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로 쌓아 올린 성곽이 아름다운 한양도성의 인왕산 구간. 인왕산 자락을 따라 내려오는 성곽 바깥에 오래된 마을 행촌동과 천연동이 있다. 성곽과 마을이 한눈에 담기는 무악재 하늘다리에서 여섯 번째 여정이 시작된다. (KBS 소개글)
서민들의 삶의 애환을 함께 하고 있는 동네 탐방기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6번째 이야기는 서울 행촌동과 천연동이었다. 이곳은 이제 서울의 관광 명소가 된 한양 도성 성곽길 아래 자리한 동네로 현대화된 도시 속 과거 흔적들을 가득 담은 도시 속 섬과 같은 곳이었다.
여정의 시작은 인왕산으로 연결되는 무악재 하늘다리에서 시작됐다. 아 다리는 도시에서 인왕산으로 오를 수 있는 일종의 지름길로 안내해주는 통로였다. 또 한편으로는 멋진 서울의 풍경을 함께 할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마치 도시의 삭막함 속에서 자연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비상구와 같은 느낌이었다.
무악재 하늘다리를 지나 발걸음은 인왕산 성곽길로 이어졌다. 수백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성곽길은 유지 보수가 잘 이루어지면서 멋진 산책로가 됐다. 성곽길을 따라가다 보면 한 편으로는 고층 빌딩들이 가득한 도심과 수십 년 전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마을 행촌동이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한양 도성 성곽은 과거의 현재의 경계선과 같았다. 하지만 과거 속 모습을 간직하고 있을 뿐 행촌동 사람들은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이웃이었다.
성곽길을 벗어나 행촌동으로 향하는 길, 작지만 멋진 정원이 함께 하는 오래된 집에 들렀다. 이 집은 주인이 20년이 넘도록 유지 보수하면서 멋진 공간으로 재 탄생한 곳이었다. 2018년에는 지자체에서 잘 가꾼집으로 선정할 정도로 잘 유지되고 관리되는 집이었다.
이 집을 지키는 노부는 수십 년의 서울 생활 끝에 구입한 이 집을 떠나지 않고 노후를 보내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이 보다 편한 곳으로 이사를 가는 일도 많았지만, 노부부는 집 곳을 새롭게 하며 작은 공간을 누구에게도 자랑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었다. 과거를 추억하면서도 추억하는데 그치지 않고 집을 새롭게 바꿔가면서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가는 모습에서 고개가 끄덕여졌다.
멋진 집을 지나 다세대 주택들이 가득한 주택가 한 편에 자리한 작은 텃밭을 찾았다. 이 텃밭은 마을 주민들이 동네 자투리 공간을 밭으로 일군 것으로 이 밭에서 주민들은 힘을 모아 배추나 무를 키우고 수확물을 나누는 등 훈훈함 가득한 공간으로 재 탄생되고 있었다. 최근 도시의 남는 공간을 활용한 도시농업의 긍정적 단면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다시 주택가를 지난 여정은 마을 주민들을 도심과 연결해주는 마을버스를 타고 역사적 유적인 독립문으로 향했다. 독립문은 과거 도로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었지만, 도시 개발에 밀려 지금의 장소로 이전했다. 독립문은 과거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지만, 주변의 크고 높은 아파트 단지 속에서 조금은 외로운 모습이었다. 개발 우선주의에 밀려 본래 자리를 지키지 못한 역사 유적의 모습은 씁쓸함을 가져다주었다.
하지만 또 한 편에서는 과거의 흔적을 지키고 새롭게 창조한 곳도 있었다. 돈의문 박물관 마을은 도시 재개발과 철거된 마을의 모습을 재현한 곳으로 이미 철거된 수십 년 전 마을의 모습을 그대로 가져다 놓았다. 과거의 것을 무조건 무수고 버리는 것이라는 인식을 전환한 도시 재생의 좋은 예였다. 그곳에서 과거 그대로 재현된 자신이 집에서 모친과의 추억을 회상하는 노신사의 모습은 마음 한편에 슬픈 여운을 남겼다.
도심에서 다시 인왕산 자락으로 돌아온 여정은 천연동과 연결됐다. 천연동에서도 도시 재생의 좋은 사례가 있었는데 과거 상수도 가압장을 개조하여 만든 마을 주민들의 열린 공간 천연 옹달샘이 그곳이었다. 이곳은 마을 주민들의 쉼터이자 공동육아의 장소로 마을 사랑방으로 여러 역할을 하고 있었다. 마을 주민들은 천연 옹달샘에서 교류하고 공동의 일을 하면서 정을 나누고 있었다. 삭막한 도시에서 찾기 힘든 훈훈한 공간이었다.
천연동의 또 다른 명소는 꽈배기 골목으로 유명한 영천시장과 그 영천시장의 수십 년 역사와 함께 하는 만물상이었다. 영천시장의 꽈배기는 30~4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인심 좋은 가게들이 역사를 만들었고 지금도 이어지고 있었다. 영천시장의 가게들과 오랜 세월 거래한 만물상은 1968년부터 가게를 운영한 70대 사장님이 자금도 과거의 방식대로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었다. 50년 넘은 골동품과도 같은 동전 계수기는 세월의 흐름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시장의 활기찬 분위기를 뒤로하고 여정은 3대가 함께 하는 천연동의 한옥집으로 향했다. 주변이 현대식으로 집으로 개조되고 다시 지어지고 있는 와중에서 이 한옥집은 3대에 걸쳐 그 모습이 유지되고 가족들이 함께 정을 나누며 살아가고 있었다. 새롭고 편리한 것이 최선의 가치가 된 지금이지만, 이 한옥집에서는 새롭게 편리한 것에서 찾을 수 없는 사람들의 온기가 가득했다.
그 훈훈한 온기를 뒤로하고 여정은 멋진 야경이 함께 하는 인왕산 성곽길에서 마무리됐다. 행촌동과 천연동에서의 여정은 행복의 가치가 절대적일 수 없고 보편성의 잣대로 행복을 정의할 수 없음을 느끼게 해주었다.
[정들겠다 친구야 – 서울 강북구 삼양동]
행촌동 주택가 사이의 가파른 계단을 지나면 한양 도성이 있다. 600년 전부터 서울을 지켜온 성벽이다. 허물어질 때마다 다시 쌓아올린 성곽은 지난 시간을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다. 돌 성벽에서는 이름이 새겨진 돌도 볼 수 있다. 조선판 건축 실명제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발견하기도 하는 길. 서울 성곽을 중심으로 여정은 이어진다.
성곽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도성 밖으로 통하는 비밀통로, [암문]이 있다. 문을 통해 밖으로 나가면 행촌동 성곽 마을이 있다. 그곳에서 김영철은 성곽을 울타리 삼아 사는 노부부를 만난다. 이사 올 때 처음 심었던 모과나무, 직접 편백나무로 만든 천장. 마루 밑에 숨겨진 보물창고를 가진 부부의 집은 ‘2018 종로구 잘 가꾼 집’에 선정되기도 했다.
젊을 때 서울에 올라온 부부가 서울살이 20년 만에 처음 마련한 내 집. 매일 쓸고 닦아도 하나도 힘들지 않았던 집이다. 노부부가 25년간 정성스레 손보아 완성한 멋진 보금자리에, 김영철을 초대한다.
성곽길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만날 수 있는 도심 속 아파트 숲. 그사이에 유난히 낮은 마을이 있다. 옛 한옥부터, 슬레이트집, 양옥집까지 오래된 집들이 있다. 이곳은 공원으로 개발될 예정이었으나 주민들의 퇴거 이후 옛 동네의 가치를 지키고자 보전하기로 결정됐다. 그 이후 현재 박물관 마을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현재는 각종 전시관으로 이용되고 있다. [돈의문 박물관 마을]에는 때때로 어머니의 기억을 따라 옛집을 찾는 이들의 발걸음이 멈춰 서 있다.
김영철은 천연동의 아파트와 주택가를 지나다 떠들썩한 아이들 목소리를 듣는다. 한 건물 2층에서 그를 부르는 소리에 돌아보니 [천연 옹달샘 마을 활력소]가 있다. 이곳은 원래 사용하지 않아 방치된 상수도 가압장 시설이었다. 그 공간을 사람들이 모여들어 주민들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마을 공간으로 바뀌게 되었다. 지금은 동네 어머니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어 믿고 아이를 맡기고 돌봐주는 공동 육아 공간으로도 이용되고 있다. 또 육아에 지친 어머니들이 취미를 즐기기도 한다. 이곳을 찾은 김영철은 아이들에게 숙달된 딱지 고수의 노하우를 전수해 준다.
인왕산에서부터 흘러온 만초천이 있던 자리. 지금은 복개되어 볼 수 없는 천변에 자리 잡은 오래된 시장인 영천시장. 길을 걷다 보면 오래된 노포를 발견할 수 있다. 없는 것은 진짜 없다고 하는 주인어른과 그와 나이가 비슷해 보이는 동전 계수기, 생산이 중단된 팔각 성냥. 지금 시대에는 잊힌 치자까지. 시장 곳곳의 역사를 기억하는 토박이의 소개를 따라 영천시장을 탐험해 본다.
구수한 기름 냄새가 가득한 영천시장. 그 이유는 꽈배기 골목이 있기 때문이다. 오래된 꽈배기 집 중 하나를 찾아간 김영철, 발 디딜 곳 없이 늘어선 손님들 사이로 보이는 꽈배기 가게를 운영하는 부부를 만난다. ‘나를 엄청나게 쫓아다녔어, 그래서 결혼했더니 38년간 꽈배기만 꼬았다는 유쾌한 부부의 이야기가 공개된다. 한편 김영철은 직접 꽈배기 장사로 변신해. 전직 김두환과 가진 돈이 2달러뿐인 학생들과의 인심 좋은 협상 또한 펼쳐진다.
천연동 빌라와 단독주택이 들어선 거리. 흔한 동네 풍경 사이로 오래된 생활 한옥들이 있다. 그중에 한 집으로 김영철이 들어가 본다. 12월에도 ’입춘대길‘이라 써 붙인, 늘 봄처럼 사는 가족들을 그곳에서 만난다. 33년째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아들 부부가 있다. 어머니를 모시고 살기 위해 한옥에 살게 되었다는 그들. 세 아들을 홀로 키워낸 어머니와 “어머니와 같이 사는 덕에 매번 어머니에게 대접받는다. 이게 효인지 불효인지 모르겠다는 아들 부부. 그들의 따뜻한 이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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