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메뉴

[사드특집(4)] 사드는 MD의 일부이며 분리할 수 없다.

시사-N 승인 2017.03.09 12:52 | 최종 수정 2019.07.16 17:38 의견 0

사드는 MD라는 전략적 가치를 지닌 무기이다. 여기서 사드의 군사적 전술적 효용성을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과연 전략적 가치가 있는가가 바른 질문이고 우리 국익의 입장에서 손해인지 이익인지 따져보아야 한다. 심지어 사드의 성능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날씨가 좋지 않으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소리도 들려온다. 비유하자면 아주 좋은 야구방망이를 만들긴 했는데 과연 이 방망이로 홈런을 칠 수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총 7회에 걸쳐 연재되는 이 글은 2016년 12월 28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가졌던 ‘사드배치의 문제점과 그 해결책’ 간담회에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김동엽 교수의 발제문을 토대로 했다. (※주: 박삼종 기자)


 

¶ 글 싣는 순서

①사드(THAAD)란 무엇인가②사드의 효용성은 한반도에서 검증되지 않았다(상) ③사드의 효용성은 한반도에서 검증되지 않았다(하) ④사드는 MD의 일부다⑤사드는 요격미사일이 아니라 레이더체계 연동이 핵심이다.⑥박근혜 대통령의 대안요구 전제부터 틀렸다⑦사드는 한반도의 미래안보 문제로 논의해야 한다

 

 

미국의 탄도미사일방어체계(BMDS: Ballistic Missile Defense System)는 불특정국가에서 발사된 미사일로부터 美 본토, 해외주둔 미군 및 동맹국 방어를 위한 방어체계로 통상 미사일 방어체제(MD: Missile Defense)를 말하는 것으로 다양한 사거리의 탄도 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해 비행단계별로 발사/상승단계-중간단계-종말단계로 구분해 목표물에 미사일이 도달하기 전에 파괴할 수 있는 다수의 기회를 제공하는 통합적인 다층(multi-layered) 방어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중 대기권(100km) 재진입 전후 목표를 향해 떨어지는 마지막 종말(terminal)단계에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임무를 고고도는 THAAD, 저고도는 PAC-3가 담당하게 된다. 이처럼 사드는 미국의 탄도미사일방어체계(BMDS)의 다층(multi-layered) 방어를 구성하는 요소 중의 하나이다.

 

사드의 명칭은 2004년 미 미사일방어국(MDA: Missile Defense Agency)에 의해 전구 고고도 지역방어(Theater High Altitude Area Defense)에서 종말단계 고고도 지역방어(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로 변경되었다.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사드는 종말단계 고고도 지역방어(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THAAD) 체계로 단거리(SRBM) 및 중거리(MRBM) 탄도미사일 공격으로부터 해외 주둔 미군기지와 동맹국의 인구밀집지역 등을 보호하기 위해 개발된 지역 미사일 방어체계의 일부이다.

 

유럽의 MD 체제 <p class=(출처: 영문 위키피디아)" width="550" height="350" /> 유럽의 MD 체제 (출처: 영문 위키피디아)

 

 

2016년 현재 미국은 19개국과 협력 하에 지역 탄도미사일방어체계를 운용 중이거나 참여를 논의 중에 있다.이중 사드체계와 실질적인 연동이 가능한 전방기반 AN/TPY-2 레이더는 터키, 이스라엘, 일본 등에 배치해 운용 중이며, 지상발사용 SM-3인 Aegis Ashore가 설치된 루마니아 남부 데베셀루(Deveselu) 기지는 2016년 5월 이미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고, 2015년 합의한 폴란드도 2018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에 있다.

 

미국은 루마니아와 폴란드에 배치된 Aegis Ashore 시설이 이란 등 중동 지역에서 발사된 탄도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는 Aegis Ashore 역시 탄도미사일방어체계(BMDS)의 다층방어를 구성하는 일부라는 점에서 러시아의 전략적 억지능력을 겨냥한 MD체계의 일환으로 보고 국제안보에도 직접적인 위협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이는 한반도 사드 배치에 대해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이유로 하고 중국은 자신들의 미사일을 무력화하고 포위하려는 것으로 보는 것과 유사성이 있다.

 

미국과 한국은 북한 미사일 위협을 내세워 한반도 사드 배치를 강하게 추진하고 있고, 중국은 자신들의 미사일 감시가 목적이라고 주장하며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한반도 사드 배치를 둘러싼 미중의 의도는 단순히 미사일만의 문제로 한정할 수 없다. 중국은 물론 러시아까지 한반도의 사드 배치가 미국의 대중국 포위 전략의 일부이자 지역 내 전략적 균형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주장한다. 사드 레이더와 관련하여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MD) 참여 의혹은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사드 배치로 인해 한국에 대해서는 중국과 러시아의 경제보복을 넘어 유사시 군사적 행동을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동북아의 긴장이 점증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오히려 사드 배치 결정으로 인해 북핵 해결을 위한 국제협력을 저해하고 북한 핵미사일 개발을 오히려 촉발시킬 우려마저 커지고 있다.

 

1945년 이후 미국의 주도에 의해 형성된 몇 가지의 핵심 국제 질서 중 한 개의 축이 억지체제(deterrence regime) 이다. 억지체제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핵을 보유한 국가가 핵무기의 2차 공격능력(second strike capability)이 있을 때 생겨난다. 즉 어떤 핵 국가가 핵에 의해 1차 공격을 당했어도 파괴되지 않은 남은 핵무기를 가지고 최초 공격국가를 타격하여 대량살상을 할 수 있는 보복능력을 가지고 있으면 핵공격을 하고자 하는 국가가 대량살상의 보복 위협 때문에 처음부터 1차 핵공격을 감행하지 못한다는 논리이다. 이러한 상황을 상호확증파괴(Mutual Assured Destruction: MAD)라고 부르고 이러한 상호확증파괴 때문에 상호간에 억지력이 걸리는 것이다.

 

억지력의 논리는 미국의 억지이론(Deterrence Theory)을 통하여 개발된 것인데 미국은 국제질서의 억지체제를 수립하기 위하여 냉전기 소련을 비롯하여 핵 국가들과 이 이론을 공유하였다. 국가가 합리적이라는 전제하에 그 누구도 자살행위인 핵 공격을 감행하지 못하게 되고 국제질서에 안정이라는 공공재가 공급되어 왔던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미사일 방어체제(MD)는 억지체제에 균열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위협요인이다. 미사일 방어기술은 미국에서는 상당히 오랜 기간에 걸쳐 개발되어 왔고 레이건 대통령 시절에는 Star Wars라는 이름으로도 유명해진 적이 있다. 최근에는 기술력이 급진전하여 미사일 방어기술을 실전배치하고 있는데, 이 미사일 방어기술이 완벽하게 작동하면 비록 1차 공격능력을 보유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적의 2차 공격능력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즉 선제타격을 한 후 보복으로 날아오는 핵미사일들을 미사일 방어기술로 요격하여 무력화시키면 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논리적으로 핵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으며, 핵전쟁을 하고자 하는 전략적 인센티브도 생겨나게 된다. 설사 핵공격을 하지 않더라도 상대방에 대해서 상당한 군사적 레버리지를 보유하게 된다.

 

그 동안 잘 유지되어 온 억지체제는 오히려 미국의 군사기술 발전과 전략의 변화로 인하여 그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미래에 가장 역동적인 시장으로 평가되고 있는 동아시아에서 그 억지체제 기둥의 균열 가능성이 생기면서 중국과 러시아, 미국, 한국, 일본을 둘러싸고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은 사드의 레이더 운용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600km 탐지가 가능한 종말방어 모드가 아닌 1200km 이상의 전방탐지모드가 중국을 겨냥한 것이란 주장이다. 미국이 종말모드만을 사용할 것이라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하드웨어에 운용 프로그램 교체만으로 4-8시간 내 모드전환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의혹을 제시하고 있다.

 

미사일 방어체제는 핵 국가들 간의 억지력에 균열을 만드는 것뿐만이 아니라 동맹국에 대한 핵 공격도 무력화하여 자국과 동맹국 전체에 방어망을 치게 된다. 예를 들어 미국이 중국에 대해 핵 공격을 해도 중국이 동맹국 (혹은 동맹국에 존재하는 미군기지)에 핵을 공격하는 것도 미사일 방어기술로 막아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MAD뿐만이 아니라 전쟁억지력(Extended Deterrence)을 포함한 전체 억지력 레짐에 균열이 생긴다. 따라서 이러한 논리에서 볼 때 미사일 방어기술이 등장하게 되면 전후 국제질서에 안보적인 안정을 가져왔던 억지력 체제가 흔들리게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미국은 동북아와 세계 군사전략적 요구로 사드 한국 배치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의 미사일 방어 전문가 스티븐 힐드레스(Steven Hildreth)는 월스트리트저널에서 “동북아 미사일 방어와 관련해 미국은 북한 때문이라고 하지만 장기적으로 중국이 고려 대상이다”라고 언급했다. 중국 역시 한반도의 사드 배치가 단순히 자국의 미사일 감시를 넘어 한국이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제로 들어가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한반도에 사드 배치를 곧바로 미국 MD 참여로 단정할 수는 없으나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의혹은 합리적이다. 더욱이 주한미군에 배치하여 주한미군이 운용한다는 점에서 MD 네트워크와 별도로 운용될 것으로 보는 것이 오히려 비합리적이다. 결국 미국이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하려는 의도와 중국이 반대하는 이유를 보다 명확히 하기 위해서는 실제 미사일 위협에 대한 사드의 군사적 효용성을 검증해야 한다. 사드의 군사적 효용성이 충분하지 못하다면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내세우는 미국이든 자신의 미사일을 우려하는 중국이든 모두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고 또 다른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저작권자 ⓒ시사N라이프> 출처와 url을 동시 표기할 경우에만 재배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