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뇌피셜] 산유국 노르웨이 국민, 석유를 버리다
퓨전매니악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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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30 09:35 | 최종 수정 2021.10.05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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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3일 실시된 노르웨이 총선에서 집권 보수당이 패배하며 8년 만에 노르웨이 노동당과 중간당이 이끄는 좌파연합이 정권을 차지하게 됐다.
선거 직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당시 총리였던 솔베르그가 다시 당선될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드러났으며, 노동당이 중간당, 사회주의 좌파정당만으로 연정 구성이 가능할 만큼 충분한 의석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관심사가 됐을 정도였다.
그런데 이번 노르웨이 총선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사실 ‘석유’였다.
노르웨이 해와 북해에서 석유가 발견되기 전까지 가난한 어업국이었던 노르웨이는 서유럽의 가장 큰 석유 생산국이 되었고, 노르웨이 석유펀드는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국부 펀드 중 하나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그러나 기후 변화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지면서 석유 산업에 대한 의존도를 얼마나 빠른 속도로 감소해 나갈 것인지가 중요한 의제로 등장했다. 지난 2017년 총선에서 석유를 선택했던 노르웨이 국민들은 2021년에는 석유를 선택하지 않았다. 대신 ‘공정한 기후 정책’, 사회·경제적 격차의 축소를 선택했다.
사실 저유가 시대를 극복하고 코로나19 또한 잘 극복했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보수연정은 정치적 지지를 상실해왔다. 특히 이민자 문제를 두고 이견이 커지면서 2020년 우파 포퓰리즘 정당인 진보당이 연정에서 이탈하며 소수 정부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솔베르그는 40세에 본데빅 총리가 이끄는 내각에서 지방자치 지역개발장관을 하며 ‘철의 에르나’라는 별명을 얻었다. 국가의 개입에 대한 개인의 영역 보호를 신봉하는 보수주의를 철저히 옹호하며 그 사회적·이념적 기반을 강조해 왔다는 그의 정치적 성향 역시 코로나 판데믹을 거치면서 빈부차가 더 크게 벌어지게 된 것도 보수당의 입지를 약하게 한 원인이다. 결국 보수당은 우파 포퓰리스트와 정치적으로 온건한 입장에 있던 유권자 모두에게서 멀어지게 된 것이다.
석유 산업이 노르웨이 국내 총생산(GDP)에 14%를 기여하고 160,000명 이상을 고용을 창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르웨이 유권자의 선택은 ‘완전히 새로운 노르웨이’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노동당의 잠재적 연정파트너인 녹색당은 2035년까지 석유 산업의 종식을 희망하고 있고, 노르웨이 국민의 35%가 석유 산업의 종식을 원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 사회주의 좌파당은 물론, 중도 우파 정당인 자유당도 석유산업의 종식을 공언한 바 있다.
노르웨이는 EU 회원국은 아니지만, EU 각료이사회가 지난 6월28일 유럽기후법(안)을 승인하여 2050년 기후중립 달성 목표를 법제화하는 유럽기후법의 제정 절차가 모두 완료된 것 역시 이번 노르웨이 총선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노르웨이의 석유 산업은 다른 산유국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매우 낮기 때문에 노르웨이의 석유산업 종식이 오히려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고, 현재로서는 석유에 비해 석탄이 더 심각한 기후변화 요인이기는 하다.
노르웨이 선거 결과는 기후변화와 자원 고갈의 위협에 진정 유효한 수단은 무엇인가에 대한 노르웨이인들의 진지한 고민과 결정을 떠나, 전 지구 차원의 시각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의 여운과 인상을 남기고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7pI1s3nBqN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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