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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로 자유로워지자] '보이지 않는 진입장벽'을 만드는 2가지 자기 최면

윤준식 기자 승인 2019.01.27 23:41 | 최종 수정 2019.07.23 12:24 의견 0

지난 회에서는 초보 작가의 앞을 가로막는 ‘눈에 보이는 장애물’에 대해 설명해 드렸습니다. 눈에 보이는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한 뾰족한 방법을 알려드리지는 못했지만, 장애물을 대하는 여러분의 의식을 환기시켜드릴 수 있었습니다. 초보 작가로서 좌절하는 게 당연한 일이지만, 시간이 많이 흐른 후에는 ‘통과의례’로 여겨지게 될 것이라 말씀드렸습니다.

이번 회에서는 ‘보이지 않는 진입장벽’에 대해 설명해드릴 차례입니다. 여기에는 제가 많은 분들을 지켜보며 발견한 2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로 “저자는 뭔가 특별해야 된다”는 생각이고, 두 번째로 “완벽한 글을 쓰려고” 하다 글을 못 쓰게 되는 경우입니다. 이 2가지는 ‘눈에 보이는 장애물’보다 더 무서운 글쓰기의 진입장벽을 만듭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저자들은 글 잘 쓰는 분들입니다. 제 경우 한때 최인호 선생님의 소설을 열심히 읽었습니다. 어느 날 출근 길 지하철에서 최인호 선생님의 소설에 푹 빠져서 책장을 덮을 수 없었던 적이 있었어요. 읽고 또 읽다가 지하철에서 내리지 못하고 한참을 계속 간 적이 있었어요. 내려야 되는 건 알고 있는데 눈을 뗄 수가 없는 거예요. 글의 흐름을 타니까 의자에서 엉덩이를 못 떼겠더라고요.

제 경험처럼 지하철에서 무심코 책을 펼쳤는데 첫 페이지 첫 문장부터 ‘빡!’ 꽃혀 가지고 착착 읽어나가는데 독서를 방해받고 싶지 않은... 지하철을 타고 계속 가게 만들어버릴 정도로 글 잘 쓰시는 분들인 거지요.

이런 경험이 반복되다 보면 “저자는 뭔가 특별하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되는데, 이게 나중에는 “전혀 특별하지 않은 나는 저자가 될 수 없다”는 왜곡된 고정관념을 낳게 됩니다.

유명작가라 하더라도 대표작들을 제외한 작품, 특히 무명 작가시절의 작품들은 대표작에 비해 큰 감흥을 주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분들도 태어날 때부터 글을 잘 쓴 건 아니거든요. 작품 활동을 거듭하며 내용과 문장이 향상된 것입니다.

또한 팔리는 작가가 되면 출판사에서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습니다. 전담 편집자들을 붙여 작가와 작품을 관리합니다. 작가가 더욱 좋은 글을 쓸 수 있도록 작품활동을 돕습니다. 작가와 수시로 만나 기획을 보태기도 하고, 거칠게 작성된 초고를 받아 교정교열 후 피드백을 합니다.

조금 도전적으로 말해본다면 유명작가라고 해서 우리가 생각하고 기대하는 만큼 글을 잘 쓰지는 건 아닐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바꿔 말하면 유명작가라고 해서 그렇게 특별하진 않다는 겁니다. 하늘이 내린 천재들이라고 해봤자 고작 1% 미만일 뿐이니까요.

통계를 기반으로 다시 생각해 보자구요. 출판계가 1년에 펴내는 책이 몇 종이나 될까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워낙 책을 안읽다보니 출간종수는 점점 줄고 있는데요, 2015년 통계 기준으로 년간 4만 5천 종 정도의 신간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4만 5천 종이나 되는 수많은 책의 저자들이 모두 유명저자들일까요 유명저자는 아니라 하더라도 모두가 방대한 지식과 명문장을 자랑하는 사람들일까요

출판사가 출판을 결심하는 이유 중에는 새로운 지식과 정보의 집약으로서 상품성을 가지거나 마케팅 포지셔닝 측면에서 어필하는 독자층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저자는 뭔가 특특별하다”, “뭔가 특별한 사람만 저자가 되는 거다”라는 생각에서 하루 속히 벗어나야 합니다.

이제 두 번째 이유를 말씀드려볼까요 지나치게 “완벽한 글을 쓰려 마음먹어도” 글을 써내지 못합니다. 제가 가장 많이 드는 예를 여기서도 들어볼게요.

보통 아기들이 말을 배우는 과정에서 옹알이를 하죠 근데 여기유별난 성격의 아기를 소개합니다. 이 아기의 생각이 뭐냐면, “나는 한국 국적을 가진 아기지만, 국어 사전의 모든 단어를 알게 되고, 정확한 문법과 발음을 구사해서 ‘네이티브 코리안’ 인증을 딸 수 있을 때까지 한국말을 입 밖에 꺼내지 않겠다. 그때까지는 울기만 하자. 엄마, 아빠조차도 눈빛으로 부르겠다” 이런 거랑 똑같아요.

아기 입장에서 가장 먼저 친해둬야 할 사람이 엄마, 아빠죠 그렇기 때문에 옹알거리며 “아빠, 엄마”라는 말부터 시작해 보는거죠. 처음엔 ‘엄마’, ‘아빠’와 비슷한 발음으로 엄마와 아빠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합니다. 그러나 단순한 옹알이만으로 엄마, 아빠한테 뭔가를 부탁하려니 똑같은 옹알이를 30분은 해야 말귀를 알아듣는거에요. 아기 입장에서도 매우 답답해요. 엄마와 아빠를 효과적으로 부려먹기() 위해서라도 좀 더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저자가 되는 과정도 마찬가지예요. 처음에는 글이 잘 안 써지는 게 당연한 겁니다. 열심히 써보려 해도 같은 말만 반복되는 것 같고 어휘도 단순해서 멋진 문장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나 글쓰기를 계속해 나가다보면 자연스럽게 많은 공부를 하게 되고, 그 결과 언어를 더욱 다양하게 구사하게 되고 새로운 표현도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옛부터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라며 ‘다독(多讀), 다작(多作), 다상량(多商量)’을 권했던 겁니다.

근데 저술에 도전하는 대부분이 제가 예로 들었던 이상한 아기가 되곤 해요. “내 글이 완벽해 질 때까지 누구에게 보여주지도 않겠다”, “독창적인 글을 쓸만한 전문 지식이 생길 때 까지 안 쓰겠다” 이런 생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거죠.

자, 근데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될까요 그건 혼자서만 글을 쓰려고 해서 그래요. 팀을 이뤄 공동의 작업을 하게 되면 이런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어요.


♣20회 연재를 목표로 진행 중인 시사N라이프 필진 가이드 - "글쓰기로 자유로워지자"

동명의 페이스북 페이지(https://www.facebook.com/freewriters2015)와 그룹(https://www.facebook.com/groups/writersforfree)을 통해 관심있는 독자, 예비 필진과 소통하며 가보려 합니다.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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