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중: 상권 활성화 얘기를 좀 해보려고 하는데요. 상권은 상행위에 영향을 미치는 공간적인 범위입니다. 정부나 지자체의 정책 대상이 상권이 되어야 하는 건데요. 보통 특정한 점포를 기준으로 하면 그 점포에서 고객을 구할 수 있는 지역, 공간적인 범위를 상권이라고 얘기를 하죠.
많은 지자체에서 쇠락해가는 상권을 복원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우리도 한 20년째 여러 가지 노력을 국가 지자체 공공기관 할 것 없이 많이 기울이고 있는데, 해외 사례를 참고해 보면 이런 노력을 기울이는 방향이나 경향들이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윤준식: 상권 활성화 이야기는 상권이나 입지에 대한 것과는 별개의 문제가 되는 것 같은데요. 상권 활성화를 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이 나왔고 정부 시책들도 존재했지만 성공 사례가 드물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김형중: 어떻게 보면 정부에서 상권 활성화와 소상공인 지원을 어떻게 인식하고 어떤 정책 목표를 가지고 있느냐의 문제인 점도 있을 것 같아요.
상권 활성화를 위해서는 특정한 상권 내에 있는 사람들의 조직이 필요합니다.
이 조직을 만드는 게 상인 협동조합이나 상가번영회가 됐건, 다른 형태의 조직이 됐건 모여서 조직된 사람들이 있어야 되는 거거든요. 당장 정부나 지자체에 사업 관련 제안을 하려 해도 주민 제안 제도나 이런 것들을 써야 되잖아요?
여기서 중요한 건 그 조직이 상권 활성화 재활성화를 위한 각종 업무만 전담하는 조직이 돼야 된다는 거예요. 상권 내 사업자로, 소상공인인데 가게를 경영하면서 상권 재생을 위한 업무까지 같이 하는 건 힘들거든요.
원래 상점이 해야 하는 역할은 좋은 상품을 찾아서 공급하고, 서비스를 공급하는 그 자체로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게 충분해집니다. 그 공헌 때문에 상권을 활성화하려고 그러는 거거든요. 특정한 상권 안에 있는 사람들이 특히 상인들이 본업에 충실할 수가 없어진다면 상권은 재생될 수 없어요.
보조금 신청하려 사업계획서를 쓰려고 페이퍼워크에 몰두하다보면 손님을 맞을 시간이 없는데 그래서 상권이 어떻게 재생되겠습니까? 상권 활성화의 목표 자체도 좀 바뀌어야 된다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윤준식: 요즘 정부가 추진하는, 통칭 공모 사업이라고 그러잖아요?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이러저러한 것들을 지원하겠다고 내놓는 게 있는데, 공모 사업에만 몰입하는 것들이 많아요. 중앙 부처들도 각 지자체에 대해 공모 형태로 사업을 내리고 그러다 보니, 지자체들도 공모 사업을 통해 예산을 확보하려 노력하다 보니까 여기서 오는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많습니다.
공모 사업에서 유효한 예산을 가져오기 위해서 창의력을 끌어내기도 하는데, 문제는 지방 공무원이 중앙행정부처에서 예산을 따오기 위해서 하다 보니까 행정의 시각으로만 사업이 추진되는 경우가 있고요. 민간을 대상으로 제공되는 보조금의 경우, 부정적으로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여러 가지 장치를 걸다 보니 민간 입장에서는 보조금을 받아도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경우들이 있는 거거든요.
김형중: 어떻게 보면 보조금 지원 사업이나 공모 사업들이 상권 자체의 자생력을 잃게 만드는 거죠. 그래서 상권 활성화에 여러 행위자들이 관여를 하게 되는데 가장 소외된 건 그 지역의 건물을 갖고 있는 사람입니다.
윤준식: 그렇긴 한데, 좀 뜻밖의 얘기네요? 왜 건물주가 소외되는 사람이 되는지 모르겠어요.
김형중: 왜냐하면 대부분의 공모 사업은 상인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하거든요.
그러다보면 건물주들은 소외되는데... 건물주가 왜 관여해야 되냐는 의문을 가지실 수가 있어요.
전제는 상권이 활성화되는 거예요. 건물주가 관여할 필요가 없는 상권 활성화의 수준은 활성화되지 않는 만큼의 상권이거든요. 표현이 좀 이상한데 기본적으로 상권이 활성화되면 가장 이익을 보는 사람 중에 하나가 건물주거든요.
윤준식: 부동산 가치가 상승하니까 임대료가 올라가기 때문이죠.
김형중: 그렇게 보면, 건물주들이 관여하지 않는, 건물주들이 관여할 필요를 못 느끼는, 건물주들이 관여할 여지가 제도적으로 막혀 있는 상권 활성화는 결국 부동산 가치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만큼의 상권화인 셈이죠.
저는 이게 고질적인 문제라고 생각하거든요 소상공인 지원인건지, 그러니까 이게 더 이상 진부화되어 생존하기 힘든 시장에서 도태되어 가고 있는 소상공인들에게 공적 부조를 해주는 것에 상권 활성화라는 이름을 붙인 것인지? 아니면 진짜로 상권을 활성화하기 위한 것인지? 이 구분을 명확히 해야 된다는 거죠.
만약 공적 부조다! 시장에서 도태되어 가고 있기 때문에 공적 부조를 지급해야 된다면 기존에 존재하는 공적 부조 시스템을 이용하면 됩니다. 굳이 공모에 참여 시키고 사업계획서를 써내라고 그럴 필요가 없거든요. 요건에 맞으면 예산을 지급하면 돼요.
이를테면 연 매출 얼마 혹은 창업자 연령에 따르든지, 육성하고자 하는 업종에 해당된다든지 그런 요건에 부합하면 그냥 지원하면 되는 거거든요. 그런데 상권 활성화를 한다고 그러면서, 명목은 상권 활성화인데 실질적으로 공적 부조라면 서로 괴롭기만 한 거죠.
윤준식: 제대로 된 공적 부조도 아니니까요. 건물주 이야기가 나왔는데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 되면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착한 건물주에 대한 사회적인 요구들이 나왔어요.
그동안 젠트리피케이션의 문제점들이 누적되며 나쁜 사례가 있다보니 본의 아니게 건물주는 수혜자, 건물주는 상대적으로 악한 존재처럼 여겨지고 있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어려울수록 건물주들이 양보를 해야 된다, 관용을 베풀어야 된다는 시각을 많이 갖고 있는데요. 어떤 면에서 보면 재산권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일 수 있거든요.
김형중: 현실적인 더 문제가 되는 건 건물주는 세금을 내지 않고, 건물주는 부채가 없다는 잘못된 가정이거든요. 건물주에게 충분한 현금 흐름이 있다는 막연한 가정을 하고 있는 건데, 실제로는 전부가 그렇지 않죠. 건물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상태거나 은퇴 후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없는 분들이 제법 많아요.
그리고 엄밀히 말해 장사가 잘 안 되고, 사업성이 떨어지니까 월세를 낮춰달라는 얘기는 동업을 하자는 의미가 되거든요. 이건 수익 배분인 거지 임대차 계약이 아니거든요. 그러면 수익이 늘어났을 때 그 증분만큼 임대료를 더 낼 거냐? 거기에 대해서 뭐라고 답변을 할 거냐는 거죠.
그리고 그걸 강제할거냐? 거기에 대해서는 정부도, 임대 비용을 낮춰달라는 임차인들도 어느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거든요.
윤준식: 코로나19로 손실을 입었던 소상공인들에게 지원금이 나가고 나서 나온 비판이 있었는데, 그 이유가 소상공인들이 받은 지원금 대부분이 건물주에게 내는 임대료로 사용이 되었다. 그밖에 임대료를 보조해주는 여러 가지 보조금 사업들도 소상공인을 직접적으로 도왔던 게 아니라 결국 건물주의 승리로 끝난 거 아니냐 이런 이야기들이 나왔단 말이죠.
제가 이런 말씀 드리는 이유는 조금 전 상권 활성화 주체로 건물주로 포커싱을 하게 되면서부터인데, 보통 상권 활성화 얘기를 할 때 건물주는 함께 노력하는 주체로 보여지기 보다는 배제시켜야 될 존재처럼 이야기됐기 때문입니다.
김형중: 건물주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일종의 투자인 셈이죠. 일시적으로 임료를 낮춘다든지, 건물 내 공실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든지... 결국 보조금이 돌고 돌아 임대료로 들어간다는 얘기를 하려면, 정부부터 세금부터 걷지 말아야죠. 보조금으로 체납된 사회보험료를 낸 자영업자가 얼마나 많은데요? 사회보험료 체납돼 통장 압류되고 있는 자영업자들 병원도 못 다니는데, 그러면 그것부터 중단해야 되는 거 아니냐? 정부 보조금의 진정한 승리자는 사실 정부일 수도 있거든요. 그렇다고 해서 사회보험료 납부 유예를 소상공인들한테 해주지도 않지 않습니까?
윤준식: 국세 납부 유예는 해주기도 했는데... 이외에도 코로나19로 인한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가 여러 가지 사업들을 진행을 했어요. 보조금 사업도 있고, 정부 용역도... 소상공인 수준밖에 되지 않는 작은 기업들도 정부 용역을 수주하기 위해서 제안서를 냈는데, 국세를 완납하지 않았다는 이유 때문에 용역 참여 자격을 박탈당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소기업들이 항의를 한 거죠. “아니 국세 납부 유예를 해준다 해놓고, 왜 체납이라 하느냐?” 그런데 이에 대한 답변은 “세금 안 낸 건 맞지 않느냐?” 그러니까 왼쪽 손으로는 뭔가를 주고 오른쪽 손으로 받아낼 건 다 받아내는 식으로 앞뒤 안 맞는 경우들이 있었어요.
김형중: 건물주한테 “임대료를 내려라. 세액을 감면해 주겠다” 사실 그건 매우 적은 부분이거든요. 전액을 보전해 주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건물주에게 임대 소득이 전부인 경우에는 “너는 건물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냥 굶어 죽어라라”는 논리거든요. 부채가 있는 건물주에게는 “넌 건물을 가지고 있는데 빚이 있으니까 건물을 뺏겨라”라는 얘기거든요. 그거는 맞지 않는 얘기라고 생각하고요.
윤준식: 그래서 건물주가 상권 활성화에 참여를 하게 되면 어떤 변화가 생길 수 있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 건물주에게 어떤 시각이 필요한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김형중: 상권 활성화 사업 방향 자체가 보조금 지급형 공모사업에서 완전히 바뀌어야 되는 거죠. 건물주한테 사업 계획서를 내게 해서 보조금을 줄 수는 현실적으로 없거든요. 왜냐하면 건물주에게 “당신의 건물에 어떤 업종을 입주시켜서 상권을 활성화 하실래요?”라고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상가임대차 보호법이 계약 기간을 10년으로 보호하고 있는데...
또 건물주에게 “건물의 외관을 어떻게 바꿔서 상권을 활성화하시렵니까? 그럼 돈을 드릴게요?” 같은 것도 현실성이 떨어지거든요. 결국 개개 사업에 대해서 보조금을 지급하는 게 아니라 상권 전체의 구성원들의 니즈를 모아야 되는 거죠.
막연히 건물주한테 “임대료를 좀 깎아라”, “공실이 있으면 공짜로 쓰게 해 달라” 이런 차원의 요구를 하는 게 아니라... 결국 건물주도 중요한 행위자 중 하나거든요? 그 상권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어떤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지, 건물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볼 수 있는 부분들도 있거든요. 부동산 자산 가치가 상승할 수 있다고 하면 매우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죠.
윤준식: 이제 조금 무슨 얘기인지 이해가 됩니다. 기존의 상인이나 상점을 일종의 부동산 콘텐츠 개념으로 본다면, 그것들을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조성하는 존재가 건물주라고 볼 수 있는 거네요.
김형중: 그런 셈이죠. 건물주가 빠진 상태에서 상인들에게 하는 상권 활성화 사업은 본질적으로 보조금 지급 사업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요. 서두에서 상권 내에 있는 사람들의 조직 이야기를 하면서 상권 재생을 위한 각종 업무를 전담하는 조직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린 게... 이를 테면 재건축·재개발을 할 때 재건축·재개발 조합원들이 생업을 그만두고 설계하고 시행하고 건물을 올리진 않지 않습니까? 그거랑 같은 것이죠.
상권 활성화라는 것도 전담하는 조직이 필요하다는 건 그런 의미인 거고, 그런 전담하는 조직이 필요할 때 운영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일종의 투자로 보고 분담할 수 있는 주체 중 하나가 건물주인 셈이죠.
윤준식: 그동안은 임대료가 빠른 속도로 올라가게 되는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로만 건물주를 바라봤던 것 같아요. 상인들에 의해서 특정 점포, 즉 앵커스토어나 이런 것들이 형성이 되면 그 앵커스토어에 대한 임대료가 급상승한다든가, 그 일대 상권의 임대료가 상승하면서 처음에 앵커스토어를 만들었던 상인들이 떠나가게 된 일이 벌어지다 보니까는 부정적인 쪽으로만 보아왔는데, 그 상권을 발전시키는 상권의 하드웨어를 발전시키는 주체로서 건물주를 파트너로 본다는 건 기존의 생각보다 한 발 앞서가는 생각이라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김형중: 일단 장기적으로는 그런 형태로 가야 상권 활성화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윤준식: 지금 민간 영역에서의 참여 주체로서 건물주를 얘기를 하셨는데요. 조금 더 광역으로 놓고 본다면 활성화해야 할 상권이 속해 있는 지자체는 또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될지 모르겠네요.
김형중: 사실 지자체도 마찬가지라고 생각을 하는 게, 지자체는 건물주나 소상공인들처럼 직접적으로 경제적인 이득을 목표로 하지는 않아요. 그런데 지자체도 상권이 활성화되고, 활성화되는 수준이 일정 정도를 넘어서면 수익을 얻게 되거든요.
윤준식: 세수, 즉 지방세를 더 많이 거둘 수 있다 이런 말씀인 거죠?
김형중: 주민세도 그렇지만, 상권이 활성화되면 지역 내에서 소규모라도 고용과 창업이 가능해지거든요. 그렇게 되면 복지 지출 수요가 줍니다.
윤준식: 지역 내에서의 일자리 창출이 복지에 대한 비용을 줄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김형중: 어떻게 보면 그렇기 때문에 지자체야말로 가장 큰 수혜자가 될 수도 있어요. 그리고 상권이 활성화되면 건물을 신축한다든지, 개축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부동산 가치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세수가 창출되거든요? 이것도 지자체가 가지는 수익이죠.
윤준식: 그러니까 세수는 늘어나고 세출은 줄어드는 효과가?
김형중: 제가 반복해서 말씀드리는 것이기는 한데 지금까지의 생각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부조 사업밖에 할 수가 없어요. 그것도 매우 사람을 힘들게 하는 부조 사업... 사업 계획서를 내놔야 하고, 돈을 어떻게 쓸 지 사전에 허락받아야 되는 부조 사업일 뿐이죠. 그래서 수익을 생각해야 행위가 바뀌거든요. 그래서 정책 목표가 바뀌어야 정책 수단들도 바뀌지 않겠나하는 생각을 강하게 합니다.
윤준식: 혹시 해외 사례 중에 좀 참고할 만한 게 있을까요.
김형중: 외국 사례로는 미국과 캐나다에 중심시가지 활성화 조직이라는 것들이 있거든요. 보통 BID(Business Improvement Districts)라고 부르는데... 좀 특이한 게 자기들이 활성화한 부동산에서 생기는 조세 수익의 상승분을 활동 자금으로 확보를 해요. 일종의 성공 보수 비슷한 거죠.
계약에 의해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으로 돼 있기 때문에 사업적인 성격이 굉장히 강하고, 이런 자금 조달 구조가 보편화되면 중심 시가지가 활성화 수준이 달라지는 겁니다. 어떤 수준으로 달라지는 거냐면 임료가 상승하고 부동산 가치가 늘어나고, 결정적으로는 지자체가 걷는 조세 수익이 상승하는 만큼, 상승하는 수준으로 상권 활성화의 수준이 높아지는 거죠. 지금까지 재래시장이든 골목상권 활성화든 세금 투입해서 세수가 늘었다는 얘기 들어보신 적 있어요?
윤준식: 말을 바꾸면 지자체 예산도 투자형으로 전환해야 된다!
김형중: 어느 정도는 그렇다고 보는 거죠.
윤준식: 지자체가 사업 주체가 돼서 일종의 부동산 개발업자라고 생각을 하고 여기에 대해서 우리가 예산을 투입을 했을 때 그만큼의 세입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 그렇죠! 그런 것들을 더 기획할 필요가 있다.
김형중: 위탁을 준다 그래도 일일이 다니면서 “국가와 지자체의 예산을 대신 써줄 사람을 구합니다”가 아니라 ‘리워드를 위해서 행위를 할 수 있는 사람’, ‘리워드가 목표인 사람’이 생겨야 되는 거죠.
윤준식: 상권 활성화를 위해 사업이 번창하도록 예산을 써야 하는데 그렇게 되지 못하다보니, 복지형 예산이라는 의미로 부조라는 표현을 강하게 쓰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형중: 지자체마다 있는 지역경제과가 맡아서 하고 있는 일인데 복지과 일이 돼버린 거죠. 그럴 거면 그냥 복지과에 공무원이 더 늘어나든가 그렇게 하면 되는 거지 않습니까?
윤준식: 수익성이 있는 행정이 필요하다고 말하시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김형중: 시장의 논리가 적용되는 영역에서 시장의 논리가 적용돼야 되거든요. 경제 활성화나 상권 활성화는 시장의 영역입니다. 시장의 영역에 비시장적인 요소가 많이 관여하게 되면 시장 자체가 교란되고, 시장 참여자들의 시장 참여자로서의 성질이 약해지기 때문에, 결국 매우 취약해질 수밖에 없거든요.
현재 상권 활성화 사업 대부분은 해외 사례가 됐건 다른 지자체 사례가 됐건, 공무원들이 정책을 모방해 설계하고, 그 설계 요소에 맞춰서 사업자들이 사업 계획서를 작성해서 신청하고, 보조금을 받아서 추진하는 프로토콜로 굳어지고 있거든요. 상권 활성화에 보조금을 사용하는 게 많이 일반화된 지가 되게 오래됐습니다.
그런데 보조금을 상권 활성화에 사용하는데 수익을 고려를 하지 않고, 그냥 소모되는 비용으로 인식된다면 더 이상 시장의 영역이 아니게 되거든요. 시장의 영역에 있지 않은 수단을 가지고 시장의 영역에 있는 상권을 활성화시키는 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아까 편집장도 “상권 활성화 예산 투입을 해서 세수가 늘어난 적이 있냐? 그런 건 잘 못 봤다”고 말한 것처럼, 지자체의 세수가 늘지 않더라도 보조금에 의존하는 게 늘어나는 거는 바람직하지 않고, 그걸 상권 활성화라고 할 수도 없기 때문에 시장 친화적이고 시장의 원리에 맞는 그런 정책을 확대해 나가야 된다고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윤준식: 로컬노믹스를 통해 거시적인, 지방자치단체나 정부 영역에 해당되는 내용들을 다루면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요. 기존의 로컬에 대한 이야기들과는 다른 얘기를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기존의 로컬 담론은 로컬낭만론에 사로잡혀 있었다면, 로컬노믹스를 진행하면서 로컬 경제에 대한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면서 정부 정책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거기에 참여하는 참여 주체가 누구인지에 대해서 재발견해 나가는 시간이 되는 것 같습니다.
2022년도 중소벤처기업부 예산을 보면 지역 가치 창업자 즉 로컬크리에이터 지원 사업에 69억의 예산을 편성을 하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이런 로컬 창업자들을 지원하고 육성해서 좋은 로컬 상권들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는 의미인데요.
근데 뭐랄까요. 자연 발생적으로 생기게 되는 앵커스토어 또 상권에 대해서 정부가 앞에서 주도해서 이끈다기 보다는 그런 것들이 형성되기 시작할 때 잘 밀어주는 게 더 필요하지 않은가, 그리고 정부가 주도해서 기획해야 한다면 좀 더 거시적인 차원에서... 정말 정책 집단이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것들을 내놔야 되지 않겠는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앵커스토어 중심의 정책은 플레이어에게만 집중되어 있다는 점 그런 점에서 좀 더 창의적이고 더 통 큰 정책이 나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저작권자 ⓒ시사N라이프> 출처와 url을 동시 표기할 경우에만 재배포를 허용합니다.