 감성과 음악적인 이해를 통해 더욱 의미 있게 빛나고 있다.
◇새로운 소리로서의 ‘감정 感情’
21세기에 있어서, 전자음악이나 앰비언트 등은 더 이상 실험음악의 소재가 아니다. 지금은 모든 장르의 음악이 하나의 작품(또는 트랙)에서 서로 소통하고 섞여지는 것이 일반적인 시대이다. '이 무한한 소리의 가능성의 시대’를 사는 작곡가로서, ‘새로운 소리의 사용이, 듣는 이들에게 의미 있는 감정을 전달하도록 하는 것’이 장석진의 음악이 가지는 특별함일 것이다.
작곡가 장석진은, 현재, 준비 중인 개인 앨범을 통해, 이러한 소리와 음악의 깊이에 대해, 한걸음 내디뎌, 더 깊은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가 꿈꾸는 ‘소리의 의미 있는 조합’들은 이번 ‘이수은 가야금 앨범’에 표현된 감정과 더해져서 더욱 의미 깊은 결과물로 다가올 것이라 기대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AGjRYjXreM&list=PL6YiobuRIsx5ZvO-V8gr6jBHGmNSYlrz0&index=2&t=0s
▶감정 感情 the emotion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
▶작곡가 장석진은...
*영국 로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영국 템즈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국립국악관현악단, 서울시 국악관현악단, 국립국악관현악단, KBS 교향악단, 제주국제관악제 등 작품 연주
*배틀그라운드 PUBG: 비켄디 메인 테마 음악 작곡
*tvN 60일, 지정생존자, MBC 신입사관 구해령 등 드라마 음악 작곡
*오페라 ‘소서노’(2016), 오페라 ‘온조: 백제의 시작’(2019). 뮤지컬 ‘사진신부’(2019)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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