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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뇌피셜-여의2교 외전]이낙연 식 ‘삭발 투쟁’? - "의원직을 사퇴한 이낙연은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될 수 있을까?"

※여의2교는 여의도 국회와 영등포구를 잇는 다리로 정치권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지형지물이다. [시사뇌피셜-여의2교 외전]은 정치권과 시민 사이의 다양한 개연성을 상상해보는 코너로 꾸며진다

퓨전매니악 씀 승인 2021.09.16 11:32 | 최종 수정 2021.11.01 03:21 의견 0

어제인 9월 15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의 국회의원직 사퇴 안건이 가결됐다. 전날 국민의 힘 윤희숙 의원의 국회의원직 사퇴안이 가결되면서 이 후보의 의원직 사퇴안 가결도 예상됐던 일이기는 하다.

그러나 ‘정치에서 퇴장’을 의미하는 윤 의원의 의원직 사퇴와는 달리 이낙연 후보의 의원직 사퇴는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승리하려는 배수진에 가깝다. 일종의 ‘정치적 삭발 투쟁’인 셈이다.

자치단체장과 달리 대통령 선거 출마를 위해 국회의원직을 사퇴할 의무가 없다는 점에서, 그리고 누적 득표율에서 1위인 20%p 이상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 이 후보의 정치적 뿌리인 광주 전남 경선을 앞두고 내린 결정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한국 정치스케줄 상 ‘진짜 삭발’이 사라진 지 오래다.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던 지난 2019년 봄, 무소속 이언주 의원의 삭발을 시작으로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 등이 릴레이 삭발을 한 일이 있었는데, 그 이후로 무려 2년 반 동안 ‘삭발 투쟁’에 나선 정치인은 없었다. 고로 이번 의원직 사퇴 카드는 이낙연 식 ‘삭발 투쟁’이라 불러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다.

그렇다면 이낙연의 ‘삭발 투쟁’은 효과가 있을까? 하루가 지난 지금 살펴보아도 선두를 달리는 이재명 후보와의 20%p나 되는 격차를 회복하기에 충분해 보이지는 않는다.

삭발이나 사퇴 등 이른바 ‘배수의 진’은 정치인에 대한 지지자들의 일체감이 높을수록 효과적이다. 정치적 지지가 정치인에 대한 일체감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특별한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삭발’이 아닌 ‘물리적 삭발’까지 단행했던 범야권 후보들이 당선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는 점을 떠올려보면 이런 확신은 더욱 강해진다.

그러나 이낙연의 ‘삭발 투쟁’이 아무 의미없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의 지지율을 통해 수도권과 호남 지역의 정치 문법과 정치 규범이 얼마나 변화했는지, ▲호남인들이 전남 출신과 전북 출신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를 짐작하게 하는 바로미터로 작용할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정치와 정치인에 대한 유권자의 인식은 지속적으로 바뀔 뿐 아니라 세대에 따른 차이도 매우 크다. 이는 유권자가 바람직하다고 인식하는 정치규범 또한 마찬가지이다.

국무총리를 지낸 5선 국회의원인 이낙연의 의원직 사퇴가, 특히 50대 이하의 세대에게 ‘비장한 투혼’으로 인식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오히려 총리직 이후 종로구 국회의원이 된지 1년 남짓한 시간에, 대통령 후보가 되겠다고 나선 데 이어 ‘배수의 진’을 치겠다면 국회의원을 사퇴한 것은 자신을 지지해준 지역구민에게 무책임한 일일 뿐 아니라 보궐선거 비용을 모든 국민에게 떠넘기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젊은 세대들에게는 정치가 상징과 감정적 만족의 영역이 아닌 구체적인 이익의 영역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한지 오래다. 따라서 이낙연 식 ‘삭발 투쟁’의 효과는 여의도 정치문법의 이정표로 남게 될 것이다.

▶필명 ‘퓨전매니악’은 <시사N라이프>의 별난(?) 콘텐츠를 만드는 팀의 공통 필명입니다. ‘퓨전매니악’은 분야를 가리지 않고(퓨전) 일반인의 관심이 미치지 않는 분야(매니악)를 추구하는 애자일 조직입니다.

=이하 동영상은 한국일보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JWvDKcb09w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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