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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다(三多)의 유기적인 결합”(1)

[4차산업혁명 시대의 글쓰기-5편]

조연호 전문위원 승인 2020.03.25 22:01 | 최종 수정 2020.03.26 09:59 의견 0

(지난 회에 이어서)

넷째, 글쓰기 자체가 직업이 될 수 있습니다.

요즘 출판업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사람들이 책을 잘 읽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SNS나 웹 등을 통해서 과거 보다 더 많은 글을 읽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시각과는 별개로 독서는 중요합니다.

일본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의 성인 독서량은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문해력도 일본에 비해 훨씬 떨어집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글쓰기가 직업이 될 수 있다, 글쓰기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말은 허언(虛言)이라고 생각될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작가, 기자, 칼럼니스트 등의 영역 외에도 글쓰기 능력을  바탕으로 하는 직업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글쓰기를 가르치는 강사도 있고,  최근의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은 콘텐츠를 통해 제품과 서비스를 알리기 위한 마케팅 업무에 작가들을 고용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글 쓰는 능력이 더욱 강조되고 우대된다면, 관련 일자리가 더 늘어날 겁니다.

아울러 글을 잘 쓰기 때문에 현재 자리에서 계속 일하기도 합니다. 중간 관리자들이나 꾸준히 기획서를 내서 입찰해야 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글쓰기를 할 줄 알아야 합니다. 글로 상대방을 이해시키고, 글에 말을 보충해서 설득합니다.

다섯째, 의사소통의 방법입니다.

인간의 의사소통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음성, 즉 말입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가 글입니다. 이 중에서 가장 일상적인 수단은 말이지만, 글은 훨씬 다양한 영역에서 사용합니다. 그리고 ‘혼자’가 늘어날수록 글을 더 자주 사용합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안아는 스마트폰을 살펴본다. 그리고 자신의 SNS에 일어났음을 알린다.

“나 일어났음” 이렇게 올리자마자, 친구들한테 문자나 톡 등이 온다. 일일이 답장한다. 그러고 나서 외출을 위해 준비하고 나가면서, “나 출발!”이라고 SNS에 남긴다. 역시 친구들한테 답이 온다. 약속장소까지 가는 동안 기사를 보면서 댓글을 달기도 하고, 전달되는 메시지에 답장한다. 이동하는 버스 안에는 대화 상대가 없지만, SNS를 통해서 지인들과 계속 의사소통할 수 있다.

청소년들에게 흔한 일상입니다. 친구와 함께 이동하는 경우에는 덜 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위 상황과 같습니다. 말보다는 글을 더 자주 사용합니다.

미래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미래공상 영화를 보면, 음성으로 모든 기계를 조종합니다. 혹, 더 큰 상상력을 그려낸 영화는 생각만으로도 자신의 주변을 정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다를 수 있습니다. 음성은 발음과 소리크기가 중요합니다. 발음이 부정확하거나 소리가 크지 않다면, 오류가 생길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에 기본 애플리케이션으로 인공지능 도우미들이 있습니다. 이런 프로그램을 음성으로 다루다 보면, 느낄 수 있는 불편함입니다.

물론, 오타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타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어느 정도 수정해(현재도 띄어쓰기와 기본적인 오타는 고쳐주고 있습니다) 주고 있고, 앞으로 더 정확하게 교정해 줄 것입니다. 그러나 발음이 부정확하거나 소리가 작아서 잘 들리지 않는다면, 글보다 더 쉽게 교정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음성은 상대적으로 공개적이지만, 글은 비공개가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타인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부분을 음성으로 설정해야 한다면 어떨까요? 그러나 글은 어떤 내용이라도 타인을 의식하지 않고 입력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새로운 시대의 도래와 글쓰기의 중요성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보았습니다. 결론적으로 새로운 시대에도(4차 산업혁명 시대) 글쓰기는 중요하고 더 중요해질 거라는 생각입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는 글쓰기 방법과 관련해 이야기를 펼쳐보도록 하겠습니다.

◇“삼다(三多)의 유기적인 결합”

글쓰기 방법은 기본적으로 같습니다. 주로 ‘삼다(三多)’를 말합니다. ‘다독(多讀)’-많이 읽기, ‘다작(多作)’-많이 쓰기, 마지막으로 ‘다상량(多商量)’-많이 생각하기입니다. 작가에 따라서 독서를 강조하는 사람도 있고, 많이 써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작가도 있습니다. 그리고 유명한 소설가 조정래 작가는 많이 생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작가에 따라 3가지 요소의 경중은 다를 수 있지만, ‘삼다’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작가는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아는 게 많으면 글쓰기에 유리합니다. 쓸 재료가 풍성하기 때문입니다. 마치 요리할 때 좋은 재료가 많으면 유리한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읽고 이해하는 것과 글쓰기는 다릅니다. 풍부한 독서가 글쓰기에 유리할 수는 있지만, 많이 써보지 않으면 글을 쉽게 쓸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가끔 TV에서 전문 요리사가 많지 않은 재료로 맛있는 요리를 만드는 장면을 봅니다. 하지만, 아마추어들은 재료가 많아도 맛있는 요리를 만들지 못합니다. 그러고 나서 하는 말이 “요리 도구가 안 좋아서!”입니다.

충분한 재료가 있어도 요리사의 능력이 중요하고, 요리사의 능력이 아무리 좋아도 재료가 없으면 좋은 요리가 나올 수 없습니다. 풍성한 좋은 재료로 요리 연습을 해야만 좋은 요리사가 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많은 독서와 더불어 꾸준히 글 쓰는 연습을 해야 좋은 글쓰기가 이뤄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상량”은 언제, 어떻게 사용하나요? 라고 묻는 청소년들도 있을 것입니다. 사실, 많은 생각은 독서와 글쓰기 전체 과정에 녹아 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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