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처럼 새해가 밝아오면 “윤 기자님, 올해는 내 이름으로 된 책을 내고 싶어요. 그때는 꼭 취재해주세요!”라고 의지를 보이시는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안타깝게도 송년 모임에서 다시 마주치면 “내년에는 반드시 내 이름으로 된 책을 내고 말 거예요. 그때는 정말 잘 부탁해요”라는 수미쌍관(首尾雙關: 시가에서 첫 연을 끝 연에 다시 반복하는 문학적 구성법)형 멘트로 한해를 마감하곤 합니다.
그동안 만나 본 저술의욕이 넘치는 분들에게는 3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재능입니다.
학창시절부터 글쓰기에 소질이 많았던 분들이 이런 부류죠. 백일장, 독후감대회에서 상을 놓쳐본 적이 없는 분들입니다. 그러나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그런 글을 쓸 기회가 줄어들게 되죠. 회사에서 작성하는 기획서, 제안서, 보고서 등은 무미건조하기 그지없습니다.
각종 소셜미디어나 블로그에 글을 쓰기도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내면에 숨어있는 글쓰기의 욕망이 완전히 해결되진 않아요. 온라인 글쓰기는 금방 휘발되어 버리는 느낌을 버릴 수 없거든요 그래서 한 권의 책에 집중해 보려고 하는 겁니다.
두 번째는 지식과 경험입니다.
바꿔 말하면 나만의 콘텐츠죠. 학문에 깊이 정진하거나 오랫동안 한 가지 업에 종사해온 분들, 남이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했던 분들은 특별한 지식과 노하우를 갖고 있기 마련입니다.
대부분 업력이 짧을 때는 자신의 독창성을 눈치 채지 못하다가 시간이 얼마 정도 지나고 나서야 기록의 소중함, 전수의 필요성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한 권의 책에 집중해 보려고 하는 겁니다.
세 번째는 실용성과 비즈니스 목적 때문입니다.
산업구조가 바뀌며 개인브랜드가 더욱 중요해진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개인브랜드를 돋보이게 하려면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줘야만 하지요. 전문성과 이미지는 다름을 보이면서 능력 면에서는 더욱 탁월함을 어필해야 합니다. 그런 역할에 적합한 PR도구가 바로 책입니다. 내용뿐 아니라 제목을 통해 나만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고, 자신감 넘치고 매력적인 내 모습이 담긴 표지 디자인으로 상대방의 뇌리에 나를 각인시킬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한 권의 책에 집중해 보려고 하는 겁니다.
그런데 이런 대단한 능력을 갖추고 뚜렷한 목적을 가진 분들이 저술에 실패하는 걸까요 1년, 52주, 365일이라는 긴 시간이 주어졌는데 말입니다. 핑계 없는 무덤 없다고, 다들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수년간 관찰한 결과 이 또한 3가지 원인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첫째, 글쓰는 재능은 뛰어난데 콘텐츠가 없어서입니다.
뭔가를 끄적여 보려고 해도 쓸 말이 없는 경우입니다. 노트북을 열고 ‘새문서’를 띄어놓고 한참을 머뭇거리기만 합니다. 수 시간째 내 머릿속 상태를 보여주는 하얀 화면만 바라보다 포기하게 되는 케이스입니다.
둘째, 쓸 내용은 많은데 글이 써지지 않아서입니다.
우선 뭐부터 써 나가야할지 모르겠고, 억지로 글을 써보려 해도 몇 줄 쓰고 나면 쓸 말이 없습니다. 열심히 진도를 내 보아도 나중에 다시 읽어보면 중언부언한 문장이 많아 하나하나 지우다보니 백지에 가깝습니다.
셋째, 뛰어난 글솜씨도 갖췄고 저술에 적합한 좋은 내용도 많지만, 글 쓸 시간을 확보하지 못해서입니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짬나는 시간마다 글쓰기를 해보려 하지만 그게 쉽지 않습니다. 잠시잠깐의 사색에서 빠져나와 글을 쓰기 시작할 즈음 다른 일정을 진행해야 합니다.
분명히 여기까지 읽으시다가 무릎을 탁 치며 “이거 내 이야기네~” 하시는 분들이 있으실 겁니다. 그간 제가 보고 들은 사례를 종합한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올해도 연말연시를 보내며 몇몇 지인들과 비슷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저도 여러 해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다보니 이골이 나버렸어요. 때마침 저희 <시사N라이프>의 필진이 되고자 희망하며 글쓰기 방법에 대한 지도를 원하시는 분들도 여럿 있어 여러 번 말로 전하던 내용들을 글로 정리해 공유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새 연재 <글쓰기로 자유로워지자>라는 주제는 2015년 가을에 15년차 출판편집자 한 분과 15년차 상담전문가 한 분을 주강사로 진행하려 했던 여성을 위한 글쓰기 프로젝트의 제목이었습니다. 제목이 던지는 메시지가 너무 좋아 아직까지 잊지 않고 있었습니다.
한편으로 5년 전 어떤 교육과정에 참여하여 제가 진행했던 글쓰기 강의에 대해 뒤늦게나마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70분 분량의 짧은 강의였지만 기존의 글쓰기, 책쓰기 강의처럼 목적중심, 목표지향이 아니었기 때문에 잔잔한 반응이 돌아오게 된 듯합니다.
당시 강의의 녹취기록을 바탕으로 앞으로 20회 정도 연재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동명의 페이스북 페이지(https://www.facebook.com/freewriters2015)와 그룹(https://www.facebook.com/groups/writersforfree)을 통해 관심있는 독자여러분과 소통해 가보려 합니다.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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