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톺아보다’란 ‘샅샅이 더듬어 뒤진다’는 의미입니다. 현업에서 오랫동안 종사하신 분들의 이야기를 담고 정리해 한 분야에 대한 폭넓은 시각을 제공하고 업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를 돕고자 실험적 프로젝트를 기획했습니다.
그 첫 번째 제약세일즈 톺아보기는 제약세일즈 분야 20년 경력의 김부장님과 지난 3월부터 15회 이상 진행된 인터뷰를 팟캐스트 형식으로 구성한 것입니다. 특정 제약회사와의 관련성을 배제하기 위해 연재를 마칠 때까지 소속과 실명을 밝히지 않음을 양해바랍니다.
◆김: 다음으로는 회사가 살아남으려면 제품의 변화도 좀 필요하지 않을까 싶죠. 새로운 가치 창출을 할 수 있는 제품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습니다. 이게 단순히 신약 개발의 문제는 아니고요. 예를 들면 당뇨약, 고혈압약 이렇게 정해진 약들이 있거든요. 이 약들의 제품 정보를 읽다 보면 적응증이라는 얘기가 나와요.
제품 설명서를 보면 제품 성분, 적응증, 용법, 용량, 부작용 등이 작은 글씨들로 빽빽하게 적혀 있죠. 환자들이 그걸 다 읽어보지는 않지만 의사나 약사 제약회사 직원들은 꼼꼼히 읽어 봅니다.
예를 들면 비염으로 어떤 처방약을 받아보면 제품 설명서에 단순히 비염 치료제라고 적힌 약은 하나도 없어요. 적응증이라고 해서 다양한 내용이 많습니다.
쉽게 ‘타이레놀’을 예로 들어볼까요? 우리가 첫 번째로 타이레놀 하면 떠올리는 게 두통이예요. 그런데 치통과 생리통도 있고요. 소염 진통제 역할도 합니다. 이런 걸 적응증이라고 하는데요. 이 적응증이 하나만 있는 제품이 있다면 시간이 흐르면서 시장에서 베네핏(Benefits)이 없어질 거예요. 그래서 제품별 적응증을 확대하는 전략을 최근 많이 진행하고 있어요.
<제일약품> 같은 경우 최근 인공지능(AI) 기반 바이오 벤처 기업인 <온코크로스>라는 회사와 함께 뇌졸중 신약 물질 적응증 확대를 준비하고 있어요. <온코크로스> 회사는 AI를 기반으로 하는 회사로 예전에는 물질을 찾을 때 사람들이 많이 했는데 이제 빅데이터와 AI를 갖춘 회사들이 많이 생겼거든요.
제약회사도 이제 벤처와 콜라보레이션을 하기 시작한 겁니다. 뇌졸중 신약 물질이 꼭 뇌졸중에만 쓸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 더 나아가 그 외에 우리 몸에 다른 효과를 낼 수 있는 적응증을 찾아낼 수 있는 거죠.
비슷한 예로 ‘비아그라’ 같은 약물도 그런 거잖아요. 사실 협심증 약물로 개발된 건데 지금 발기부전 치료제로 사용하고 있죠.
◇윤: 예전에 청와대에서 비아그라를 구매했다는 이야기가 있었죠? 야당에서 공격을 하니까 청와대에서 “고산병 약으로 구입했던 거”라고 발표했습니다.
◆김: 어처구니가 없는 것 같아요. 일반 국민들은 그런 얘기를 들었을 때 '아니, 비아그라가 고산병에도 쓰이나?' '원래 발기부전 치료제 아니었나?' 청와대 해명이 고산병에 쓰기 위해서 그 많은 알약을 구비를 했다? 좀 웃겼던 얘기인 것 같아요.
지금 말씀을 드리면 비아그라는 결코 고산병 치료제로 사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비아그라는 원칙적으로 제품 설명서를 보시면 순전히 발기부전 치료제로 되어 있어요. 타이레놀처럼 두통, 치통 여러 가지 소염진통제로 쓰이는 게 아니고요.
◇윤: 종합적인 약이 아니다 이런 의미인 거네요.
◆김: 비아그라는 순수하게 발기부전 치료제로 되어 있고. 물론 비아그라가 처음에 협심증 약물로 개발된 건 사실이지만 지금 협심증 치료제로 쓰이고 있지 않고요. 폐동맥성 고혈압 치료제로 사용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절대 고산병 치료제로 사용하고 있지 않고요.
고산병이라는 게 2,300미터 고지대에서 사시는 분들, 히말라야 산 같이 높은 곳에 가면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증상들이라고 하는데 뭐 고산병 하면 동맥에 혈압이 높아지고, 호흡도 가빠지는 이런 증상들이 좀 나타난대요.
3,000미터 이상 가게 되면 폐로 가는 동맥에 혈압이 높아지면서 호흡이 가빠지고 답답해지는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때 비아그라가 폐말초기관에 흥분한 피를 공급하면서 혈압을 낮춰서 증상을 완화시키기 때문이다. 뭐 이런 내용들이 있었던 것 같지만 화이자 제약에서 바로 반박글을 냈었죠. 사실 <화이자 제약>에서도 이 문제 때문에 난감했다고 저는 들었거든요.
비아그라는 고산병 치료제로서의 적응증이 절대 없고 설사 있다고 하더라도 처방받기 위해 의사를 만나도 절대 처방해주지 않습니다. 법적으로도 말이 안 되는 거고요. 그리고 충분한 임상 증거도 없습니다.
자꾸 고산병 치료제 달라면, 속으로 “아, 이 사람이 지금 산에 간다는 명분과 핑계를 가지고 다른 쪽 목적으로 사용하려고 비아그라를...” 지금 생각해보면 웃음 밖에 안 나오는 거예요. 절대로 전문 의약품은 담당자가 유통할 수도 없고 아시는 분이 부탁을 하더라도 뒤로 어떻게 당사자들에게 약을 줄 수 있는 시스템이 환경적으로 되어 있지 않습니다.
◇윤: 그 정도로 관리감독이 잘 되어 있다?
◆김: 프로페시아라는 약물은 피나스테리드라는 성분의 약인데 남성 탈모증에 사용되는 전문 의약품입니다. 사실 전에 프로스카라는 약이 있었습니다. 이름이 좀 비슷하죠? 예전에 피나스테리드라는 성분을 가지고 있는 프로스카라는 약물이 미국 <머크 제약회사>에서 개발이 됐었거든요.
그 성분이 원래는 남성 전립선비대증을 치료하기 위해서 개발되었는데 그런 연구 과정들도 많이 했겠죠. 임상도 많이 하고요. 그런 과정에서 모발의 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점을 발견하게 된 거예요.
프로스카라는 전립선비대증 남성 전립선비대증에 사용하는 약물인데 보통 5밀리를 사용합니다. 그 성분이 5밀리예요. 그래서 프로스카 5밀리를 복용하면 이제 전립선비대증 환자의 치료 목적으로 사용이 되었는데 그런데 모발이 난다고 해서 그 5밀리를 사용할 수는 없을 것 아닙니까? 여러 가지 임상을 해보니까 아, 5밀리보다는 한 5분의 1 용량으로 좀 줄여서 나오는 게 환자한테도 효과도 있고 또 안전성이 있다고 판명이 된 거예요.
◇윤: 1밀리 단위로 처방을 하면 탈모 치료제가 되는 거네요.
◆김: 이름도 프로스카에서 프로페시아라고 이름을 바꾸고 용량도 이제 5밀리에서 1밀리로 줄이게 됐죠. 그러면서 이제 프로페시아로 탈모 치료제 시대가 시작이 됐던 겁니다. 어쨌든 어떤 약물의 효과가 좀 더 확장된, 적응증이 확장되면서 회사들 입장에서는 매출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발견하게 된 거죠.
이후에 나온 비슷한 계열의 약물들도 똑같이 적응증을 확대해서 용량을 좀 감량시켜서 또 탈모 치료제로 사용되는 약이 <GSK>와 <마이녹실>이 있습니다. <마이녹실>도 지금 일반 의약품으로 우리가 탈모 치료제로 약국에서 언제든지 구입할 수가 있어요.
그런데 이 <마이녹실>이라는 약은 사실 <프로페시아>보다 더 오래된 약입니다. 사실은 고혈압 치료제 약물 <미녹실>로 시작을 했어요.
<미녹실>도 5밀리 용량 정제 타블렛으로 혈관을 확장시키면서 이제 고혈압 치료제로 사용이 됐었는데, 외용제라고 그래서 뿌리는 약들 있잖아요? 용량을 좀 낮게 해서 두피에 뿌려주면 혈관을 확장시켜주면서 모근 쪽이라든가, 모발 쪽에 영양 공급이나 피 공급을 원활하게 해 탈모치료제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탈모 치료제 영역이 좀 적응증이 좀 확대돼서 매출에 어마어마하게 기여를 했던 품목들이죠. 또 TV 광고로 자주 봤던 아스피린 같은 경우도 대표적이죠.
◇윤: 아스피린도 그런가요?
◆김: 우리 어렸을 때 열 나면은 약국 가면은 아스피린을 주셨던 기억이 나요.
◇윤: 게다가 어린이 아스피린은 핑크색이었습니다.
◆김: 성인 경우는 보통 500밀리 고용량의 아스피린을 줍니다. 지금이야 타이레놀이라든가 다른 해열진통제 계통 약물들이 많이 있지만 사실 아스피린이 100년 넘는 역사를 가진 약물이거든요. 아스피린이 최초로 합성된 건 해열소염진통제로 이제 개발이 됐는데, 최근에 100밀리 용량으로 판매가 많이 되고 있어요.
아스피린도 500밀리 용량이었는데 이걸 100밀리로 바꿔서 적응증을 확대한 경우가 입니다. 그런데 완전히 적응증이 달라요. TV에서 하일성씨가 광고했던 것은 해열진통제에 아스피린을 광고했던 건 아니고 심혈관 위험을 감소시키는 예방 약으로써 광고가 나왔던 겁니다.
저용량으로 먹었을 때는 우리 피 속에 있는 혈전을 예방하는 작용이 있어서 나중에 뭐 우리가 흔히 피떡이 생겨서 고지혈증 등 혈관 질환들을 좀 예방해주는 목적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어요. 그래서 요즘에 세대들은 아스피린 500밀리 용량의 약으로 열났을 때 드시는 분은 별로 없을 것 같고요.
◇윤: 다른 좋은 약도 많이 나왔으니까요.
◆김: 개인병원에서 대부분 다 타이레놀 계통 약물들을 좀 많이 주는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 바이엘 헬스케어, 바이엘 독일회사에서는 500밀리 아스피린의 어떤 매출 기여도보다는 이 100밀리그램의 아스피린 매출 기여도가 훨씬 더 크고요. 그 영역을 계속 확장해나가고 있습니다. 최근 대장암을 예방한다는 논문도 나왔고요. 어떻게 보면 만병통치약처럼 사용된다 생각될 정도로 계속 적응증을 확대해 가고 있어요.
◇윤: 신약을 처음 개발했을 때도 획기적이었지만은 이렇게 적응증 확대를 통해서 더욱더 돈 버는 효자 역할을 하는 상품이면서. 인류 입장에서는 많은 사람들의 병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굉장히 좋은.
◆김: 예방약이잖아요. 또 치료약이 아니고. 아스피린이 1알에 약국에서 사시게 되면 한 40원 전후로 사실 수가 있어요. 비싸야 70원 정도. 약간 국내회사가 만든 아스피린 제제도 있으니까요. 화학 구조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고 되게 간단하다고 합니다.
이렇게 제약회사들은 적응증을 넓혀서 수익을 창출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거예요. 물론 그 단계에는 수많은 임상이 필요하죠. 그래서 이전에 만들어 놓은 약물을 회사들이 버릴 수 없어요. 더 찾아보면 다른 적응증이 있는 약물로 개발이 되니까요. 약의 새로운 영역을 재발견하는 노력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건 항암제 쪽인데요. 지금은 항암제나 희귀의약품에 많은 기업들이 신약 개발을 하고 투자하고 있거든요? 항암제 중 최근 각광받는 면역 항암제라는 게 있습니다. 면역 항암제는 일반적으로 흑색종이나 신장암에 허가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발생률이 많지 않은 암종이예요.
그래서 효과는 좋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수익률이 크게 기대하지 못할 수밖에 없거든요. 약가는 당연 비싸고, 의료보험 받는 것도 제한이 있고요. 그래서 면역 항암제라는 기전으로 다른 암도 치료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합리적 가정을 세워서 새로운 임상을 진행해서 성공한다면 폐암이나 난소암 같은 다른 암에도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거죠.
대표적으로 글로벌 제약사 중 하나인 ‘BMS’의 ‘옵디보’라는 약물을 소개하고 싶은데요. ‘니볼루맙’이라는 성분으로 되어 있는 면역항암제로 흑색종으로 시작한 건데 이후에 비소세포폐암, NSCLC라고 하는데 폐암 쪽에서 굉장히 성공을 했어요. 신장암도 임상 성공을 했고요. 특히 비소세포폐암은 전체 폐암에 약 80%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이후에는 두경부암에도 임상을 해서 성공했어요.
지금 ‘렘데시비르’가 미국에서 임상을 엄청나게 많이 한다고 기사가 났잖아요. 이게 과거 ’에볼라’에 쓰이는 항바이러스 제제인데 약물의 재발견을 한 사례예요. 코로나19 바이러스도 에볼라 바이러스와 비슷하니까 효과가 있지 않을까 해서요. 또 급성 췌장암에만 쓰였던 ‘나파모스타드’ 성분의 약도 다른 적응증을 찾고 있어요.
그러니까 회사의 구조적 변화나 유연적인 조직 구조 변경도 회사가 살아남기 위해 중요한 부분이지만 결국 제약회사의 중심은 약물이니까요. 신약 개발도 중요하지만 기존 약물의 기전이나 특수성으로 개발할 수 있는 걸 찾는 노력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겁니다. 이런 방법으로는 제형을 바꾸는 경우도 있습니다.
◇윤: 알약, 가루약, 물약 이런 거 얘기하시는 거죠?
◆김: 네. 항암제는 보통 주사로 많이 맞거든요. 일반 주사는 피하주사라고 해서 엉덩이나 팔에 맞죠. 그런데 항암제 치료 받으시는 분들은 정맥주사를 맞게 돼요.
◇윤: 링거 같은 건가요?
◆김: 그렇죠. 그러면 환자가 병원을 계속 가야하고 약을 투여하는데 1~2시간이 걸리잖아요. 그러면 주사보다 먹는 게 편할 수 있잖아요. 그 때 회사는 제형의 변화를 고려해보는 거죠. 우리나라에서 바이오시밀러 회사 중 독보적인 기업인 셀트리온에서는 유방암 치료제인 ‘허주마’라는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했어요.
유럽 회사 중에 ‘로슈’라는 회사가 있어요. 로슈는 ‘허셉틴’이라는 유방암 오리지널 치료제를 개발했는데 주사로 맞아야 하거든요. 그런데 ‘허주마’는 SC제형으로 개량, 다시말하면 피하주사 제형으로 바꿨어요. 물론 ‘허셉틴’도 SC제형이 있긴 합니다. 회사들이 환자의 복약 편의성을 높여서 또 다른 수익을 창출하는 거예요.
이런 움직임들은 필수적으로 있고요. 다른 얘기지만 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제약회사의 진화로, 이런 노력과 함께 제약회사들도 미래에는 환자 케어 산업에 진출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요.
◇윤: 그게 어떻게 다른 거죠? 환자 케어는 간병인들이 하는 영역 아닌가요?
◆김: 뜬구름 같은 생각일 수 있습니다만, 현재 병원을 갈 수 없는 중증환자는 진료받는 병원에 신청하게 되면 전문 간호사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와서 약도 놔주고 조제한 약을 가져다 주기도 합니다. 나중에 제약회사가 좀 커지고 토탈 케어 시스템으로 간다면 이런 전문 간호 시스템도 어느 정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을 해봤습니다.
회사별로도 환자나 의사를 위한 애플리케이션이 개발되고 있는데 굉장히 다양한 정보가 포함되어 있어요. 이걸 통해 환자들을 스스로를 모니터링 할 수 있고 환자와 의사 간 양방향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브릿지 역할도 해줄 수 있지 않나 싶거든요. 물론 지금은 법의 테두리가 있어서 불가능합니다.
커머셜(Commercial) 회사가 환자를 접촉하는 게 원칙적으로 불법입니다. 그렇지만 향후에 이런 제약회사와 국가의 콜라보(Collabo.)가 잘 된다면 이런 부분도 고민해보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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