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훈의 무비파크] 로마 (Roma, 2019)
다큐PD 김재훈
승인
2020.01.05 09:45 | 최종 수정 2020.01.07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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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영화제에서 극찬을 받을 영화들을 보면 가끔씩은 왜 극찬을 받는지 이해가 안가는 경우들이 간혹 있곤하다. 이 영화는 그 반대의 경우라고 자신있게 말해도 좋을 것만 같다.
멕시코 출신의 믿고보는 감독 3대장중이라고 생각하는 길예르모 델토로, 알레한드로 이냐리투 그리고 알폰소 쿠아론의 작품은 언제나 실망할 겨를이 없다.
전에는 언젠가는 한번 사고치겠지 하면서 넷플릭스를 울며 겨자먹기로 봤다면 이제는 대박의 빈도가 너무 높아져서 어쩔 수 없이 넷플릭스의 노예가 되어가는 중이다. 넷플릭스에서 개봉하는게 극장에 안가도 되니까 편하기는 하지만, 이런 영화는 극장에서 못보는게 아쉬운 점도 있다.
그래비티로 기대감을 엄청나게 높여놓았음에도 그것을 뛰어넘어 버리는 알폰소 쿠아론이라는 사람을 이제는 거장의 반열에 놓아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영화 <로마> 스틸컷
◇완벽한 70년대 멕시코...우리의 70년대를 회상케하다.
멕시코시티의 로마라는 지역의 하녀 클레오의 시선으로 풀어가는 영화 로마는 한마디로 70년대 어머니에 대한 헌사이다. 우리나라로 무대배경을 바꾼다 하더라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만한 동질감을 가지고 있다. 개발도상국으로 산업화가 시작되고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운 시절이 우리의 70년대 이기도 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하녀로서 혼란의 당사자로서 묵묵히 온몸으로 시대를 버텨야했던 70년대는 감독에게는 어머니의 향수로 남아있을 것이 분명하다.
시련은 늘 거기에 있고, 닦고 닦아도 늘 묵묵히 시간은 흘러간다. 그렇게 버텨낸 오늘이다. 한번도 연기를 해본적이 없다는 클레오역의 얄리차는 그렇기 때문인지 더 현실적이고 자연스럽기만 하다. 멕시코라는 곳도 낯설지만 그들의 70년대를 관객들이 어찌 알겠느냐만은 영화를 보고있노라면 그때는 정말 저랬을거라는 이해도를 보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 그랬다. 살아보지 않은 시대를 살아본 것과 같이 동질감을 심어주는 것이 감독의 역할이고, 그게 알폰소 쿠아론의 최대 강점이다.
슬라이드를 통해 이동하거나 스테디캠을 사용하는 것이 아닌 트라이포트의 회전으로 나오는 무빙샷들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영화 <로마> 스틸컷
◇흑백일 수 밖에 없는, 아니 흑백이어야만 하는 영화
감독이 우리나라 사람이었다면 제목은 로마가 아니라 "이태원" 또는 "종로"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상상을 해본다. 격동기를 지나왔던 우리의 어머니들의 얼굴을 보고있노라면 영화 로마가 보여주는 그 시절의 모습을 더욱 깊이 상상하고 공감하되 된다.
포기해야만 하고, 버림과 비난에 익숙해져야만 살 수 있었던 그 시절의 여성들에게 지금의 세상이 있는 것을 그대들의 희생때문이었다고 감사를 전하고 싶다. 영화 로마는 멕시코 영화가 아니라 전세계 공통의 영화다. 그렇기에 영화는 흑백이어야만 하고, 흑백일 수 밖에 없다.
영화 로마에 일개 개인으로서 찬사를 보내고 싶다.
로마 (Roma, 2019)
감독 : 알폰소 쿠아론
출연 : 얄리차 아파리시오, 마리나 데 타비라
배급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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