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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노믹스 03월호] 은퇴 도시 가능할까?

1) 의료 인프라 구축이 가장 중요
2) 의료, 복지 서비스 일자리 창출

윤준식 편집장 | 김형중 기자 승인 2022.03.31 11:27 | 최종 수정 2022.04.01 02:29 의견 0

윤준식: 저희 로컬 노믹스 방송이 한 달에 한 번씩 이어지며 나름대로 유의미한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약간 희소성 있는 사례를 독자적으로 다루면서 유용한 해외 사례를 가져오기 때문에 관심을 이끌어내고 있는 것 같은데요. 방송 들으신 분 중에 리퀘스트를 하신 분이 있어서 그 내용에 답하는 내용으로 준비했습니다. 로컬에서 은퇴 도시의 가능성, 그리고 은퇴 도시에 대해 이야기해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김형중: 은퇴 도시, 실버타운 얘기들이 나오기 시작한지는 상당한 시간이 흘렀는데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실패한 사례와 성공한 사례들은 뭐가 있는지, 아직은 우리나라에서는 구체적으로 나온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윤준식: 일단 은퇴 도시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부터 한번 짚어봐야 될 것 같습니다. 우선 은퇴 도시는 고령화랑 관련이 있을 것 같아요.

김형중: 우리가 고령화사회로 진입을 한 건 2018년입니다. 2017년 인구주택 총조사 결과를 보면 2017년 11월 1일 기준으로 65세 이상인 내국인 노인이 7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4%로 커지면서 고령사회 진입이 그때 확정이 됐죠.

UN 등 국제기구에서는 노인 비중이 7% 이상인 경우 고령화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분류를 합니다. 한국이 2000년도에 고령사회가 된 건데, 그 이후 17년 만에 고령사회로 급격하게 전이된 거죠.

윤준식: 우리가 보편적으로 ‘고령화’라는 말로 묶어서 얘기하고 있는데 인구 통계 비율로 이렇게 명칭이 구체적으로 되어 있는 건 저도 잘 몰랐습니다.

김형중: 참고로 말씀드리면, 4년 남았는데 2026년에 초고령사회로 들어갈 거로 당시 추계를 했었죠. 아마 지금은 좀 더 빨라졌을 겁니다.

윤준식: 이건 심각한 문제인데요. 근데 우리나라 말고도 다른 선진국들도 겪고 있는 일 아닌가요?

김형중: 일본, 영국, 미국 같은 경우도 우리보다는 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데는 우리보다 빨랐을 수 있는데,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기간은 우리가 훨씬 빠르다고 봐야 되겠죠.

윤준식: 그러니까 우리가 다른 나라보다도 고령화사회로 가고 있는 속도가 빠르다라는 얘기인 거죠? 심각할 수밖에 없는 게 우리가 고령화사회를 경험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대비조차 돼 있지 않다고 생각되는데요... 그래서 은퇴 도시 이야기를 좀 해달라는 요청이 왔던 것 같습니다.

근데 많은 사람들이 “나이가 들면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시골로 가고 싶어 한다”, “그래서 귀농 귀촌이 답이다” 상투적으로 그런 이야기들을 많이 하거든요. 실제로 어떨까요.

김형중: 제 생각에는 한 20년 전 얘기일 것 같아요. 굳이 따지면 1940년대, 좀 더 빠르게는 1930년대에 태어나신 분들은 이촌향도를 했던 세대거든요. 그때는 농촌, 농업사회였으니까요. 이촌향도를 하신 분들이 원래 사시던 곳에 기반이 있으니까 그런 생각들을 하셨고, 실행에 옮기셨던 거는 2000년대 초중반 정도까지가 아닐까 싶고... 실제로는 간병 서비스 교통 식료품이나 필수품 구매 같은 여러 가지 환경적인 문제 때문에 그 뒤의 세대들은 도시로 오거나 도시에 남으려고 합니다.

윤준식: 그러면 초고령 사회로 진입할수록 도시로 가려고 하는 노인들이 많아지는 거지, 농촌이라든가 어촌으로 가려고 하는 노인들은 많지 않다고 보는 게 정확한 상황판단이겠네요.

김형중: 일단 가장 큰 문제는 의료 접근성 문제가 크죠.

윤준식: 지금 지방 소멸 얘기들이 많이 나오고 있거든요? 간단하게 설명하면 청년들이 지방에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살고 계시던 분들이 수명이 다 하면 인구가 줄어드는... 그래서 지방 소멸의 가장 근본적인 이유를 청년 인구의 감소와 고령화로 얘기를 하고 있거든요. 바꿔 말하면, 왜 인구가 다시 유입이 되지 않는가? 한번 도시로 떠났던 사람들이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김형중: 도시가 훨씬 살기 편하거든요. 사실 생활물가가 아닌 전체적인 생활비용을 따지면 도시가 지방에 비해 저렴합니다. 자가 차량이 있어야 될 필요가 없는 경우도 많고요. 특히 대도시인 경우, 교통망이라든지 대중교통망이라든지 병원에 오가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비교가 안 되거든요.

윤준식: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퀘스트를 주신 분이 요구하는 내용은 “은퇴 도시를 만들어 소멸되어 가는 지방을 살릴 수 있지 않느냐”, “도시에서 중산층 생활을 하셨던 분들이 농촌으로 오실 수 있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겠냐”는 취지에서 질문을 주셨거든요.

김형중: 두 가지 점이 있을 텐데요. 하나는 은퇴 이민을 국내로 유도하는 대안이 필요하다... 또 한 가지는 지방 인구가 점점 소멸되고 있는데,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크게는 젊은 사람들이 할 일이 없다, 창업을 하려 해도 시장을 확보하기가 힘들다는 게 가장 크거든요. 또 거주하는 고령자들은 자연적으로 소멸돼 간다. 한편 이 두 연령층이 수요와 공급으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이 없겠느냐? 아이디어는 제시할 수 있겠죠.

윤준식: 근데 ‘은퇴 이민’이란 표현을 하셨는데, 그것도 좀 설명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김형중: 우리나라에서도 앞으로 은퇴 이민이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은데, 지금도 말레이시아나 베트남 쪽으로 이민을 생각하는 분들이 상당수 계시죠. 유럽의 경우 특히 기후 문제 때문에 습하고 비가 많이 내리니까 독일같은 데 사시던 분들은 관절통이 심하거든요. 그래서 미국에 있는 사막 도시 피닉스 같은 데로 이사를 갑니다. 비가 안 오니까요. 은퇴 이민의 이유라고 하기에는 우스울 수도 있는데, 그런 이유도 있습니다.

윤준식: 피상적으로 생각하던 거랑 좀 다르군요. 보통 우리보다 경제가 미발전된 나라, 즉 물가가 저렴한 데 가서 노년을 여유롭게 살아보겠다는 목적이 아니라, 유럽에서의 은퇴 의미는 건강이라든가 기후 조건 여기에 관련이 있는 게 많은 것 같군요.

김형중: 그만큼 나이가 먹을수록 환경에 대한 저항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의료와 건강과 관련된 이슈가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죠.

윤준식: 그래서 우리나라도 은퇴 후 이민 가려고 하시는 분들이 최대한 안 나가고 국내에 머물게 하려는 대안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한 거군요?

김형중: 말레이시아 페낭에는 외국인 특구 같은 것들이 있고, 베트남, 필리핀에도 그런 걸 만들 수 있을 거예요. 한국 사람들 중 현지에서 그런 사업을 하려고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육십대 분들 중 현지를 오가시다가 “나이 먹으면 그곳에 타운 하나 만들어 운영하겠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씀 하시는 분들이 계시거든요. 거기서 제약 조건으로 작용할만한 건 의료 문제죠.

윤준식: 그러면 오늘 우리가 얘기하는 은퇴 도시 고령화 이야기도 의료 문제가 들어있을 것 같은데요. 저희가 의료 전문가는 아니니까 의료에 대한 이야기를 깊게 파기는 좀 어렵겠고, 해외 사례부터 이야기 나눠봤으면 좋겠어요.

김형중: 실버타운 얘기부터 한다면, 미국에서 은퇴자 주거 공간의 아이디얼 타입으로 나온 CCRC(연속보호 은퇴주거단지)가 있는데, 건강한 고령자를 기준으로 하는 겁니다. 독립생활을 하면서 보조 지원을 통해서 생활이 유지되고, 전문적인 요양시설과 재활센터가 집약화 되도록 계획된 공간을 얘기하는 거죠. 미국에 한 2천 개 정도 있고, 70여만 명 정도가 이런 시설에서 생활한다고 해요. 큰 곳은 1개소에 3천여 명 정도 거주하는 거죠.

실제로 이 정도면 하나의 타운이 돼버리는 셈인데... 일본에서도 이게 도입되며 나타난 문제가 현재 우리가 직면한 문제와 비슷합니다. 사실은 농촌에 거주하던 노인들이 병원을 가려고 도심지로 이사하는 거예요.

윤준식: 그러니까 의료 문제 때문에 은퇴 후 귀촌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도시를 향하는 새로운 은퇴 이촌향도가 이루어지는 거군요?

김형중: 여기에 대한 해법을 중앙정부 차원에서 제시를 하려다 보니까 아까 말씀드린 CCRC 개념을 정부에서 추진하기 시작한 거죠. “건강할 때부터 의료 간병을 보장받으면서 활동적으로 살아가자” 이게 정책으로도 반영이 됐던 것이 ‘아베노믹스 2.0’의 플랜 중 하나였습니다. 문제는 공공에서 하든 민간에서 하든 사업성이 있냐는 부분에 대해 어느 정도는 답을 내놔야 되는 것이죠.

윤준식: 고령화 문제도 그렇고, 일본이 우리보다 조금 앞서가기 때문에 일본 사례를 통해서 배우는 게 많잖아요. 아베노믹스로 추진했다는 것은 일본의 집권 여당인 자민당이 나름대로 목적과 의지를 가지고 실시했다는 건데, 성공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김형중: 일본에서 2015년경에 추진이 됐는데, 미국 CCRC 경우는 CCRC로 이사를 오는 거거든요? 우리랑 비슷한 거죠. 쇠락해가는 농촌의 거주 환경을 개선하고 정주 여건을 확보하는 것이었는데, 민간에서 이걸 주도를 하던 시절이 있었어요. 1990년대 미나기노모리라고 마을 3개에서 노인들이 슬로라이프를 즐기는 고령자 커뮤니티를 만든 게 있었는데...

이게 오래 가지 못했어요. 민간 개발이었는데, 문제는 뭐냐면 민간 개발의 가지는 한계인데 의료 서비스를 제공 못해요. 돈이 너무 많이 드니까... 그래서 원래 모집하려던 인원이 1천 명 정도 됐는데 채우지 못했죠. 그래서 대안으로 나왔던 아이디어가 이걸 가지고 30~40대들에게 일자리를 주자!

그래서 노인 양반들만 모여서 하는 게 아니라 경제활동인구랑 은퇴 세대가 같이 살면서 가장 큰 문제인, 간병도우미라든지 서비스와 관련된 문제들을 해결하는 거죠. 아까 제가 말씀드린 일자리가 없어서 로컬을 떠나고 있는 젊은 세대와 은퇴를 했는데 돌봐줄 사람이 없는 세대가 어떻게 보면 상생하는 셈이 돼버린 거죠.

윤준식: 노인복지 시스템을 일자리 창출의 방안으로 놓고 가려고 했던 거네요.

김형중: 재밌는 건 일본도 여전히 전원생활을 꿈꾸는 은퇴 세대들이 있습니다. 2002년쯤 일본에서 관민협동으로 웰스랜드 이니셔티브라는 걸 한 적이 있어요. 고령자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이분들과 관련된 케어 인더스트리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여성과 청년 고용을 좀 늘려보려고 했었던 거죠.

일본 홋카이도에서 했던 건데 홋카이도 전체 인구가 한 1만 명 정도 감소했지만 웰스랜드 이니셔티브를 추진했던 다테시라는 곳에서는 이주자가 많이 전입됐죠 인구가 늘고 있는데 여기서 제일 중요한 거는 홋카이도 하면 추운 지역이잖아요? 다테시는 상대적으로 따뜻하고 눈이 적게 내려요. 사실 눈이 1미터씩 내리는 데서는 노인들이 못 살거든요.

우리 지자체가 추진한다면 기후 여건을 좀 많이 고려를 해야 되지 않겠나? 연교차가 크다든지, 연간 강설량이나 강우량의 편차가 큰 곳들은 어렵겠지만 지자체가 적절하게 자기들이 추진할 만하다고 판단이 되는 환경이라면 추진할 만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윤준식: 추운 홋카이도에서도 기후가 온화한 다테시는 실버 은퇴자들을 위한 도시 계획이 먹혔다는 얘기인거죠? 그래서 홋카이도 전체 인구는 감소하고 있었으나 역으로 다테시는 인구가 늘었다. 은퇴 도시 플랜이 가능한 건 맞다! 근데 고령자들만을 위한 전략으로 갔다가 중간에 전략 수정을 해서 액티브한 역량을 갖고 있는 청장년 세대들을 같이 입주시킴으로 일자리도 창출하고 서비스 인력들을 확보하는 형태의 정책으로 바뀌게 됐다는 게 인사이트를 준다고 생각합니다.

김형중: 현실적인 얘기랑 맞물려 말씀드리면 우리나라에도 요양시설들이 많거든요. 그런데 상당수가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왜냐하면 시설을 만드는 데 부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그렇거든요. 물론 요양원 중엔 빌딩 안에 있는 것들도 있지만 요양과 관련된 시설은 이를 테면 목욕탕을 놔야 된다든지, 법적으로도 밀도가 낮은 것들이 많기 때문에 이걸 충족시키려다 보니까 지가가 낮은 데로 가거든요.

캐어 인더스트리에 종사하는 간병이나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분들이 24시간 중단 없이 운영돼야 해요. 그런데 도시에서 거리가 있다보니 종사자들이 시설에 가서 한 며칠 동안 살며 근무하다 퇴근하는 형태로 운영되는 곳들이 상당히 많거든요. 이런 지금의 현실하고 사례로 제시했던 것들하고는 맞아 떨어지지 않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시설을 집적하려면, 종사자들이 자녀를 키우는 일을 도와주는 시설부터 시작해 말 그대로 타운으로 바뀌는 전환하는 것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인구가 소멸하고 있는 지자체에서는 이런 방향으로 관심을 기울일 만하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윤준식: 어떤 면에서는 이런 형태의 요양 인프라가 클러스터로 모이는 게 전반적인 비용을 낮추는 방법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김형중: 아직까지는 그런 시도를 하기 힘든 게, 그런 정도 클러스터 타운을 만들 수 있을 만큼 제도적인 뒷받침이 미약할 겁니다.

윤준식: 이야기를 다시 우리나라 내부로 돌려봐야 될 것 같은데요. 이야기 서두에 우리나라에서 실버타운 얘기가 나온 지 이미 오래됐다 말씀하셨어요.
저희가 지금 얘기하고 있는 은퇴 도시, 노인들이 정착해서 살 수 있는 귀촌형 도시 계획들은 여기저기 많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슬로건은 많이 듣는데 성공했다, 우수 사례다, 모범 사례다 이렇게 얘기하는 데는 별로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김형중: 귀촌귀농이 얘기가 나오던 시절은 지금보다 평균 수명이 굉장히 짧았어요. 은퇴하고 나서 고향에 물려받은 조그마한 토지에서 소소하게 농사를 2~3년 지으신다든지... 길면 한 5년 정도...

윤준식: 말 그대로 진짜 은퇴 생활 삶을 정리하는 그런 시기로?

김형중: 최근 우연치 않게 유튜브에서 20년 전 드라마를 보다가 이런 대사를 듣고 되게 깜짝 놀랐는데... 2천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30대 중반이면 중늙은이 소리를 들었거든요? 생각해 보니까 그때만 해도 기대 수명이 이렇게 길지 않았어요. 근데 지금은 60 넘어 굉장히 오래 사시거든요?

그러면 노년에 기력 남아 있을 때 귀촌 귀농해가지고 사신다는 예전 계획은 더 이상 적용될 수 없는 상황이 된 거죠. 그런데 우리는 아직까지 예전 아이디어에 머물고 있는 게 아닌가? 그게 가장 근본적인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윤준식: 그러면 지자체가 기울였던 노력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김형중: 광역단체 수준에서 시도했던 것인데... 2013년 전남 장흥에서 <랜드로버스 코리아>라는 회사를 만들어 1,500세대 정도의 주택과 체육시설을 집적해 실버 타운을 만들어보자는 계획이 있었어요.

윤준식: 앞에서 설명한 CCRC하고 좀 비슷한 느낌인가요?

김형중: 그런 셈이죠. 말 그대로 운동시설부터 병원까지 다 들어있는 건데, 이게 만족스럽게 추진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장흥군 홈페이지에 가면 로하스타운과 관련된 조감도가 나와 있는데, 자료를 찾아보면 2021년에 300세대 정도를 조성하는 1단계 사업의 시행자를 지정했다고 했는데, 또 39세대가 중단됐었다는 얘기도 나오거든요.

2022년 이후에는 260세대를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사업 계획도 약간 바뀌어 상업 숙박 시설을 동시에 유치하려고 한다. 이렇게 하면 한 700명 정도의 신규 거주자가 생기는 거니까 관련된 서비스 산업이 활성화 되지 않겠냐고 하거든요.

근데 이런 아이디어들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는 의료 접근성이거든요. 의료 접근성의 문제가 왜 발생하느냐? 이분들만을 위해서 병원을 만들기 어려워요. 의료 수요가 있기는 한데 이분들만을 위해서 로하스 타운에서 병원을 만들 수는 없거든요. 만약에 50~100병상짜리 병원을 만든다, 그러면 그게 유지가 될까요? 안 될 거라는 거죠.

그래서 제안을 좀 드린다면 지역 거점 병원 같은 것들을 운영하고 그런 병원들이랑 연계하는 서비스를 만든다면 광역지자체나는 정부 수준의 행위자가 해야 될 일일 텐데, 그런 것들을 좀 전형적으로 검토를 하는 방법이 있지 않겠나 하는 점입니다. 또 한 가지는 민간이 택지 개발을 하는 것처럼 5천 세대 정도로 대대적인 투자를 할 수 있게 해주면 되거든요. 장흥도 규모가 적지 않은 곳이었는데 1천 세대 정도 되는 은퇴세대용 타운과 그 옆으로 재개발하는 형태로 학교와 병원을 집어 넣는 식으로 하면 지방에서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겠나는 생각이 듭니다.

윤준식: 지금 사례로 들어주셨던 전남 장흥 사례는 2013년도에 협약 체결을 시작을 했는데 아직까지 실제 주거 단지가 완성이 안 된 거잖아요. 1,500세대 정도 얘기됐는데 아직 300세대가 조성됐으면...

김형중: 아직 조성되지도 않은 거죠. 300세대조차 조성되지 않은 거고, 3~4천 명 정도의 고용 창출도 예상했던 건데 지금 기준으로 하면 그 정도의 고용도 거의 어렵다고 봐야죠.

윤준식: 어느 정도 추진 속도도 따라와 줘야 되는데 이렇게 느리게 추진되면 실질적으로 여기에 어떤 산업적 기대를 하고 있었던 사람들의 관심도 다른 쪽으로 돌아 갈 수밖에 없죠.

김형중: 시행자가 바뀐 이유가 그런 점 아닌가 생각하는데, 이게 일종의 악순환이 시작되면 사업성이 떨어져요. 사업자가 바뀌면, 금융 비용이 생기고 비용이 더 들어요. 이 악순환이 몇 사이클 돌면 사업 자체가 끝나버리는 거거든요. 지금 이 사업 같은 경우도 벌써 10년 된 사업인데, 10년 동안 1단계 사업이 진행이 안 됐다고 하면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거고, 저는 그 근본적인 문제 중에 하나가 의료 접근성을 개선할 방법이 없다!

그러면 광역지자체나 정부에서 은퇴 타운뿐만 아니라 그 지역에 실제로 신규로 유입 가능할 인구까지 고려한 의료시설을 만든다든지, 아니면 대규모 택지 개발을 하는 것처럼 은퇴 세대와 은퇴 세대에 대해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 두 구성원이 함께 사는 일종의 신도시를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 되겠죠.

윤준식: 그리고 이렇게 작은 세대 규모면 병원이 들어온다 하더라도 의원급 정도 작은 병원 밖에는 들어올 수가 없어서 정말 노년층이 원하는 복합적인 의료지원 서비스가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좀 들었습니다. 좀 더 거시적으로 준비될 필요가 있지않나...

김형중: 결국 규모의 경제를 만들거나, 지불 능력이 가능한 분들이 오시거나 두 가지 중에 한 가지 방법이 있겠죠.

윤준식: 다른 차원에서 좀 질문을 드린다면, 의료 인프라가 되게 중요한 거잖아요? 의료 인프라를 끼고 형성될 수 있는 실버타운, 혹은 우리가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주제에 적합한 로컬 경제는 어떤 게 있을까요?

김형중: 사실 아까 말씀드렸던 사례는 의료 인프라를 새로 구축을 해야 되는 거거든요. 의료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게 배후 인구 등 쉽지 않은 문제들이 많기 때문에... 이미 의료 인프라가 갖춰져 있는데 발전이 정체되고 있는 지역들이 있거든요? 그런 지역은 은퇴 세대를 위한 공간으로 발전시키고 전환해서 새롭게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곳들이라 봅니다.

저는 수도권에도 그런 곳들이 있다고 보는데, 대표적으로는 서울 종로구, 은평구, 서대문구, 경기도 고양시를 꼽습니다.

윤준식: 이해가 되는 이야기네요. 저도 병원 이름들이 막 떠오르고 있거든요.

김형중: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고령자일수록 도시 생활을 선호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간병, 의료 서비스의 접근성 때문인데, 이게 생사를 가르는 경우가 많아요. 심근경색이 왔다든지, 뇌출혈이라든지... 이런 경우 의료접근성이 앞으로의 기대수명과 삶의 질을 완전히 바꿔놓는 거거든요.

윤준식: 그렇죠. 골든타임 내에 병원에 갈 수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김형중: 근데 고양시 일산구 같은 경우에는 암센터가 있고, 동국대 일산병원, 건강보험공단 병원 등 큰 병원들이 3개 있고... 고양시 덕양구에는 인접한 서울 은평구에 새로 생긴 성모병원의 커버리지 안에 들어가죠.

서대문구와 접한 면에 있는 종로구 일대도 그런데, 신촌 세브란스병원이나 강북 삼성병원, 서울대병원 등 병원 몇 개의 축을 형성하고 있거든요. 이런 병원들과의 접근성을 고려해서 실버타운을 만들 수 있겠죠.

6월 1일 지방선거가 있는데 상대적으로 낙후되어 있는 서울 서부권에 대한 대안으로 지방선거에 출마하시는 분들도 좀 염두에 두시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윤준식: 좀 씁쓸한 게, 결국 의료 인프라가 잘 돼 있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은퇴 도시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는 오늘 결론이 돼버린 것 같아요. 이런 문제를 초월하는 영역이 바로 정치의 영역이기 때문에 지방선거 나오시는 분들이 정말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말 괜찮은 공약을 내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형중: 요약해서 말씀드리면 애초에 의료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는데 정체된 지역을 은퇴 도시로 은퇴자들을 위한 수요를 충족시키는 경제로 전환을 시킬 것인가, 아니면 의료 인프라를 갖출 수 있는 배후의 볼륨을 만들 것이냐 이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되는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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